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상태 잡겠다?…'MB 검찰'의 직무유기 5년

[기자의 눈] 대우조선 부실 5조 원…누구 책임인가?

검찰이 대우조선해양 비리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현재 보도되는 내용을 보면 남상태 전 대우조선해양 사장이 주 목표인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묘한 일이 있다. 현재 남 전 사장을 둘러싼 의혹은 이미 5년 전에 검찰 수사 대상이었기 때문이다. 그 때는 실패했던 수사가, 다시 진행되고 있다. 검찰의 칼날은 매우 날카로워 보인다.

16일자 <조선일보>를 펼쳐 보자.
검찰 부패범죄특별수사단(단장 김기동)은 남상태 전 대우조선해양 사장이 사장으로 재직하면서 친구가 운영하는 회사에 특혜 계약을 몰아주는 대가로 수억원의 뒷돈을 받은 혐의를 잡고 수사 중인 것으로 15일 확인됐다. () 특별수사단이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수사에 착수한 뒤 남 전 사장의 구체적 비리 혐의를 잡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또 정씨는 특별수사단이 처음 구속영장을 청구한 사례다.

남 전 사장은 지난 2007년 대학 동창인 정 씨로부터 수억원을 받고 정씨가 운영하는 휴맥스해운항공의 계열사인 인터렉스메가라인과 티피아이메가라인에 10년간 독점 사업권을 주는 특혜 계약을 맺게 해줬다고 검찰은 말했다. 정 씨는 경쟁입찰이 아닌 수의계약으로 해당 계약을 따냈다. 이는 남 전 사장의 지시 때문에 빚어진 일이라는 게 검찰의 입장이다. () (관련기사 : 남상태 前사장, 특혜 대가로 수억원 받은 혐의)
그리고 다음은 2011년 11월 9일자 <프레시안> 기사 일부다.

"검찰, 대우조선해양 비자금 의혹 포착해놓고 수사 안 해"

강 의원은 새로운 의혹도 제기했다. 그는 "대우조선해양이 인터렉스메가라인과 HX메가라인을 설립해 8년치 물량을 몰아줘 자금 세탁을 했다는 것을 검찰이 포착했지만 아무 조사도 하지 않고 덮었다"며 대우조선해양의 비자금 조성 의혹을 제기했다.

두 회사는 모두 2007년에 설립됐는데, 강 의원 측은 "비슷한 일을 하는 회사인데, 둘 중 하나는 유령 회사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권(재진 법무부)장관이 "처음 듣는 얘기"라고 말하자 강 의원은 "보고를 받고 나한테 보고하라"고 말했다. (관련기사 : 권재진 "남상태 한번도 조사 안해"…검찰 부실 수사?)
<프레시안>은 당시 인터렉스메가라인 관련 현재 검찰 조사에서 드러나고 있는 내용을 제보 받았었다. 그러나 대우조선해양 측은 "비자금 조성은 사실이 아니다"고 했고 검찰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검찰이 해당 사안을 이미 조사했었다는 주장까지 나왔지만, 권재진 당시 법무부 장관은 모르쇠로 일관했다. 권 전 장관은 국회에 출석해 "남상태 사장 조사 안 했죠"라는 질문에 "네"라고 답하기도 했다.

검찰은 유독 대우조선해양에 대해 석연치 않은 수사를 해 왔다. <프레시안>은 역시 5년 전인 2011년 검찰의 수사 기록을 입수해 검찰이 지난 2007년 10월 경 '디에스온' 최대 주주이자 대우조선해양건설 전무인 이창하 씨로부터 "남 사장의 유럽 출장 중, 남 사장에게 2만 유로를 지급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는 내용을 확인했다.

그러나 검찰은 2만 유로에 대해 "청탁 (명목)이 아니다"라는 이창하 씨의 진술을 받고 수사를 더 이상 진행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물론 이같은 뇌물죄는 현재, 모두 공소시효가 지났다. 그러나 해당 의혹이 제기됐던 당시에는 공소시효가 살아 있었다. (관련기사 : 검찰, "남상태에 2만 유로 건넸다"는 진술 '폐기') 결국 부실 수사 의혹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최근 검찰이 수사에 열을 올리고 있는 남 전 사장 측근, 이창하 씨 관련 의혹도 이미 5년 전에 제기된 것들이다. 다음은 이틀 전인 14일자 <동아일보> 기사다.
대검찰청 산하 부패범죄특별수사단은 남상태 전 대우조선해양 사장(66)의 측근 이창하 씨(60)가 실소유주인 건축업체 '디에스온'이 남 전 사장 임기 동안 대우조선해양 관계사들로부터 300억∼500억 원대 고정 매출을 올린 사실을 확인하고 경영진의 비호나 특혜가 있었는지 확인 중이다.

2007년 설립 이후 2013년까지 이 씨가 67.55%, 대우조선해양건설이 32.45%의 지분을 보유해온 디에스온은 대우조선해양 계열사 사옥 건설 등을 따내며 설립 첫해에 22억 원이던 매출이 이듬해부터 380억∼710억 원으로 급증했다. 그러나 2012년 남 전 사장이 물러나자 600억 원에 달했던 관계사와의 거래가 뚝 끊겼고 100명이던 임직원 수도 이듬해 10명으로 줄었다.

검찰은 이 씨와 남 전 사장의 '수상한 관계'에 주목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건설은 2006년 2월 남 전 사장이 모회사 대표에 내정된 직후 이 씨 소유의 J건설을 인수하고 이 씨를 관리총괄 전무로 임명했다. (관련기사 : "대우조선, 前임원 대주주인 회사에 6년간 일감 2300억원어치 몰아줘")
그리고 다음은 <프레시안>의 2010년 7월 9일자 기사다.

대우조선해양, 이창하 소유 회사 인수한 뒤 영입

사건의 전말은 이렇다. 2006년 2월 14일 대우조선해양에 남상태 사장이 내정된 직후인 2월 22일, 자회사인 대우조선해양건설이 이창하 씨 소유의 장유종합건설을 인수했다. 대우조선해양건설은 그해 4월 21일 이 씨를 대우조선해양건설의 관리총괄전무로 임명했다. 특혜 의혹은 여기에서부터 시작된다.

이후 2007월 4월 19일 대우조선해양건설은 자본금 5억 원 규모로 인테리어 사업 등을 목적으로 하는 '디에스온(DSON, 당시 사명은 '이창하홈')'이라는 자회사를 만든 뒤 이창하 씨에게 지분율 51%를 몰아주고 대주주로 세웠다. 대우조선해양의 손자회사를 이 씨가 맡게 된 셈이다. 이후 대우조선해양건설은 이 씨의 지분율을 67.55%까지 끌어올려줬다. 이 과정에서 당연히 대우조선해양건설의 지분율은 줄어들었다. ()

대우조선해양-대우조선해양건설의 '물량 몰아주기'

대우조선해양과 대우조선해양건설을 '물량 몰아주기'를 통해 '디에스온'을 비약적으로 키웠다. 2007년도 '디에스온'의 영업이익은 -3억 500만 원을 기록했지만, 2008년도에는 무려 62억 1500만 원(영업이익률 16.07%)을 기록했다. 2009년의 영업이익도 68억 2100만 원(영업이익률 15.9%)에 달했다. 같은 시기 대우조선해양건설의 영업이익률은 1.96%(2008년)~4.5%(2009년)에 그쳤다.

이 사이 '디에스온' 매출 내역을 보면, '디에스온'의 모기업인 대우조선해양과 대우조선해양의 자회사인 대우조선해양건설로부터 뽑은 매출 비중이 전체 매출의 88.9%(2008년도)를 차지했다. 2009년도엔 전체 매출의 90.9%가 두 회사로부터 수주받은 물량이었다.() (관련기사 : 대우조선해양과 건축가 이창하 씨의 '수상한 관계')

비슷한 내용의 의혹이다. 5년의 시간을 두고 같은 문제가 여전히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대우조선해양 부실 사태는 이미 5년 전, 아니 그 이전부터 예견돼 왔었다. 그러나 검찰은 당시에 사실상 아무것도 밝혀내지 못했다.


심지어 2008년 9월 3일 대우조선해양은 갑자기 감사실을 폐지하면서 신대식 당시 감사실장을 사실상 해고했다. 감사실장이 해고됐는데도 산업은행과 검찰은 별다른 주목을 하지 않았다. 신 전 실장은 당시 대우조선해양과 협력업체 간 부당거래 가능성을 끊임업이 경고해 왔었다. 신 전 실장은 이후 해고 무효 소송에서 승리한다. (관련기사 : 신대식, 업무상 배임도 '무혐의'…증폭되는 의혹들)

5년 전 무능했던 검사의 능력이, 5년 후 일취월장한 것인가? 5년 전 검찰이 포착하지 못한 것을, 5년 후 검찰은 포착해 낸 것인가? 5년 동안 변한 상황이 하나 있다. 당시에는 5조 원대 부실을 발견하지 못했고, 지금은 아니라는 것이다. 5년간 검찰이 손을 놓고 있을 동안, 대우조선해양은 곪을대로 곪았다. 국가 경제까지 위협하고 있는 수준이 됐다. 감독 기관인 산업은행은 오히려 대우조선해양을 뜯어먹기 바빴고, 검찰은 부실수사로 암덩어리를 키워 왔다.

여기에서 검찰과 전임 정권의 책임은 없는지 따져 볼 일이다.

결국 대우조선해양 사건의 본질은 이렇다. 이미 2009년 검찰은 대우조선해양 수사를 통해 대부분의 비리를 잡아낼 수 있었다. 그러나 당시 이명박 정부 하에서 제대로 진행된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검찰이 하지 못했다면 무능했다는 것이고, 하지 않았다면 정권의 눈치를 봤다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지금 진행되는 대우조선해양 수사는 검찰의 '성과'로 볼 수 있는 게 아니다. 오히려 검찰의 부끄러운 역사를 드러내게 하는 것이다. 물론 지금이라도 바로잡는 것은 중요하다. 그 다음 검찰은 7년 전엔 왜 부실수사를 했는지, 5년 전엔 왜 쏟아지는 의혹에 침묵했는지 스스로 밝혀야 한다.

▲ 이명박 전 대통령과 권재진 전 법무부장관(청와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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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열

정치부 정당 출입, 청와대 출입, 기획취재팀, 협동조합팀 등을 거쳤습니다. 현재 '젊은 프레시안'을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쿠바와 남미에 관심이 많고 <너는 쿠바에 갔다>를 출간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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