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옥시 사태, 막을 수 없다

[토론회] 가습기 살균제 참사와 20대 국회의 당면 과제

옥시, 세퓨 등 시중에 유통되는 가습기 살균제에는 병원균과 세균뿐 아니라 사람도 죽이는 유해성 살생물제가 함유돼있었다. 그렇다면 가습기 살균제 참사로 온 나라가 시끄러운 지금, 또 다른 유해성 가습기 살균제의 출현을 막을 수 있을까. 전문가들의 대답은 '아니오'다.

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가습기 살균제 참사와 20대 국회의 당면 과제' 토론회에 참석한 환경 보건 전문가들은 지금의 생활 화학 용품 관리 방식으로는 소비자의 안전을 담보할 수 없다며 20대 국회에서 관련 법을 보완할 것을 촉구했다.

이종현 EH R&C 환경보건안전연구소장은 "가습기 살균제 참사는 가습기라는 소비자 제품에 살균제라는 화학 물질을 사용했는데, 화학 물질 용도의 안전성이 사전에 검증되지 않아 발생한 유례없는 소비자 제품 화학 물질 안전 사고"라고 했다.

이 소장은 "가습기 살균제 참사는 '품질 경영 및 공산품 안전 관리법(품공법)'과 '유해 화학 물질 관리법(화물법)' 모두가 부실해서 발생한 사건"이라며 "현재의 '화학 물질 등록 및 평가에 관한 법률(화평법)'으로도 재발을 방지하기 힘든 상황"이라고 밝혔다.

품공법은 일부 공산품에 한정돼 관리 공백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으며, 화평법은 살생 물질 관리에 허점이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 소장은 "가령 은나노 입자 같은 경우 살균력이 강력한 반면 흡입 독성이 강하다고 알려져 있다"며 "그러나 지금 은나노 제품을 가습기 살균제에 사용하는 걸 막을 수 있는 규정은 없다"고 말했다.

또 페브리즈 등 흡입 독성 자료가 없는 상태에서 안전성이 제대로 검토되지 않은 화학 물질에 대해서도 전면적인 실태 조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 특별 관리가 필요한 소비자 제품에 대한 사전 허가 방식의 관리 제도 도입 △ 소비자 제품에 대한 사전 등록 제도 도입 △ 기존 화학 물질에 대한 등록·평가 전면적 재검토 △ 흡입 독성 자료 없는 물질에 대한 스프레이류 제품 사용 차단 등을 주문했다.

이호중 환경부 환경보건정책관은 "살생물 성분이 함유되어 있으나 다른 법에서 관리되지 않는 제품을 화학 물질 등록 및 평가에 관한 법률상 위해 우려 제품으로 연내 추가 지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 살생 물질과 소독제나 살균제 등 살생 물질 제품을 연계 관리해 사각지대를 해소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안종주 환경보건시민센터 운영위원은 가습기 살균제 피해 사건의 사회 문화적 배경을 짚어 주목 받았다. 안 위원은 "왜 유독 한국에서만 가습기 살균제가 필수 용품처럼 널리 사용됐을까"라는 물음을 던졌다. 그는 "세균에 대한 지나친 공포 문화, 특히 언론의 일그러진 세균 공포 심어주기가 그 원인"이라며 "세균을 올바로 바라보는 시각이 중요하며, 건강에 대한 지나친 관심이 되레 건강을 망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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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어리

매일 어리버리, 좌충우돌 성장기를 쓰는 씩씩한 기자입니다. 간첩 조작 사건의 유우성, 일본군 ‘위안부’ 여성, 외주 업체 PD, 소방 공무원, 세월호 유가족 등 다양한 취재원들과의 만남 속에서 저는 오늘도 좋은 기자, 좋은 어른이 되는 법을 배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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