황교안 "일베, 평가는 부적절…백남기 문병 요구엔 '침묵'

"여성 범죄 피해 심각" 지적에…"4대악 개선되고 있다"

최근 강남역 살인 사건과 전남 섬마을 집단 성폭행 사건 등 여성을 대상으로 한 범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는 야당 국회의원의 지적에 대해, 황교안 국무총리가 "전체적으로는 '4대 악(惡)'이 개선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황 총리는 5일 국회 대정부질문에 출석한 자리에서, 더불어민주당 표창원 의원의 질의에 답하던 중 이같이 말했다. 표 의원이 성폭력 등 이른바 '4대 악(惡)' 근절이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음을 언급하며, 최근 성폭력 범죄 발생 건수가 폭증한 상황을 지적한 데 대한 답변이었다. 다음은 표 의원과 황 총리 간의 질의응답 주요 내용.

표창원 : 박 대통령이 18대 대선 유세 기간 중 공약으로 성폭력, 가정 폭력, 학교 폭력, 불량 식품 등 '4대 악' 척결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특히 성폭력 등 가정 파괴 범죄는 사형까지 고민하겠다고 한 것 아시나?
황교안 : 어떤 범죄에 사형 이야기를 언급했는지 기억은 못 하지만, 정부는 4대 악 척결에 의지를 갖고 해나가고 있다.

표창원 : 강남역에서는 한 여성 분이 아무 이유 없이 남성에게 칼로 공격당했다.
황교안 : 안타까운 사건이었다.
표창원 : 수락산 사건, 사패산 사건, 섬마을 (집단성폭행) 사건, 심지어 학교 전담 경찰관이 보호 대상인 여고생과 성관계를 맺는 일도 있었다.
황교안 : 그런 사건들이 안타깝게 일어났다.
표창원 : 성폭력 사건은 2015년 3만 건으로 전년 대비 3배 폭증했다. 가정 폭력, 청소년 대상 성폭력도 늘어났다. 4대 악, 근절되고 있나?
황교안 : 근절되지 않았다. 하지만 4대 악 척결에 집중적인 노력을 했고, 여러 지표들이 개선되고 있다. 그러나 정부 입장은 개선된 것으로는 만족할 수 없고, 한 명의 피해자라고 생겨서는 안 된다, 이런 입장을 가지고…(말 끊김).
표창원 : (어이없다는 듯) 성폭력 범죄 3배 증가가 개선입니까?

황교안 : 과거에 신고되지 않은 게 신고되고 그러면 사건 수 자체는 늘어날 수 있죠. 과거에 숨겨져 있던 범죄들이 드러나면서 통계상 많이 잡히는 부분이 있는데, 지금은 과도기이고 집중적 장기적 지속적 노력을 통해 뿌리를 잡는 '4대 안전'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표창원 : (개선되고 있다는 것은) 통계가 잘못됐다는 말이냐, 아니면 총리의 개인적인 판단이냐?
황교안 : 전체적으로는 4대 악이 개선되고 있다.

황 총리는 또 표 의원이 성폭력 범죄 증가의 원인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고 질의한 데 대해 엉뚱하게 "'묻지마 범죄'의 원인으로 많은 전문가들이 정신 질환을 얘기하고, 알콜 등 중독이 원인이라 말하는 부분도 있다"는 답을 하기도 했다. 표 의원이 다시 "(묻지마 범죄가 아니라) 성폭력 범죄를 말씀드렸다"며 "성폭력 범죄 근저에는 낮은 성 인지, 여성을 성적 대상으로 삼고 편견을 가지는 '여혐(여성 혐오)' 현상이 있다는 것을 인정하느냐"고 묻자 비로소 "네, 개선 노력을 하고 있다"는 답이 나왔다.

표 의원은 이어 "'소라넷' 사이트 폐쇄는 칭찬받을 일"이라며 "다만 소라넷 못지 않게 여성 혐오와 차별을 부추기는 '일베'를 알고 있느냐"고 물었고, 황 총리는 이에 대해 "알고 있지만, 특정 사이트를 제가 평가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답했다. 표 의원이 "(일베의) 문제를 인식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이해해도 되느냐"고 재질문하자 그는 "문제를 충분히 이해하지만 평가할 수는 없다"며 "제가 (일베 사이트에) 들어가본 적은 없지만 그런(여성 혐오와 차별이 이뤄지고 있다는) 지적이 있었다"고 답변했다.

표 의원은 또 성폭력 범죄자에 의한 재범 방지 대책과 피해 여성 보호 대책 등이 부실하다고 질의를 이어가면서 "총리는 현재 여성들이 느끼는 체감 불안과 피해 두려움, 수사기관 불신의 심각성을 전혀 인식하지 못하고 정부를 방어하고 변호하는 태도로만 일관하고 있다"고 계속 황 총리를 몰아붙이자, 황 총리는 "그렇지 않다. 제 말이 맞는지 틀리는지 여러 기관에서 확인해 보시고 지적하시기 바란다"고 발끈하는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본회의장에서는 황 총리의 이 답변에 대해 가벼운 웅성거림이 일었다.

황 총리는 지난 겨울 집회 현장에서 경찰 물대포에 맞아 8개월째 의식 불명 상태인 농민 백남기 씨에게 병문안을 가서 사과할 용의가 없냐는 질문을 받고서는 "이 사태 직후 안타깝게 생각한다는 말씀을 드렸다"고만 답변, 거부 입장을 밝혔다. 전날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에 대한 판결에서 서울중앙지법이 백 씨에 대한 경찰의 물대포 사용은 위법하다는 판결이 나왔다고 표 의원이 지적했지만 황 총리는 "아직 재판이 진행 중이고, 1심 판결문을 분석해 보고 대응 방향을 검토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황 총리는 백 씨에 대한 물대포 사용에 대해 "아직 결론나지 않았고 수사 중이지만 경찰은 안전 규칙대로 한 것으로 보고받았다"고 경찰 입장을 두둔하기도 했다. 경찰의 물대포 사용의 정당성에 대한 표 의원과 공방을 벌이기도 했다.

표창원 : 백 씨가 무기를 사용했나?
황교안 : 확인해봐야 한다. (시위대의) 제일 앞 부분에 있었던 것으로 안다.
표창원 : 앞 부분에 있으면 '폭력'이냐?
황교안 : 시위대 앞 부분에서 폭력이 많았던 것으로 안다.

표창원 : 유엔 인권특별보고관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정부의 물대포 사용은 무차별적이며, 경우에 따라서는 특정인을 겨냥하는데 이는 정당화되기 어렵다"고 (유엔은) 지적하고 있다.
황교안 : 우리의 안전에 대해서는 우리가 해온 판례가 있다. 그에 따라 해야 하고, (유엔의) 권고는 참고하겠다.

황 총리의 답변 중, 국제 사회의 권고보다 '우리의 판례'를 내세운 대목은 특히 눈길을 끈다. 북한은 유엔 등 국제사회의 인권 관련 권고에 대해 '주권 침해'라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북한은 지난해 유엔이 북한 인권 관련 결의안을 채택하자 "인권과 민주주의를 구실로 감행되는 내정 간섭"이라며 ""우리식 사회주의 제도를 전복하려는 모략"이라고 주장했다.

여야 고성·막말에 한때 본회의 정회되기도…"말이면 다냐", "저질 국회의원"

이날 대정부질문은 전날의 경제 분야에 이어, '비(非) 경제 분야'라는 이름으로 정치, 외교·통일·국방, 교육·사회·문화 분야를 망라해 이뤄졌다. 새누리당 박덕흠 의원은 박근혜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이른바 '노동 개혁' 즉 노동시장 개편 관련 법안들 처리를 주장했고, 더민주 심재권 의원은 개성공단 기업 피해 사례 등을 언급하며 남북 대화 재개 필요성을 강조했다. 더민주 박범계 의원은 법조 비리 문제를 지적했고, 이어서 전국경제인연합회 등의 어버이연합 자금 지원 의혹을 거론하며 "어버이연합은 박근혜 정부의 보위 단체"라고 비난하기도 했다.

한편 이날 대정부질문 도중에는 한때 국회 본회의가 정회되는 등 파행이 빚어지기도 했다. 국민의당 김동철 의원의 질의 순서에서, 새누리당 의원들이 의석에서 야유를 보내 도발하자 김 의원이 참지 못하고 '막말'로 응수한 것.

김 의원은 발언대에서 새누리당 이은재, 이장우 의원의 실명을 거론하며 "총리 부하직원이냐, 국회의원이냐", "말하고 싶으면 나와서 하라"고 반말로 소리를 질렀다. 이장우 의원에게는 "대전 시민들 부끄럽게 하지 말라", "어떻게 대전 시민은 저런 사람을 국회의원으로 뽑아 놓았나"고 비꼬기도 했다. 압권은 "이런 저질 국회의원들하고 같이 국회의원 한다는 게 창피하다"는 말이었다.

새누리당 의원들도 이에 대해 "그만 해!", "어디다 반말하세요!", "말이면 다인 줄 알아!", "내가 국회의원 되고 당신같이 하는 사람 처음 봤어!", "마이크 끄세요!" 등 다양한 반응으로 응전해 왔다.

김 의원과 같은 국민의당 소속인 박주선 국회부의장이 "김 의원 진정하시라", "자중하시라", "참고 질의해 달라"고 김 의원을 자제시키는 한편, 다른 의원들에게도 "동료 의원의 질의를 경청해 달라"고 주의를 주는 등 수습을 시도했으나 김 의원과 새누리당 의원들 간의 고성 말싸움은 계속 이어졌다. 결국 본회의는 11시 38분경 박 부의장에 의해 정회됐다. 파행으로 인한 20대 국회 첫 번째 본회의 정회였다.

김 의원은 오후 속개된 본회의에서 "이유야 어찌 됐든, 저로 인해 본회의가 정회된 데 대해 유감을 표한다"며 "대전 시민을 거론하는 등 부적절한 표현에도 유감을 표한다"고 사과했다. 그는 "다만 동료 의원의 발언 내용이 아무리 귀에 거슬려도 야유 등으로 발언이 방해돼선 안 된다"며 "오늘로써 그런 잘못된 관행이 해소되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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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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