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친위대 어버이연합, 21세기 서북청년단"

[토론회] "대통령 눈치 보는 검찰, 수사 의지 있나"

"10년 묵은 패악 집단, 박근혜 정부 와서 더 심해졌다"

보수단체 '어버이연합'을 두고 하는 말이다. 세월호 집회, 일본군 '위안부' 집회, 노동자 파업 대회, 퀴어문화축제 등 가리지 않고 등장해 훼방을 놓았다. 현 정부 들어 이 단체의 활동이 더욱 왕성해진 것은 청와대와 전국경제인연합회의 든든한 뒷받침 덕이었다. 언론 보도를 통해 알려진 이들 사이의 검은 카르텔은 지금 대한민국이 겪고 있는 민주주의의 위기를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어버이 연합 게이트' 실체 규명 및 대책 마련을 위한 국회 토론회가 열렸다.

발제를 맡은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21세기에 이런 주제로 토론회를 하게 될지 몰랐다"는 탄식으로 말문을 열었다.

한 교수는 어버이연합을 과거 서북청년단에 비유했다. "제1공화국 출범을 전후해 가공할 폭력을 행사했던 서북청년단이 반공체제의 구축을 위한 전위대로서의 역할을 했다면, 어버이연합은 이렇게 구축된 반공 국가의 재생산을 위한 교두보를 마련하는 사적 대리인으로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 교수는 "어버이연합의 활동은 그동안 국정원이 중심이 되어 수행해왔던 대국민 심리 전술의 연장선상"이라고 평가하며, "어버이연합이 수행했던 사회적 분열과 갈등 조성의 역할들은 해방 이래 지속되어 온 반공 지상주의를 등에 업은 기존의 정치세력들이 영구히 지속가능하게끔 만든다"고 우려했다.

이어 어버이연합의 폭력적 불법적 행위에 대해 "절차적 민주주의에 아주 사소한 균열을 내는 일에 불과하다"면서도 "그러나 크게 볼 때, 87년 체제가 어렵사리 마련한 절차적 민주주의 내지는 민주주의의 최소 강령 자체를 위태롭게 하고 있다"고 했다.

한 교수는 마지막으로, 검찰을 향해 어버이연합과 청와대, 전경련 등에 대한 철저한 수사를 요청하는 동시에 어버이연합의 실질적인 배후 세력으로 자처하고 나서서 조작을 이끌어내었던 보수 언론 연합의 행태에도 주목할 것을 주문했다.

▲'어버이연합 게이트' 실체 규명 및 대책 마련을 위한 국회 토론회. ⓒ프레시안(서어리)

"대통령 눈치 보는 검찰, 어버이연합 게이트 수사 의지 없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에서 사법위원장을 역임했던 이재화 변호사는 '어버이연합 게이트'에 연루 단위들의 범죄 목록을 밝혔다.

이 변호사는 "청와대와 국정원이 전경련 등에 영향력을 행사해 전경련 등으로 하여금 어버이연합에 자금을 지원하도록 했다면 청와대나 국정원 소속 직원의 행위는 형법상 직권 남용죄"라고 했다. 이어 "청와대와 국정원이 '맞불집회'를 지시했다면 이는 집회및시위에관한법률상 집해방해죄의 교사범이 되고, 전경련 직원과 어버이연합 관계자의 맞불집회 행위는 집회방해죄의 정범이 된다"고 했다. 또 "전경련 해당 직원이 사회협력기금을 그 목적 외에 어버이연합의 관제집회에 제공한 것은 업무상 배임죄 내지 업무상 횡령죄가 되고, 차명계좌로 자금을 지원한 행위는 금융실명제 법 위반"이라고 밝혔다.

이 변호사는 검찰이 현재 관련자 소환이나 압수수색조차 하지 않고 있다며, "검찰이 박근혜 대통령의 눈치를 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박 대통령은 지난 4월 언론사 보도 편집국장 간담회에서 청와대의 어버이연합 집회 지시 의혹에 대해 "사실이 아니라고 보고 받았다"고 말한 바 있다.

이 변호사는 "수사하지 말라는 가이드라인을 대통령이 제시한 것"이라며 "소신껏 국정원 댓글 수사를 하던 채동욱 검찰총장이 혼외자 사건으로 쫓겨나는 것을 본 검찰이 소신껏 수사를 할 수 있겠느냐"며 회의적인 태도를 드러냈다.

이 변호사는 어버이연합 게이트의 진상 규명을 하기 위해선 특별검사제도가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동시에, 국회를 향해 청문회와 국정조사를 요청했다. 아울러 이번 사건을 계기로 비영리민간단체지원법을 개정해, 행정자치부가 정권 안보용으로 보수 단체에 금전적 지원을 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경찰, 어버이연합 집회는 한 번도 '불허' 없었다"

더불어민주당 '어버이연합 등 불법자금지원 의혹규명 진상조사 TF' 소속 박주민 의원은 이날 "경찰이 어버이연합의 집회 신고를 단 한 번도 불허한 적이 없었다"고 밝혔다.

박 의원 측이 9일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집회시위 신청 및 불허 현황' 자료에 따르면, 최근 3년 동안 어버이연합의 집회 신고 건수는 모두 3580회였으며, 경찰이 이에 대해 '금지 통고', 즉 '불허'를 한 적은 한 번도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현행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은 집회를 신고제로 규정한 만큼, 경찰이 어버이연합 집회 신고에 대해 금지 통고를 하지 않을 수 있다. 문제는 경찰이 자의적 판단에 따라 금지 통고를 한다는 점이다. 경찰은 2014년 세월호 집회 신고 61건에 대해 모두 불허했다.

박 의원은 "특정 집단에 대해서만 다르게 취급하는 것은 명백한 재량권 남용"이라며 "최근 경찰이 야간 옥외집회에 대한 입법을 직접 추진하겠다고 밝힌 것은 집회에 대한 경찰의 장악력을 강화하겠다는 의도로 경찰이 아닌 국회가 입법을 추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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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어리

매일 어리버리, 좌충우돌 성장기를 쓰는 씩씩한 기자입니다. 간첩 조작 사건의 유우성, 일본군 ‘위안부’ 여성, 외주 업체 PD, 소방 공무원, 세월호 유가족 등 다양한 취재원들과의 만남 속에서 저는 오늘도 좋은 기자, 좋은 어른이 되는 법을 배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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