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러, 미-중 '일촉즉발'…신냉전 '화약고' 터지나

중동, 동유럽, 남중국해 곳곳서 군사 대치

최근 미국과 러시아, 미국과 중국 사이에 심상치 않은 충돌 징후가 동시다발적으로 포착되고 있다. 분쟁의 열점은 중동, 동유럽, 남중국해다. 신(新)냉전이 국지전으로 번질 가능성까지 거론된다. 이들 나라들 사이의 군사적 갈등 속에 북한 핵문제가 얽혀있는 한반도 역시 안전을 장담할 처지가 아니다.

중동

수니파 무장조직 이슬람국가(IS)의 근거지인 이라크의 팔루자와 모술, 시리아의 락까에서 반(反)이슬람세력의 탈환전이 일주일째 전개되고 있다. 미국과 러시아가 IS 퇴치전에 손을 잡았다. 하지만 목적이 다르다. IS 퇴치전은 2011년부터 시작된 시리아 내전과 결부되어 있다.

IS 퇴치전에서 국제연합군을 이끄는 미국은 쿠르드 민병대를 지원한다. 쿠르드족은 미국의 공습 지원 아래 IS와의 지상전에서 승리를 거듭하며 점령지를 넓혀왔다. 나라가 없는 중동 최대 민족인 쿠르드족의 염원은 독립국가다. 이미 지난 3월 쿠르드족은 시리아 북부에서 자치 연방정부를 선언했다.

쿠르드족은 IS 퇴치를 위해 미국이 선택한 전략적 파트너다. 미국은 오랫동안 시리아의 바샤르 알 아사드 정권의 붕괴를 노려왔다. 미국은 아사드 대통령 퇴진이 시리아 내전 종식의 전제조건이라는 입장이다.

반면 러시아와 시아파 맹주인 이란은 아사드 정권을 지지한다. 아사드 정권과 동맹관계인 러시아는 IS 격퇴전에서도 시리아 정부군을 지원한다. 2일 <알자지라방송>에 따르면 러시아는 지상군 투입까지 검토하고 있다.

안드레이 표도로프 러시아 전 외무차관은 "러시아가 지상전에 개입하면 긍정적인 반응이 나올지, 아니면 평화협상을 복잡하게 하고 미국과 갈등을 빚을지 등 진지한 의문들이 나오고 있다"고 밝혔다.

이렇듯 IS 퇴치전은 큰 나라들을 배후로 한 대리전이다. 아사드 정권 붕괴와 중동에서 이란을 고립시키려는 미국, 시리아 사태에 개입해 중동 영향력을 확보하고 국제사회에서 주요국 지위를 회복하려는 러시아의 셈법이 부딪힌다. 공동의 적인 IS 격퇴전이 성공하더라도 중동 정세가 안정될 거란 전망을 아무도 하지 않는 이유다.

동유럽

발칸반도 북동쪽에 위치한 루마니아도 화약고다. 지난 12일 미국이 러시아의 코앞 루마니아에서 나토(NATO)의 미사일 방어(MD) 시스템을 본격적으로 가동했다. 미국이 내세우는 명분은 "이란을 포함한 중동 지역에서 발사되는 탄도미사일을 요격하기 위한 것"이다. 폴란드에도 2018년 전력화를 목표로 또 다른 MD 기지가 건설되고 있다.

하지만 러시아는 "루마니아의 미국 MD 시스템은 러시아에 대한 직접적 위협이며 이 시스템은 이란이 아닌 러시아를 겨냥한 것"이라고 반발했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MD 시스템이 구축된 이상 이것이 러시아에 주는 위협을 제거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할 것"이라며 "세계 안보 시스템을 흔드는 또 다른 행보이며 새로운 군비 경쟁의 시작"이라고 했다.

실제로 지난 2014년 크림반도의 러시아 병합 이후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는 나토와 러시아의 갈등 수위는 지속적으로 고조되어 왔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접경 지역에 군사력을 증강하고 수시로 군사훈련을 펼쳐왔고, 미국과 나토 역시 러시아에 대한 무력 시위로 대응했다.

그 일환으로 미국, 영국, 독일, 네덜란드 등 10개 나토 회원국은 지난 2일부터 발트해 연안국인 에스토니아에서 대규모 군사훈련을 전개했다. 러시아는 곧바로 2차 세계대전 승전 기념일(5월 9일) 행사를 통해 신무기를 선보이며 위협적인 대응을 했다. 이에 앞서 지난 4월엔 발트해에서 훈련 중인 미군의 유도탄 장착 구축함 '도널드 쿡'에 러시아 전투기가 9m 이내로 초근접 비행을 하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했다.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총리는 지난 2월 러시아와 서방의 관계를 "신냉전 시대의 진입"이라고 표현했다. 양측의 갈등이 냉전의 상징인 1962년 쿠바 미사일 위기 때만큼 심각하다는 분석이 나오는 지경이다.

남중국해

중국과 미국의 동북아 전략이 충돌하는 남중국해에서도 국지전 발발이 우려되고 있다. 1일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에 따르면 중국은 남중국해에 방공식별구역(ADIZ) 선포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방공식별구역은 영공은 아니지만 이곳에 진입하는 외국 항공기가 미리 비행 계획을 제출토록 하는 조치다.

이렇게 되면 남중국해의 미중 갈등은 해상에 이어 하늘로 번진다. 중국은 지난 2013년 일본과 영토 분쟁 중인 동중국해 일대에 방공식별구역을 선포한 바 있다. 이를 인정하지 않는 미국은 B-52 폭격기를 이 구역에 띄우는 등 위협적으로 대응했다.

중국의 이 같은 움직임은 '항행의 자유'를 내세운 미국의 군사적 압력에 따른 대응 조치다. 미국은 지난해부터 중국이 인공섬(피어리 크로스)을 조성해 활주로와 부두 등을 건설한 남중국해 지역에서 '항행의 자유' 작전 세 차례 실시해 왔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24일 "국제법이 허락하는 어느 곳에서든 미국은 계속 비행하고 항해하며 작전을 펼쳐나갈 것"이라고 훈련을 중단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또한 중국은 미국의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 사드)의 남한 배치 계획에 반발하며 사상 처음으로 핵미사일로 무장한 잠수함을 배치할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다. <가디언>은 최근 중국군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사드의 주한미군 배치 계획 발표 등 미국의 압박 탓에 핵 억제력 강화 차원에서 핵잠수함 카드를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여기에 베트남과 일본 등 아시아 국가 방문을 통해 중국을 옥죄어 온 미국과 리수용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의 방중을 계기로 북중 관계 개선으로 맞서는 중국의 외교적 수 싸움도 본격화되고 있다. 북한 핵문제도 이 같은 미중 갈등의 전략적 맥락에서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

3일부터 싱가포르에서 열리는 '2016 아시아안보회의'와 6일부터 열리는 '제8차 미·중 전략경제대화'에선 남중국해 문제와 북핵 문제, 미국의 대북 제재 등을 놓고 중국과 미국의 충돌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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