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국정 폐지 결정한 DJ 끌어들여 '궤변'

유엔 국정화 폐지 권고엔 "권고일 뿐…베트남 따라할 상황 아냐"

황교안 국무총리는 역사 교과서 국정화 논란과 관련해 "몇 년 전에는 국정 교과서였는데, 그때 국정 교과서는 괜찮고 지금 추진하면 독재인가"라고 반문했다.

29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종합정책질의에 참석한 황 총리는 야당 의원들이 국정 교과서 강행에 우려를 표하자 이같이 답하며 발끈했다. 황 총리는 이어 "(교과서의) 내용을 살펴봐야지, 어떤 체제이기 때문에 비민주적이다, 독재에 부응하는 것이라고 판단할 문제는 아니다"라며 "저희는 편향성 시비가 있는 현행 교과서 대신에 객관적 역사적 사실에 근거하고 헌법 가치에 충실한 균형 있는 교과서를 만들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국정 교과서는 김대중 정부 말기인 2002년 검정화 방침이 결정됐고, 참여 정부가 들어선 2003년 이후 점진적으로 검·인정 체제로 전환된 바 있다.

황 총리가 언급한 것은 김대중 정부 시절, 그리고 부분적으로 노무현 정부 시절에 존재했던 국정교과서 체제를 가리키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황 총리의 이같은 발언은 '궤변'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김대중 정부는 박정희 정부 때부터 독재 정권을 거쳐 유지돼 온 국정 교과서 체제 중단을 추진했다. 이를 두고 마치 야당이 과거 집권기에 국정 교과서 체제를 적극 유지한 것처럼 표현한 것이다. 역사 교과서 국정화 방침이 정치권 안팎의 강한 반대에 부딪히며 추진 동력이 소진되는 상황이 되니, 다급한 나머지 궤변을 늘어놓고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현재 새누리당이 '올바른 교과서 홍보' 전략에서 색깔론을 동원한 '갈라치기' 전략으로 선회한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새누리당은 국정화 추진 논리가 여론의 호응을 받지 못하자 '종북 몰이'라는 비이성적 방식을 동원하고 있다.


황 총리의 궤변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새정치민주연합 최원식 의원이 "베트남은 유엔 권고에 따라 국정 교과서 폐지를 채택했다"고 지적하자, 황 국무총리는 "그런 사실은 알지만, 우리가 베트남 따라할 상황은 아니죠?"라고 맞받아쳤다. 하지만 정작 베트남은 유엔 권고를 받고, 한국을 모범으로 삼아 국정 교과서 체제를 폐지한 바 있다.

유엔은 2013년 특별보고서를 통해 "역사는 다양한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애국주의나 국가적 정체성을 강화하거나, 공식적인 이념이나 지배적인 종교적 지침에 따라 젊은이들을 주조하는 데 복무해서는 안 된다"고 권고한 바 있다.

이러한 선례를 들어 최 의원이 "참여연대가 유엔에 역사 교과서에 대한 긴급 청원을 제출했는데, 유엔 권고가 나오면 따를 것인가"라고 질문하자, 황 국무총리는 "유엔의 권고일 뿐"이라며 "우리의 특수한 상황에 선별해서 수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특수한 상황'의 뜻에 대해 황 국무총리는 "남북 분단 상황 아닌가. 남북이 대치하는 유일한 특수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최 의원이 "남북 대치 상황 때문에 국정 교과서로 단일한 생각을 갖게 해야 하느냐"고 추궁하자, 황 총리는 "미래 세대가 바른 역사 의식을 갖고 있어야 미래가 진행되고 맡겨질 수 있는 것 아닌가?"라며 "우리 상황을 고려해서 우리에게 가장 적합한 교과서를 학생에게 제공해야 한다"고 답했다.

한국이 유엔 사무총장을 배출한 나라이자 유엔 인권이사회 이사국이라는 지적에 대해서는 "유엔 권고는 우리가 수용하지 않는 것도 있다. 유엔의 여러 권고에 대해 우리가 자율적으로 판단하고, 국민 정서를 감안해 취사 선택하겠다"고 거듭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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