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수석 '갑질' 논란에 '발끈'…서강대생들 잘못?

이례적으로 긴 해명문 "정정보도 안하면 경향신문 제소"

현대원 신임 청와대 미래전략수석비서관이 서강대학교 교수 시절 학생들에게 박근혜 대통령 홍보 영상을 만들도록 지시했다는 <경향신문>보도에 대해, 현 수석이 "정정보도가 수용되지 않을 시 개인 차원에서 언론중재위원회에 제소하겠다"고 밝혔다.

현 수석은 13일 청와대 출입기자들에게 '일부 언론 보도 관련 입장'이라는 제목의 글을 보내왔다. 청와대 수석이 개인 명의로 장문의 해명 자료를 내는 것은 이례적이다.

앞서 <경향신문>은 현 수석이 서강대 교수 재직 시절 영상 제작 동아리 지도교수를 맡으면서 지난 2012년, 해당 동아리 소속 학생 ㄱ씨에게 "박 대통령 후보 이미지 메이킹용 영상을 만들어달라"는 지시를 했다고 이날 보도했다.

이 신문에 따르면 해당 영상은 박 대통령의 유머와 패션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다고 한다. 이 신문은 "ㄱ씨는 불이익이 두려워 당시 동아리 지도교수인 현 수석의 제안을 거절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ㄱ씨는 영상제작 대가로 5만 원을 받았다고 한다"고 전했다.

'열정페이' 의혹도 제기됐다. 현 수석이 이 프로젝트를 2014년 가을부터 2015년 여름까지 진행하며 학생 4명을 참여시켰고, 프로젝트 전에 학생들에게 각각 30만 원을 지급하기로 약속했음에도 실제 임금은 1년이 지난 올해 2월에 지급됐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현 수석이 "단순히 돈 받으려고 이 일을 한 것이냐. 너희에게 교육을 하고 경험 쌓을 기회를 준 것"이라며 학생들을 타박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이 신문은 "현 수석에게 답을 듣기 위해 10차례 연락을 시도했으나 닿지 않았다"고 했다.

일부 사실 관계는 인정교수로서 학생들과 '시각차' 보여

현 수석은 이 보도가 나간 후 입장을 냈다. 현 수석은 "본 기사는 기본적인 사실관계조차 왜곡한 명백한 허위기사"라며 "'학부생을 동원해 홍보영상 제작을 지시'했다는 보도내용은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지만, 일부 사실 관계는 인정했다.

특히 박 대통령 관련 동영상 제작을 제안한 부분, 학생들에게 임금이 뒤늦게 지급된 부분은 일부 인정했다.

현 수석은 "영상 제작은 평소 '아들'이라 부를 만큼 가깝고 아끼는 제자에게 '박근혜 후보의 면모를 젊은이의 시각으로 만들어보면 개인적으로 좋은 경험이 되지 않겠느냐'는 교육적 차원의 제안을 한 것이지, 동아리 전체 학생들에게 지시하거나 동원한 사실은 없다. 영상물 또한 교육적 차원에서 만든 것이기에 따로 활용한 사실은 없다"고 주장했다.

현 수석은 '열정 페이' 의혹에 대해서도 "모든 프로젝트가 끝난 뒤 정산 과정에서 저는 늘 하던 방식대로 동아리 국장에게 학교 측과 상의해 참여 및 기여도 등을 고려해 자율적으로 정산토록 했으나, 이 과정에서 초기 파일럿 제작 참여 학생들이 일시적으로 누락되었다"고 해명했다. 현 수석은 이를 동료 학생 간의 정산 실수라고 표현했다.

그는 "파일럿 제작 참여학생들이 이메일을 통해 '노동착취', '임금체불' 등의 격한 언어로 항의를 해와, 사실관계 확인도 없이 과격한 표현으로 본인들 주장만 하는 학생들을 지도하고 잘못을 깨우치도록 하기 위해 불러서 엄하게 꾸짖었다"고 했다. 학생들을 '타박'한 것 역시 일부 사실이라고 인정한 셈이다.

그러나 현 수석은 "'2014~2015년 프로젝트'에서 '임금이 지연'되고 '임금을 받지 못한 학생들의 불만제기에 타박을 했다'는 보도내용 역시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했다. 현 수석은 "학생들을 조직적으로 동원한 적도 없으며, 임금지불이 지연된 것도 학생들의 자율적 정산명단 작성과정에서 누락된 것에 기인한 것"이라고도 했다.

사실 관계는 일부 인정하면서도 <경향신문>이나 학생들의 주장이나 표현법 등에는 동의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는 교수와 학생의 시각 차이에서 비롯된 문제인 것으로 보인다.

학생들은 '타박'으로 느끼고 있는데 현 수석은 '꾸짖었다'고 표현한 부분에서 시각차가 느껴진다. 또한 학생들은 임금 미지급 부분을 '임금 체불', '노동 착취'로 보고 있는데, 교수의 위치에 있던 현 수석은 이를 "격한 언어", "과격한 표현으로 본인들 주장만 하는 학생"으로 보고 있는 셈이다. '지도교수'로서 이같은 태도가 이른바 '갑질'이 아니냐는 지적은 충분히 나올 수 있는 부분이다. 학생들에게는 지도교수의 태도가 '권위주의적'으로 느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현 수석이 "'2014~2015년 프로젝트'는 후보 홍보영상이 아닌, 2014년 학교 가족 기업에서 의뢰받은 '요리를 통한 어린이 인성교육' 프로젝트"라고 한 부분은 사실 관계 다툼의 여지가 있다. <경향신문>은 이 프로젝트 역시 박 대통령과 연관된 프로젝트라고 보도했기 때문이다.

현 수석은 "(해당 기사는) 제가 몸담았던 서강대학교와 제 개인의 명예에 직결된 문제로, 학교 차원에서 대응도 있을 것으로 안다. 저 역시 잘못된 사실을 적시한 해당 언론사에 정정보도를 요구하며, 수용되지 않을 시 개인차원에서 언론중재위원회에 제소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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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열

정치부 정당 출입, 청와대 출입, 기획취재팀, 협동조합팀 등을 거쳤습니다. 현재 '젊은 프레시안'을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쿠바와 남미에 관심이 많고 <너는 쿠바에 갔다>를 출간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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