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의원 총격 살해범이 외친 "브리튼 퍼스트"는?

브렉시트 연관성 밝혀지면 영국 사회 분열 불가피

조 콕스 영국 노동당 하원의원이 16일(현지시간) 대낮에 괴한의 총격으로 살해된 사건이 벌어져 영국과 유럽이 충격에 빠졌다.

경찰은 사건 직후 52세 남성을 용의자로 체포해 조사 중이지만 정확한 범행 동기는 아직 밝혀지지 않은 상태다.

웨스트요크셔 경찰은 "체포된 용의자는 52세 남성 토미 마이어이며 조사가 진행 중이다"며 "다른 인물은 없다"고 밝혀 단독 범행임을 시사했다.

이번 사건이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여부를 묻는 국민투표를 코앞에 두고 벌어진 데다, 콕스 의원이 EU 잔류 입장을 표명해 온 인사라는 점에서 브렉시트 논란과 관련이 있을 것이란 추정이 나오고 있다.

게다가 범인이 범행 당시 "브리튼 퍼스트"(Britain First·영국이 우선)라고 외쳤다는 목격자들의 증언이 나오면서 극우단체 '브리튼 퍼스트'와의 연관성도 의심받는 상황이다.

현재로선 범인이 '브리튼 퍼스트'를 실제로 외쳤는지, 외쳤다면 단순한 구호인지 특정 단체를 지칭하는지도 불분명하다. '브리튼 퍼스트'는 2011년 극우정당인 영국국민당(BNP)에 몸담았던 전직 당원들이 결성한 단체다.

이 단체를 이끌고 있는 폴 골딩은 사건 뒤 홈페이지에 올린 공식 입장을 통해 "브리튼 퍼스트는 콕스 의원 피습 사건과 관련이 없으며 절대로 그런 행동을 부추기지 않는다"고 연관성을 부인했다.

그는 "조 콕스 의원은 영국의 EU 잔류 캠페인을 펼쳤다"며 "용의자가 '브리튼 퍼스트'라고 외쳤다면 이는 우리 단체 이름이 아니라 캠페인 슬로건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만일 수사 결과 범행 동기가 브렉시트 찬반 논쟁과 관련된 것으로 드러나면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국민투표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투표와 별개로 영국사회 전체가 극심한 분열로 치달을 가능성도 있다.

이런 가운데 브렉시트 캠페인 중단을 선언한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는 "콕스 의원의 사망은 너무나도 비극적이고 충격적인 소식이라며, 우리는 대단한 양심을 가진 위대한 인물을 잃었다"고 애도했다.

지난 총선에서 콕스 의원을 직접 추천한 제러미 코빈 노동당 당수는 "노동당 가족들은 물론이고 온 나라가 끔찍한 살해 소식에 충격과 슬픔에 잠겨 있다"고 했다.

브렉시트 반대 진영도 콕스 의원의 피습 소식이 전해진 뒤 이날 예정된 캠페인을 중단한 데 이어 17일에도 캠페인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브렉시트 찬성 캠페인을 이끌어온 보리스 존슨 전 런던 시장은 콕스 의원의 죽음에 애도를 표하며 버스 투어 캠페인을 중단했다.

한편 총격으로 사망한 콕스 의원은 지난해 배이틀리·스펜 지역구에 출마해 43%의 득표율로 당선된 초선 의원이다. 국제 구호 기구인 옥스팜의 정책위원장, 노동당 전국 여성 네트워크 전국 의장 등을 역임했다. 2009년에는 세계경제포럼(다보스포럼)에서 '젊은 글로벌 리더'로 선정될 정도로 당내에서도 전도유망한 여성 정치인으로 꼽혀 왔다.

공장 노동자의 딸로 태어난 그녀는 케임브리지대학에서 정치사회학을 공부했으며 두 아이의 엄마로 알려졌다.

콕스 의원의 남편 브렌단 콕스는 이날 성명을 통해 "나와 조의 친구들, 가족들은 우리 삶의 모든 순간을 사랑하고 우리의 아이들을 돌보고 조를 살해한 증오에 맞서 싸워왔다"며 "조가 지금 이 순간 무엇보다 바라는 게 있다면 우리 소중한 아이들이 충만한 사랑을 받고, 우리 모두가 그녀를 살해한 증오에 맞서 싸우는 것일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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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경구

2001년에 입사한 첫 직장 프레시안에 뼈를 묻는 중입니다. 국회와 청와대를 전전하며 정치팀을 주로 담당했습니다. 잠시 편집국장도 했습니다. 2015년 협동조합팀에서 일했고 현재 국제한반도팀장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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