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뻐지기 전에 알아야 할 것

[함께 사는 길] 불필요한 동물실험, 언제까지?

여자라면 예뻐지고 싶고 예뻐 보이고 싶은 게 당연하다. 하지만 우리들의 욕심 때문에 수많은 동물들이 희생되고 고통 받고 있는 사실을 아는가?

동물 175만 마리 화장품 등 실험에 희생

1년에 의약품 및 화장품 개발에 약 175만 마리의 동물들이 희생되고 있다. 동물들 중에 특히 토끼와 설치류들이 실험에 많이 사용된다. 왜 그럴까? 토끼나 설치류들은 다른 동물들보다 인간들이 제압하고 다루기 쉽고 또 유지비용이 적다. 그리고 번식이 빠르기 때문에 또 다른 실험동물을 생산해 내기 쉽다는 이유들 때문이다. 이 모든 것이 인간에게 초점이 맞춰져 있고 오로지 인간에 의한, 인간을 위한 실험으로 설계되어 있다.

토끼들에게 많이 하는 실험으로 드레이즈 테스트(안구와 피부 자극성 실험)가 있다. 화장품 등의 화학물질이 얼마나 독성을 갖는지 실험하기 위해 토끼의 눈에 정기적으로 실험 물질을 떨어뜨려서 그 반응을 측정하는 실험이다. 하지만 토끼들은 사람들과 달리 눈꺼풀이 세 개이고 눈에 이물질이 끼었을 때 흐르는 눈물의 양이 사람보다 적다. 즉, 유해물질이나 이물질이 들어갔을 때에 그것에 대한 반응이 사람과 다르다는 것이다.

피부 자극성 실험을 위해 토끼들의 털을 밀고 일부러 상처를 낸 후 실험 물질을 접촉시키기도 한다. 그 후에 토끼들이 긁지 못하도록 손과 발을 고정시켜 놓는다. 상상이 가는가? 이들의 고통은 정말 말로 할 수 없는 정도일 것이다. 더 화가 나는 이유는 이렇게 실험을 해서 발표한 실험내용이 사람에게 적용되는 비율이 고작 20퍼센트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실험용으로 태어난 동물들이 따로 있을까? 그렇지 않다. 실험동물이라고 인간이 결론을 내리고 이름 짓고 만들어 냈기 때문에 존재하는 것이다. 실험동물로 태어나 빛 한줄기 보지 못하고 평생을 인간을 위한 실험으로만 이용되다 안락사를 당한다. 실험실을 나갈 수 있는 길은 오직 죽음밖에 없는 것이다. 너무 기구한 인생이다. 인간에 의해 태어나고 인간을 위해 살다가 인간에 의해서 죽음을 맞이하는 실험동물들의 삶. 어쩔 수 없는 것일까?

▲ 이탈리아 동물보호협회 ENPA(Ente Nazionale Protezione Animali) 광고. ⓒENPA

신뢰할 수 없는 화장품 동물실험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한다는 명분으로 오랫동안 행해진 화장품 동물실험. 과연 어쩔 수 없는 일일까.

많은 사람들이 물어본다. '그럼 동물실험을 하지 않으면 사람에게 실험을 하란 말이냐?'라고 말이다. 왜 동물실험을 해야만 안전하다고 생각하는가. 인간과 동물은 너무 다르다. 그러므로 동물실험 결과를 인간에게 접목시키는 것은 신뢰할 수 없는 일이다.

흔히 동물실험을 '3U'라고 한다. 비윤리적(Unethical), 불필요(Unnecessary), 신뢰할 수 없음(Unreliable)이다. 동물실험이 비윤리적인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동물들도 우리와 같이 고통, 기쁨, 행복, 분노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생명이다. 주사기가 아프다는 걸 아는 개들은 주사기를 피하기 위해 발버둥을 치고, 온순한 성격의 토끼도 실험용 고정틀에서 벗어나려 몸부림친다. 반복적으로 실험을 당하는 쥐는 스트레스로 인해 자학하거나 자신의 새끼를 잡아먹는다. 단지 과거에 행해져 온 실험 방법이라는 이유로 개선의 노력이 없이 동물실험을 반복하는 것은 비윤리적이다.

동물실험은 불필요하다. 동물실험은 관행적으로 행해지면서 이제는 조직적 체계가 잡혀 더 이상 손쉽게 없애버릴 수 없게끔 되었다. 실험동물을 납품하는 회사들이 생겨나고 실험용품을 생산해내는 회사들도 생겨나며 동물실험을 하는 곳에 로비하며 공생관계가 시작되었다. 동물실험은 과학적 필요가 아닌 관련 업계의 이해관계 때문에 진행된다. 이제는 동물실험이 아닌 동물실험 대안연구를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투자를 할 때이다!

'점점 많은 과학자, 정치가,시민들은 동물실험이 인간의 안전성 확인을 위한 그 목적을 충족시키지 않으며 동물실험 결과를 인간에게 바로 적용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 있습니다.'

독일 동물실험을 반대하는 의사 모임 협회의 수의학 박사 코리나 게릭크(Corina Gericke)가 한 말이다.

동물실험은 신뢰할 수 없다. 동물들에게 실험을 진행하여서 결과를 얻더라도 인간에게 직접적으로 접목할 수 있는 확률은 20퍼센트밖에 되지 않는다. 그리고 인간의 3만여 가지 질병 중 동물들과 공유하는 질병은 겨우 1.16퍼센트밖에 안 된다. 한 화학물질이 인간에게 유해한지 아닌지 알아보기 위해서는 동전 뒤집기를 하여 그 50퍼센트의 찬스에 따라가는 것이 차라리 더 낫겠다는 말을 과학자들이 한다. 이것은 동물실험 결과가 얼마나 신뢰하기 힘든 과학적 연구인지 보여주고 있다.

동물실험은 필요 없다. 화장품을 만들 때 기업에서는 새로운 원료들이 아닌 이미 개발된 수천, 수만 가지의 원료들을 이용하여 화장품을 만들 수 있다. 이미 충분히 안전성이 입증된 원료들이기 때문에 잔인하면서 불필요하기까지 한 동물실험이 필요 없다. 지금 당장 동물실험하는 것을 중단할 수는 없다. 하지만 점차 줄여갈 수 있는 방법들은 많다. 우선 동물실험에 대해서 관심을 갖고 동물실험을 하지 않는 화장품을 찾아서 사용하는 방법이 있다.

ⓒ카라

동물실험 없이 만든 화장품들

우리가 실험동물들을 위해 당장에 할 수 있는 일은 동물실험을 하지 않는 화장품 브랜드를 찾아서 쓰는 것이다. 이미 "우리는 동물실험 없이 화장품을 만든다"고 선언하는 기업들이 등장하고 있다. 동물보호시민단체 '카라'에서는 '착한 회사 리스트'라는 동물실험을 하지 않은 착한 화장품 기업들을 모아 리스트를 만들었다. 리스트 중에서도 3가지 단계로 나눠서 소비자들에게 선택의 권한을 주고 있다.

우리나라도 지난해 12월 31일에 화장품동물실험 금지 법안이 통과됐다. 동북아시아에서는 첫 번째로 화장품 동물실험의 원칙적 금지를 선언한 나라로, 동물복지의 큰 진전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동물실험을 허용한 6가지의 예외조항을 두고 있기 때문에 여전히 동물실험 지속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법이 통과되었지만 이대로 만족할 수는 없다. 우리가 이대로 만족한다면 동물들은 실험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없다. 동물실험이 완전히 금지될 때까지 관심을 가져야 하며 동물실험을 하지 않은 상품들을 사용하여야 완전한 동물실험 금지를 향해 나아갈 수 있다.

조금의 노력과 시간과 의지를 투자하여 화장품 회사에 문의를 하자. 회사는 소비자의 의견을 소중하게 생각한다. 우리가 실험동물에 대해 인지하고 있고, 동물 문제에 충분히 관심이 있다는 사실을 알려야 한다. 소비자의 적극적인 의견이 동물실험 없는 제품 개발의 원동력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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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함께 사는 길>은 '지구를 살리는 사람들의 잡지'라는 모토로 1993년 창간했습니다. 사회적 약자와 생태적 약자를 위한 보도, 지구적 지속가능성을 지키기 위한 보도라는 보도중점을 가진 월간 환경잡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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