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렉시트 넘어 영국 민주주의 자체가 '휘청'

콕스 피살로 출렁이는 여론…영국 사회 혼란·대립 격화될 듯

영국 노동당 조 콕스 하원의원이 백주 대낮에 괴한의 총격에 의해 피살된 사건의 여파로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여부를 묻는 국민투표를 포함해 영국 민주주의 자체에 대한 위기론이 퍼지고 있다.

우선 브렉시트 국민투표가 불확실성의 늪에 빠졌다. 브렉시트 찬반 진영은 콕스 의원의 피살 뒤 모든 선거 캠페인을 전면 중단했다. 23일로 예정된 브렉시트 국민투표일을 일주일 앞둔 시점에 터진 사건으로 사회적 혼란이 불가피해졌기 때문이다. 찬반 진영의 감정 대립이 연쇄 폭력을 부를지 모른다는 우려도 있다.

전반적으로 영국 언론들은 피살된 콕스 의원에 대한 동정론이 일어 극우진영이 주도하는 브렉시트 찬성론이 타격을 입을 것이란 반응을 쏟아내고 있다.

피살된 콕스 의원이 브렉시트 반대 입장을 펴왔고, 목격자들의 증언을 토대로 용의자인 토미 메이어가 콕스와의 '정치적 성향' 차이로 범행을 저질렀단 정황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콕스의 사망 소식이 전해지자 하락세를 보이던 영국 파운드화는 16일 큰 폭으로 반등했다. 금융시장이 EU 잔류론이 힘을 얻을 것이란 전망에 반응하고 있다는 뜻이다.

영국 최대 베팅업체 베트페어에 따르면, 사건 전만 해도 영국이 EU에 잔류할 가능성을 57.8%로 전망했으나 사고 이후엔 이 비율이 63.7%까지 올라간 것으로 집계됐다.

당국의 수사가 진행되고 있지만 정확한 범행 동기가 아직 밝혀지지 않아 용의자의 과거 전력도 입길에 오르고 있다.

<텔레그래프>와 <파이낸셜타임스> 등은 용의자 동생의 증언을 토대로 메이어에게 "정신질환 병력이 있다"고 보도했다. 메이어가 10년 전 올린 블로그 글을 바탕으로 극우 성향의 잡지 구독자라고 전하기도 했다.

또한 미국의 인권단체 남부빈곤법률센터(SPLC)는 홈페이지에서 메이어가 미국 내 신나치주의자 단체인 '국가동맹(NA)' 지지자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충격적인 사건의 여파로 인한 여론의 즉각적인 쏠림이 투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예단할 수 없다는 신중론도 있다.

<로이터>는 콕스 의원이 괴한의 총격에 사망하는 사건으로 브렉시트 투표의 결과를 더욱 예상하기 힘들어졌으며 이전보다 더욱 예측 불가능한 상황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번 사건이 EU 잔류를 위한 동정 여론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지만, 이 또한 알 수 없다는 것이다.

웨스트민스터 대학의 스티븐 바넷 교수는 "이번 총격 테러가 사람들에게 EU 잔류에 약간 더 생각하게 할 것으로 보지만 투표에 있어 대중 여론에 영향을 미칠지를 추측하는 것은 너무 이르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이번 사건은 브렉시트 국민투표 문제를 넘어 영국 사회의 어두운 이면을 드러냈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나왔다.

<가디언>은 이번 사건을 "인간성과 이상주의, 민주주의에 대한 공격"이라고 규정하며 "사람들이 서로 다른 차이 속에서 편안하게 공존하는 것보다 더 이상적인 사회가 무엇인가"라고 개탄했다. <텔레그래프>도 "콕스에 대한 공격은 민주주의 전체에 대한 공격"이라고 했다.

이처럼 직접민주주의를 상징하는 국민투표를 코앞에 두고 민주주의의 근간을 허문 사건이 발생한 탓에 일각에선 브렉시트 국민투표 자체가 연기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투표 연기가 오히려 찬반 진영의 대립을 격화시킬 것이란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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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경구

2001년에 입사한 첫 직장 프레시안에 뼈를 묻는 중입니다. 국회와 청와대를 전전하며 정치팀을 주로 담당했습니다. 잠시 편집국장도 했습니다. 2015년 협동조합팀에서 일했고 현재 국제한반도팀장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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