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정은 일가, 일감 몰아 받고 조사 대상선 쏙 빠져?

현대그룹 현정은 회장 인척회사에 '일감 몰아주기' 적발

과거 현대그룹 계열사였던 현대증권과 현대로지스틱스가 현정은 회장 일가 소유 회사에 일감을 부당하게 몰아주다 적발됐다. 공정거래법 개정 이후 첫 제재 사례다. 다른 재벌 역시 차후 조사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15일 공정거래위원회는 현대증권, 현대로지스틱스가 현정은 회장의 매제(변찬중)가 보유한 HST와 쓰리비에 수년간 부당 일감 몰아주기를 했다며 이들 네 업체(현대증권, 현대로지스틱스, HST, 쓰리비)에 총 12억8500만 원의 과징금과 시정명령을 부과했다.

공정위는 현대증권과 HST에 각각 과징금 4300만 원을 부과했고, 현대로지스틱에 11억2200만 원, 쓰리비에는 7억7000만 원을 부과했다. 공정위는 부당지원 규모가 큰 현대로지스틱스는 검찰에 고발도 했다. 현정은 회장은 제재 대상에서 제외됐다.

현대증권과 HST의 거래에는 총수일가 사익편취 금지 위반과 거래상대방 제재 혐의가, 현대로지스틱스와 쓰리비 간 거래에는 부당지원행위와 지원객체 제재 혐의가 각각 적용됐다.

다만 현대증권은 지난달 KB금융에, 현대로지스틱스는 2014년 7월 롯데그룹에 각각 매각돼 현재는 현대그룹 계열사가 아니다. 이번 적발 사례는 과거 현대그룹 계열사 시절 일어난 일이다.

현대증권, 굳이 '중간거래'로 그룹 돈 낭비

공정위에 따르면 현대증권은 개별 지점에서 쓰는 복합기를 빌릴 때 굳이 HST를 거래 단계에 넣어 비용을 과다 사용했다. 제록스와 직거래 하면 복합기 한 대당 월 16만8300원의 임차료를 내면 되는데, HST를 중간에 끼워 빌리면서 월 18만7000원을 썼다. HST는 아무런 역할도 하지 않고 거래수수료 이익 10%를 얻었다. 작년 2월부터 일감 몰아주기를 통해 HST가 얻은 총 수익 규모는 4억6000만 원가량이다.

HST는 컴퓨터와 주변기기 유지·보수 회사로 현정은 회장 동생인 현지선 씨가 지분 10%를, 현지선 씨 남편 변찬중 씨가 지분 80%를 보유했다.

현대로지스틱스는 기존 거래처와 계약 기간이 1년가량 남았음에도 이를 해지하고 택배운송장 사업 경험이 없는 쓰리비와 새로 계약했다. 택배운송장은 택배물품의 발송인과 수취인 등 정보를 기재해 화물 행선지를 확인하는 자료다.

새로운 계약 내용은 현대로지스틱스 경영에 해를 끼쳤다. 통상 택배운송장 회사가 장당 30원~30원대에 운송장을 공급하는데, 현대로지스틱스는 쓰리비에 장당 55~60원을 주고 운송장을 샀다. 최대 45%까지 바가지를 쓰는 계약을 체결한 셈이다. 이와 같은 계약 덕분에 쓰리비의 마진율은 경쟁업체(0~14%)보다 최소 두 배가량 높은 28%에 달했다.

쓰리비는 변찬중 씨(40%)와 그의 두 아들이 지분 100%를 보유한 회사다. 현대로지스틱스가 이와 같은 방법으로 쓰리비에 건넨 부당지원 규모는 2011년부터 2014년 사이 56억2500만 원에 달한다. 변 씨 일가는 부당이득 14억 원을 올렸다.

총수 일가는 안 건드려

이번 제재는 지난해 2월 대기업의 일감 몰아주기를 금지한 공정거래법 개정 이후 첫 사례다.

개정 공정거래법은 자산 5조 원 이상인 대기업 그룹 계열사가 총수일가가 지분 30%(비상장사는 20%) 이상을 가진 계열사에 일감을 몰아줄 경우, 총수일가까지 사법 처리(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억 원 이하의 벌금형)할 수 있도록 했다.

다만 이처럼 그룹 차원이 아닌 총수일가 사익에 초점을 둔 부당거래가 일어났음에도 현 회장 일가는 처벌 대상에서 제외되어 솜방망이 처벌 논란이 이어질 가능성도 엿보인다. 공정위는 이번 사안은 해당 회사 간에 이뤄진 지원에 관한 일이라며 특수관계인(총수 일가)에 관한 조치는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공정위에 따르면 부당 지원행위에 관여한 최고위급은 일부 임원 선이다.

공정위는 한편 앞으로 다른 재벌의 일감 몰아주기도 조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한진, 하이트진로, 한화, CJ 등이 다음 대상으로 거론된다. 현대그룹 일감 몰아주기의 경우, 제보에 따라 조사를 시작했다고 공정위는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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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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