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트럴파크'를 아시나요?

[건축신문] 경의선 공유지의 실험

공유지는 거의 사라지고 없다. 개발논리에 공공마저 가세하면서 사적 소유지만이 증가한다. 경의선 폐선 부지도 대자본이 과도하게 들어오며 삶의 다양성과 지속성이 위협받고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작은 삶 터인 '늘장'이 퇴거명령을 받자 시민들이 나서서 '경의선 공유지 시민행동'을 출범시켰다. 공유지 독점에 맞서는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최정한 씨는 '걷고싶은 도시만들기 시민연대'(도시연대) 사무총장으로, 서울의 보행권 및 보행환경 개선에 뛰어들었다. 인사동 마을만들기(1996), 북촌마을가꾸기 기본계획(2001)에 참여하면서 마을만들기 운동을 주도한 바 있다. 홍대 앞 놀이터프로젝트, 홍대 클럽데이(2001~2011), 서천 장항 재생을 위한 선셋장항프로젝트의 총괄기획(2011~2012), 늘장협동조합 대표(2015~2016) 등 지역의 문화와 도시재생 활동에 집중해왔다.

정기황 : 개발독재 시대가 완전히 종식되지 않은 1990년대 초반부터 마을만들기, 도시재생 커뮤니티 운동과 같은 다양한 시민단체에서 활동해 오셨습니다. 그간의 시민활동 소개를 통해 우리나라의 마을만들기와 도시재생의 방향도 짐작해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최정한 : 1993년 녹색교통운동 창립을 주도하면서 시민운동에 뛰어들었습니다. 그러다가 지역과 밀착한 시민운동 보행환경을 테마로 '걷고싶은 도시만들기 시민연대' 창립을 주도해 8년간 사무총장과 실무총괄을 맡았죠. '어린이 통학(로)안전', '시청 앞 보행광장 캠페인' 등 여러 운동을 했습니다. 1996년 '인사동 마을만들기'로 도시의 역사문화환경과 골목의 장소적 가치를 지키는 일에도 집중했습니다. 1999년 현재 쌈지길 자리에 있던 '인사동 12가게 살리기 운동'과 '인사동 작은가게 살리기 운동'으로 지구단위 계획, 문화지구 기본계획 수립을 이끌어내기도 했습니다. 그 활동의 연장 선상에서 '북촌마을가꾸기 기본계획'에도 참여해 주민참여, 지역장인, 예술인들과의 네트워킹 일을 했습니다. 서울시 주도의 틀에서 이루어진 '북촌마을가꾸기'였지만, 민간에 기반을 둔 네트워킹을 만들었는데, 이명박 정부 때 북촌을 한옥 밀집지역만 남기고 규제를 푸는 것으로 한옥마을 정책이 바뀌면서 저는 제 역할이 더 어렵다고 판단해 홍대 지역에 집중했습니다.

홍대 정문 앞 놀이터 프로젝트를 통해 여러 사람과 프리마켓을 진행했고, 홍대 클럽데이 콘텐츠도 10년 정도 꾸렸죠. 그러는 동안 '인간의 욕망'이라는 키워드로 도시를 읽고자 했는데, 욕망이 무한으로 팽창하니까 더 이상 제어가 어렵고, 그 내발적 에너지에 대한 맹목적 확신이 지역을 망가뜨릴 수 있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낭만적, 계몽적인 접근이었던 것 같습니다.

정기황 : 그러한 고민의 결과로 대안을 찾으셨나요?

최정한 : 창조적인 에너지와 지역의 실천적 에너지가 합쳐지면서 그 지역을 재구성하는 동력이 되어야 하고, 이를 위한 지역 플랫폼을 만들어야 합니다. 이를 실현하고자 한 게 충남 서천의 장항이라는 소도읍이었는데, 이곳의 근대산업 유산에 문화예술 콘텐츠를 접목해 새로운 지역모델을 만들려는 것이었죠. 그러나 내부화 과정에 어려움이 있어 끝까지 끌고 가지는 못했습니다.

그러다가 2013년 서울로 돌아와 '늘장'을 만났습니다. 당시 제가 '늘장'을 이끈 건 아니었고, 일원으로서 '합 협동조합', '공유공방 합'을 만들기도 했고요. 그러나 이후 구청과의 충돌, 입지 여건, 내부적인 한계에 봉착하면서 운영이 난항을 겪어, 결국 2014년 늘장협동조합을 만들게 되었습니다. 저는 2015년부터 대표를 맡으며 새롭게 운영을 하게 된 것이고요.

정기황 : 그간 수많은 도시 차원의 사업과 개발을 지켜보면서 얻은 교훈이나 방향은 무엇인지요.

최정한 : 공공은 공공의 역할이 무엇인지에 집중해야 합니다. 그간 개발독재 시대를 거치며 수많은 물자와 사람을 잃어버렸습니다. 삶 속에서 버려야 할 것과 지켜야 할 것을 정산하는 과정에서 욕망을 거르고 제어하는 기제가 전혀 없습니다. 욕망을 거른다는 것은 자기성찰과 반성이 있다는 것인데, 이게 없다 보니 도시는 엉망이 되고 오로지 개발논리와 경제논리에서만 도시를 경험하고 접근하게 됩니다.

저는 본질적인 변혁이 두 개의 방향에서 온다고 봅니다. 하나는 기술의 응용입니다. '알파고'와 같은 뉴테크놀로지가 삶의 노마드(nomad)를 강화시켰는데, 이농세대 이후 도시에서 성장한 아이들의 삶의 변화가 맞물리면서 정주보다는 유동성·네트워크성·접속의 개념이 강화되었기 때문입니다. 다른 하나는 지방의 붕괴입니다. 일본에서도 보듯이 인구 고령화로 인해 행정구역 단위는 빠른 속도로 단위들이 소멸되고 있습니다. 20세기에는 이농 인구가 도시에 활력을 불어넣었고 경제적 동력이기도 했지만, 현재 지방의 소멸은 도시의 소멸을 동반합니다. 이런 의미에서 지역이란, 우리에게 어떤 의미일까를 생각해보게 됩니다.

지금 지역에 대한 프레임은 대단히 낡았고 관념적입니다. 그래서 저는 기존의 혼탁하고, 불안정한 청년의 창조에너지를 발굴하고, 지역과 매칭해 해당 지역을 재구성하는 동력으로 만들어 가고자 합니다. 그리고 이를 위한 플랫폼은 현지에만 정주하는 것이 아니라 전국 단위, 더 나아가 글로벌 차원에서도 네트워킹이 가능한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마을만들기가 우리에게 봉착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개념인가에 대해 저는 의구심이 듭니다. 수많은 정책 입안자들은 도시재생과 마을만들기를 주장합니다. 하지만 지역의 어려운 상황을 뻔히 알면서도 포퓰리즘으로 이용하는 것인지, 아니면 계몽주의자 입장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전자는 이를 도구화한다는 것에서 위험하고, 후자는 지역 현실과 현장에 무지하고 관념적인 접근이라는 점에서 위험합니다.

정기황 : 그렇다면 현재 마을만들기와 도시재생 관련 정책과 사업들이 말씀하신 지역과 생활개념의 시대변화를 담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시나요?

최정한 : 지역을 원단위(原單位)로 분절화된 세포처럼 본다는 것입니다. 어떤 하나의 지역 상황은 평균으로 접근해서는 안 됩니다. 각 지역은 결국 행정에 의해 구획된 것이고, 삶의 흐름은 속도와 방향에서 모두 다릅니다. 당연히 과제를 해결하는 접근방식도 다르지요. 또한 중앙집권은 훨씬 강화되었고 지방자치도 10년이 넘었지만, 실제 매칭펀드 없이 기초지자체에서 예산을 세우고 자립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습니다. 각 수준에 맞는 범위, 규모, 깊이를 가지고 시민이 주체로 움직여야 합니다. 하지만 정작 시민 주체는 지자체나 중앙정부에 물려 있거나 파편화되어 있어서 행보가 자유롭지 못하고 어젠다의 완성도도 부족합니다.

▲ 지난 3월 열린 '경의선 공유지 시민행동-지지마켓: 공유지 난장'. 경의선 공유지 보도블록 위에 그림과 글을 쓰고 있는 아이들 모습이다. 하얀 바탕에 노란색 글씨로 '경의선 공유지는 모두의 공간'이라는 문구가 쓰여 있다. ⓒ정기황

정기황 : '늘장'을 운영하시면서도 앞서 답변해주신 상황을 겪으셨을 것 같습니다.

최정한 : 경의선 6.3킬로미터(km) 구간은 서울의 서부권에서 지역과 지역을 연결하는 중요한 축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문학적으로 표현하면 '삶이 흐르는 강'과 같은 곳이죠. 하지만 문제는 이곳이 공원으로 이어지면서 각 권역의 삶을 이어주는 것이 아니라, 거꾸로 주요 역세권 개발을 통해 지역들이 재편된다는 점입니다. 공원이 사회적 경제, 작은 삶, 작은 경제를 활성화하면서 (각 권역의) 삶의 생활 생태계를 만들어주는 것이 아니라, 거꾸로 대자본이 지역으로 침투하는 앵커를 (철도) 역사를 기반으로 만들고 있다는 데 문제가 있습니다. 그것까지도 자본주의 사회니까 인정한다 하더라고 이것은 너무 과도한 거죠. 거의 절반 이상의 부지가 대자본에 의해서 개발된다니 말입니다. 그러다 보니 경의선 공원길이 삶을 풍요롭게 하고, 삶의 다양성이나 지속성을 일구어 가는 갯벌과 같은 풍요로운 젖줄이 아니고, 거꾸로 자본이 지역을 시장화할 가능성을 열어주고 있는 것이죠. 실제로 연남동의 경우, 난개발이 되고 있고 재개발이 된 곳은 주민 사이에 반목이 일어나고 있어서 젠트리피케이션의 폐해가 말도 못합니다. 이런 상황으로 볼 때 공공이 젠트리피케이션을 오히려 촉진하는 것입니다. 물론 목적으로 삼는 것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정책으로 대안을 제시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았다는 데에 문제가 있죠.

정기황 : 그와 같은 경의선 공유지의 상황에서 여전히 시민 주체들이 활동하던 '늘장'이 가지는 의미나 방향은 무엇이라고 보시나요?

최정한 : 경의선 공유지에서 '늘장'은 앞서 말한 상황들을 막아내는 방파제 역할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그게 무너지면 그다음은 제어가 되지 않는 거죠. '늘장' 같은 경우는 주변에 브랜드 아파트가 많이 들어오고, 저개발 된 지역은 상대적으로 낙후된 채로 방치되어 주거환경이 나쁜 삭막한 공간이란 말이죠. 이를 담아낼 수 있는 그릇이 경의선 공유지였습니다. 이런 공간에서 문화의 텃밭을 어떻게 새로 일구어 갈 것이며, 그 안에서 대안적인 라이프스타일은 어떻게 모색할지 그 과정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그렇게 '늘장'에서는 2015년 하반기에 공원이 열리면서 많은 사람들이 어른과 아이 할 것 없이 찾아와 쉬고 책을 보고 노는 풍경들이 자연스럽게 나옵니다. 한 어머니는 그곳이 빌딩 숲에 둘러싸인 오아시스이길 바란다는 이야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홍대 쪽 경의선 공유지는 연남동의 센트럴파크(central park)라고 해서 '연트럴파크'라고 부르는데, 그곳은 그 지역에 맞는 문화공원으로서 새로운 접근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아직은 권역 별 정체성을 담을 수 있는 접근이 정책적으로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이를 위한 거버넌스(governance)가 필요합니다.

또한 '늘장'과 연남동 모두 각 공간에 맞는 구체적인 디자인이 나와야 합니다. 눈에 띄는 큰 건물을 짓는 것보다, 실제 그곳의 삶을 어떻게 담아낼 것인가에 대한 그림을 중요하게 생각해야 합니다. 영구적인 건물을 짓기보다는 예를 들어, 영국의 '박스파크(Box Park)'와 같이 일정 기간 삶을 담을 수 있는 그릇이 되어야 한다는 거죠. 라면을 먹고 싶을 때는 라면 그릇이, 비빔밥이 먹고 싶을 때는 양푼으로 바뀌는 과정을 합의하는 지점을 찾아야 합니다. 이런 과정 없이 일부 전문가나 자본의 욕망에 의해 공간이 세팅되는 것은 문제지요.

정기황 : '늘장'이 마포구로부터 퇴거명령을 받고 '경의선 공유지 시민행동'이 시작되었는데,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가요?

최정한 : '늘장'에 들어와 있는 경제 주체들에게는 지금이 분명한 한계 상황입니다. 그래서 시민단체와 결합해 '경의선 공유지 시민행동'을 만들었습니다. 큰 틀에서는 퇴거명령과 같은 사회적 이슈를 받아내면서 '늘장'의 완성도를 높여나가야 하지만, 그럼에도 그 안의 사회적 경제 주체들은 나름의 여건을 따라갈 수밖에 없을 겁니다. 그들은 경제활동을 하는 조직이지 시민운동 조직과는 다르니까요. 다만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이곳의 의미를 대외적으로 공유하고 함께 살려나갈 수 있는 많은 사람들이 들어오게 함으로써 공간을 지켜내는 것입니다.

정기황 : '늘장' 또는 '경의선 공유지 시민행동'에 많은 시민 주체가 참여하고 있지만, 공공의 개입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공공의 역할과 지향해야 하는 방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최정한 : 최근 서울시는 역세권 개발, 임대주택, 청년주거 사업 등을 하고 있습니다. 도시재생, 역세권 개발 등 다 좋은데, 새롭게 무엇을 만들기보다는 이미 있는 공간에서 시작하는 것이 더 중요하지 않을까요? 그런 부분에서 '경의선 공유지 시민행동'의 접근방식을 서울시가 받아들여야 한다고 봅니다. 마포구는 인허가권자로 '늘장'을 위탁해 운영한 당사자 중 하나지만, 결국 기존의 도시개발 방식과 전혀 다르지 않고 오히려 묻어가려는 경향도 보입니다. 가령 홍대전철역 쪽에 AK타운을 만드는데 그와는 맥락이 없는 책거리를 조성하고 있습니다. 이런 접근은 전혀 도움이 안 된다고 봅니다. 오히려 본질을 흐려요. 경의선 자체가 구 하나의 독점물도 아니고 지역과 지역을 연결하는 곳이므로 서울시 차원에서는 분명하게 접근 방식을 찾는 것이 필요합니다. 공원 조성했으니 할 일은 끝났다는 식, 혹은 역세권 개발은 철도시설공사사에서 알아서 하라는 식의 방식은 문제가 있습니다.

정기황 : 경의선 공유지 전체에 제시하고자 하는 구체적인 계획안이 있으신가요?

최정한 : 도시재생센터와 같은 것이 만들어져야죠. 경의선 공유지를 기반으로 주변지역과 연계해 삶의 에너지를 키워나가고, 그런 부분에서 서울시의 정책적인 출발점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봅니다. 이 출발점에서 권역 안에서 세분화된 소권역이 됐던, (각 지역의) 대안들이 나와야겠죠. 이 속에서 주변부에 대한 관리방안도 나와야 되고, 개발이 여의치 않은 곳에서는 새로운 도시재생 수법 등도 논의를 하고, 전체적인 도시관리적 차원의 정책이 세워져야 된다고 봅니다.

정기황 : '늘장'처럼 해당 지역에서 활동하는 시민 주체가 도시재생에 직접적으로 참여하고 정책적으로도 대안을 모색하는 모델이 다른 곳에서도 가능하다고 보시는지요. 다시 말해, '경의선 공유지 시민행동'이 도시재생의 새로운 모델, 지자체와 시민 주체의 유기적 거버넌스 구축을 위한 실험으로 볼 수 있을까요?

최정한 : 그렇죠. 어떻게 보면 예비단계로 볼 수 있겠습니다. 물론 주저앉을 수 있고, 예비단계를 발판 삼아 다음 플랜으로 갈 수도 있다고 봅니다. 올봄은 그 실험의 구체성과 방향이 드러날 예정이라 참여하는 시민들의 고민이 많습니다.

정기황 : 지금까지 하신 말씀을 정리해 보면, 경의선 공유지에서 현재 시행되고 있는 역세권 개발은 강물과 같이 이어진 경의선 길을 끊어 정체된 웅덩이로 만드는 것이고, 모든 시민과 지역이 누려야 할 '도시의 권리'를 대자본에 팔아넘기는 행위라고 보시는 것 같습니다. 또한 공원계획은 경의선에 면해 있는 각 지역의 정체성을 반영하지 못하고 관 주도의 토건사업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지요. 또한 이런 개발방식은 시민 주체와의 거버넌스 구축이 아니라 오히려 그동안 활동하던 '늘장'과 같은 시민 주체를 붕괴시켜 시대에 역행하고 있어서 이에 대응하기 위해 '경의선 공유지 시민행동'이 만들어진 것이지요. 그리고 '늘장'의 문제와 '경의선 공유지 시민행동'의 일련의 과정은 공공에서 시행하는 재생사업과 개발사업에 많은 교훈을 줄 수 있는 것이고요.

최정한 : 그렇습니다.

정기황 : 그렇다면 현재 공공이 시행하는 사업에서 발생하는 오류 또는 문제는 지금과 같은 예비단계를 생략했기 때문이라고 보시는지요.

최정한 : '늘장'은 좋은 사례입니다. 서울시는 세운상가나 서울역고가도로 등에서 공유지를 활용하여 문화적으로나 경제적 측면 모두에서 시민을 위한 앵커시설(핵심시설) 구축을 위한 구상을 추진하고 있고, 이는 높이 평가할만한 좋은 실험입니다. 하지만 방향이 옳더라도 더욱 신중하게 진행해야 하죠. 유사 공간들의 활동은 이미 도처에 존재합니다. 2000년대 초반 프리마켓을 키워낸 홍대 앞 놀이터가 대표적입니다. '늘장'도 하나의 사례가 될 수 있습니다. 이러한 공간에서 앞서 벌어졌거나 혹은 현재 벌어진 현상과 활동들에 대한 스터디가 필요합니다. 그 과정에서 얻은 성과와 문제, 과제들을 통해 서울시의 정책은 현장의 구체성을 획득하면서 한 걸음 더 진화된 정책으로 발전해나갈 수 있지요. 서울시가 보유하고 있거나 활용가능한 공유지를 잘 활용하기 위해서는 이론이나 시스템 이전에 선경험을 충분히 공유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그 위에 도시재생을 위한 비영리 공익재단이나 거버넌스 중간지원조직을 만들어야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까요?

정기황 : 마지막 질문입니다. 공유지의 이용 또는 계획이 잘 이루어지기 위해서 행정, 시민 주체, 시민들에게 하고 싶으신 말씀이 있으시다면 부탁합니다.

최정한 : 우선 행정 쪽에서는 ('늘장'에서) 경의선 문화적 도시재생에 대한 전시도 있었는데, 역세권 개발 등 토목 공사적 입장으로만 들여다보지 말고, 지역이라는 개념 속에서 전체를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그래서 이곳(경의선 공유지)을 하나의 정책단위로 보고, 여기에 맞는 행정시스템, 서비스를 제공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보는 거죠. 그게 서울시가 됐던, 마포구가 됐던 말입니다. 그다음 시민 주체적인 측면에서 볼 때는 지금 구별로 마을기업이나 사회적기업이 움직이고 있는데, 저는 조금 위험하다고 봐요. 그러니까 거버넌스라는 이름 아래 많이 묶여 있고, 그러다 보니 공공 베이스로 프로젝트를 추진하게 되고, 그러다 보니 (공공에서) 누구도 자유롭지 않은 거죠. 이 틀에서 어떻게 벗어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합니다. 이런 관점에서 봤더라면 '늘장'이 처음에 이런 식으로 안 들어왔을 것 같아요. 사업성도 따져야 할 것이고, 삶의 단위로서 생존해 갈 것이고, 지속적으로 생존가능한지에 대한 더 깊은 치열한 고민들이 필요했던 것 아니냐는 생각이 드는 거죠. 그것에 대한 전략적인 접근과 주체 형성이 불분명한 것이 있었기 때문에 초기의 시행착오가 끝까지 올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래서 이번 '경의선 공유지 시민행동'이 시민사회와 결합하면서 극복 방법과 대안은 무엇인지 전략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시민은 이런 공간을 수혜적으로만 보는 경향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에 앞서 시민들의 공간에 대한 느낌이나 애정을 시민의 모임, 시민이 주체가 되는 장으로서의 '늘장'이 되었으면 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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