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상호 "도와달라"…박지원 "1당이 베풀어야"

우상호, 박지원·정의화·노회찬 예방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가 9일 국민의당 박지원 원내대표, 정의화 국회의장, 정의당 노회찬 원내대표를 차례로 예방했다. 우상호 원내대표가 선출된 이후 첫 만남인 만큼 대체로 덕담이 오고갔지만, 20대 국회 주도권을 놓고 묘한 신경전도 오갔다.

이날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박지원 원내대표를 제일 먼저 만난 우상호 원내대표는 "야당끼리 잘 협력해서 대화와 타협의 정치가 꽃 피는 데 야당이 큰 역할을 했다는 얘기가 나올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말했다. 그러자 박지원 원내대표는 "제1당이 베풀어야지 더 내놓으라고 하면 안 된다"고 뼈 있는 농담을 건넸다.

박지원 원내대표는 "우상호 원내대표가 같은 당에 있을 때 제가 '차기 우리 당의 지도자는 우상호'라고 얘기했다"면서 "일부 언론에서 운동권 운운하지만, 굉장히 합리적이고 시원시원한 인격을 가진 분"이라고 치켜세웠다.

이어 박지원 원내대표는 "우리가 당에서 살을 맞대고 살았기 때문에 냄새까지 다 안다"면서 "국가와 국민을 위해서 협력하겠다. 진짜 잘해야지 이 이상 국회가 국민한테 비난받으면 정치권 전체가 어려워진다"고 말했다.

1987년 6월 항쟁 당시 연세대학교 총학생회장으로서 이한열 열사의 장례식을 이끌었던 우상호 원내대표는 고 김대중 전 대통령과의 인연을 강조하기도 했다. 우상호 원내대표는 "제가 6월 항쟁을 주도했을 때, 고 김대중 대통령이 이한열 열사 분향소에 와서 제 손을 잡고 우셨다"면서 "박지원 선배님은 정치적 스승인 김대중 대통령의 같은 문하생이기 때문에 김대중 대통령의 뜻과 정신을 지키는 데 누구보다 협조가 잘 될 것"이라고 말했다.

우상호 원내대표는 박지원 원내대표가 호남 중진 의원임을 의식한 듯 "다만 이번에 우리가 호남에서 심판을 세게 받아서 반성해야겠다"면서 "호남에서 오만하지 않았느냐는 생각으로 겸손하게 호남 민심도 잘 받들겠다"고 덧붙였다.

▲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가 9일 국회에서 국민의당 박지원 원내대표를 만났다. ⓒ연합뉴스

정의화 "중대선거구제, 앞으로 되기를"

우상호 원내대표는 곧이어 국회의장실에서 정의화 국회의장을 만나 "정의화 의장은 여야를 막론하고 합리적으로 입법부의 권위를 높이는 데 일조해주셨다"고 칭찬했고, 정의화 의장은 "대한민국의 반독재 민주화를 위해 앞장선 분"이라고 화답했다.

정의화 국회의장은 20대 국회 들어 원내 교섭단체 3당 체제가 된 점을 언급하며 '중대선거구제'에 대한 개인적인 소신을 드러내기도 했다. 정의화 의장은 "사실 나는 국회의장이 되면서 처음부터 중대선거구제를 얘기했다"면서 "가능한 사표를 줄여 골고루 국회에 진출해 대화와 타협을 계속 해나가야 한다고 생각했고, 앞으로도 그렇게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정의화 의장은 또 "선배로서 한마디 하면, 국민을 두려워하는 원내대표가 돼 달라"면서 "나도 (국회의장으로서 여야 간 이견을) 중재하다보면 개인적인 생각이나 당론에 무게감이 실려서 결국 국가에 문제가 생길 수 있는 경우가 있었다"고 당부했다.

우상호 원내대표는 "국민을 두려워하라는 말씀을 금과옥조처럼 받들겠다"고 답했다.

노회찬 "국회의장은 더민주가, 법사위원장은 야당이 해야"

마지막으로 정의당 대표실에서 노회찬 원내대표를 만난 우상호 원내대표는 "경제 위기기 가속화되면서 노동자에게 위기를 전가하는 법안과 정책이 쏟아져 걱정"이라며 "민주와 정의라는 가치는 만고불변의 가치이기 때문에 두 당이 손잡고 잘 지켜내겠다"고 말했다.

노회찬 원내대표는 "국회 운영에서 더민주와 국민의당, 정의당의 협력 관계가 불가피하다"면서 "국회의장은 관례에 따라서 원내 다수당에 맡기고, 법을 다루는 최종 관문인 법사위원장은 대통령과 같은 소속의 정당이 맡는 것보다 야당이 맡는 것이 국민이 보기에 합리적이지 않은가"라는 의견을 냈다.

노회찬 원내대표는 우상호 원내대표가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를 분리하자고 주장한 점을 의식해 "(국회가) 청년 일자리를 잘 못 만들고 일자리에 불안해하는 분이 있는데, 이번에 교섭단체 하나가 더 늘었다고 해서 상임위원회 일자리를 갑자기 늘리면 국민이 어떻게 볼지 모르는 만큼, 합리적인 조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노회찬 원내대표는 또 "상임위원회에 강남 8학군이 따로 있어선 안 되겠다"면서 "어떤 상임위원회에는 사람이 몰려들고, 똑같은 일을 하는데 상임위원회 인구 상한과 하한이 두 배 차이 나는 상황을 잘 개선해주시기를 당부 드린다"고 덧붙였다.

우상호 원내대표는 "제가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분리를 주장한 것은 상임위원회 하나를 늘려 위원장 자리를 늘리겠다는 목적이 아니다"라며 "19대 국회 때 교문위가 교육 이슈에 내몰려 문화 이슈를 처리하지 못하는 것을 보고 해결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해명했다.

우상호 원내대표는 원 구성을 할 때 비교섭단체는 배제된다는 점을 의식한 듯 "비교섭단체더라도 사전에 정의당과 상의하는 것이 제1당의 포용력"이라며 "원 구성을 할 때 불편부당하게 운영하도록 고려하겠다"고 답했다.

노회찬 원내대표는 "국회의원이 정규직, 비정규직 따로 있는 게 아니니까"라고 정의당이 '비교섭단체'라는 우상호 원내대표의 말을 받아치며 "(정의당 차원에서) 교섭단체 제도는 그 자체로도 개선안을 내겠지만, 격의 없이 소통이 잘되기를 희망한다"고 답했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 3,000원
  • 5,000원
  • 10,000원
  • 30,000원
  • 50,000원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국민은행 : 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