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요를 부르면 건강해집니다!

[김형찬의 동네 한의학] 반달, 노을 그리고 천 개의 바람

"아빠, 오늘은 무슨 노래를 불러볼까? 내가 먼저 부르면 아빠가 다음에 따라 불러!"

얼마 전 한 케이블 방송의 동요 프로그램이 끝난 후, 매일 아침 딸아이 덕분에 노래를 부르며 유치원에 갑니다. 아침잠을 깨울 때도 방송 영상을 틀어주면 씩 웃으면서 눈을 뜨지요. 아빠와 딸이 똑같이 음치라는 아이 엄마의 핀잔에도 꿋꿋이 노래를 부르노라면, 잠시나마 잡다한 걱정이 사라지고 기분도 꽤 좋아집니다. 진료하면서도 나도 모르게 콧노래를 흥얼거리곤 하는데, 그럴 때면 환자들이 "무슨 기분 좋은 일 있으신가 봐요?"라고 묻습니다. 그럼 "봄이니까요!"라고 답하곤 하지요.

인간이 해온, 그리고 하는 행위 중에는 참으로 눈뜨고 못 볼 몹쓸 짓이 많지만, 마음속 거문고를 울리는 음악과 같은 아름다운 것도 참 많습니다. 음악 프로그램의 열혈 팬이 된 딸아이 덕분에 동요를 듣고 부르면서, 마음속 창고에 방치돼 먼지를 잔뜩 뒤집어썼던 작은 무언가를 되찾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어느새 동요는 일상의 스트레스를 상당히 중화해 주지요.

"난 지금도 그 이탈리아 여자들이 뭐라고 노래했는지 모른다.
사실은 알고 싶지 않다. 모르는 채로 있는 게 나을 때도 있다.
난 그것이 말로 표현할 수 없고 가슴이 아프도록 아름다운 얘기였다고 생각하고 싶다.
그 목소리는 이 회색 공간의 누구도 감히 꿈꾸지 못했던 하늘 위로 높이 솟아올랐다.
마치 아름다운 새 한 마리가 우리가 갇힌 새장에 날아 들어와 그 벽을 무너뜨린 것 같았다.
그리고 아주 짧은 한순간 쇼생크의 모두는 자유를 느꼈다."

영화 <쇼생크 탈출>에서 방송실을 점거한 앤디(팀 로빈슨)가 온 교도소 안에 모차르트의 오페라가 울리게 하였을 때 아주 잠시이긴 했지만, 이 공간은 전혀 다른 곳이 되어버립니다. 비록 노래의 가사가 뭐였는지는 하나도 기억나지 않지만, 저 또한 그 장면에서 레드(모건 프리먼)의 저 독백을 들으며 반쯤 넋을 놓았습니다. 아마 그때의 제 감정은 영화 속 죄수들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겠지요. 영화를 본지 긴 시간이 지났지만, 이 한 장면 때문에 저에게 이 영화는 좋은 작품으로 각인되었습니다(저 같은 사람은 절대적으로 불리하지만, 이런 이유 때문에 사람들은 청혼할 때 노래를 부르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음악이 인간에게 미치는 영향에 관해서는 많은 연구 결과가 나와 있습니다. 최근에는 음악이 식물과 동물, 그리고 미생물과 물에도 인간에게 미치는 영향과 같은 효과를 준다는 내용이 발표됩니다. 질병 치료와 예방과 같은 의학적 분야에 특정한 음악이 효과 있다는 주장은 이제 꽤 많이 알려졌습니다. 임신 중인 여성이 태아의 심리적 안정과 신체적 발달을 위해 특정한 음악을 듣는 건 이제 흔한 일이지요. 시중에 나온 각종 태교 음악, 명상음악, 그리고 치유 음악은 이러한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만들어졌습니다. 최근에는 의료 현장에서도 단순한 분위기 전환이 아닌 특정한 치유를 목적으로 음악이 이용된다고 합니다.

한의학도 음을 음양과 오행의 속성에 따라 분류하고 각각의 소리가 기의 흐름과 장부의 기능에 영향을 준다고 여깁니다. 실제 음악을 통한 치료도 이뤄졌습니다. 이러한 생각은 한의학뿐만 아니라 인도, 중동, 아메리카를 비롯한 거의 모든 지역의 전통 의학체계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샤먼의 의식에 반드시 수반되는 음악이나 할머니가 손주의 배를 쓰다듬어 주며 불러주던 '내 손은 약손, 네 배는 똥배'와 같은 단순한 노래도 치료용 음악의 범주에 들어간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음악이 가진 치유 효과는 개별 음의 배합이 가져오는 파동에 의한 조정 작용 때문에 발생한다고 생각합니다. 한의학은 음양오행의 균형이 깨어질 때 모든 질병이 발생한다고 보는데, 건강한 상태를 원에 비유한다면 질병의 상태는 원의 일부가 일그러진 형태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다양한 방법을 통해 원의 상태를 회복하는 것이 한의학적인 치료지요. 이러한 치료의 바탕에는 '기(氣)'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음악은 기의 흐름에 직접적인 영향(물론 뇌와 신경계의 변화가 동반되겠지요)을 줍니다. 우리는 음악을 듣고 기분(氣分)의 변화가 있다고 하는데, 이 말 자체가 기의 영역에 변화가 있음을 의미하지요.

딸아이와 동요를 듣고 부르면서 동요가 유명한 클래식 음악만큼이나 강한 힘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왜 그럴까 생각하다, 그 답을 오래전 읽은 책에서 찾았습니다. <모차르트 이펙트>(조수철 옮김, 황금가지 펴냄)의 저자인 돈 캠벨은 책에서 모차르트 음악의 위대함이 '순수함과 단순함'에 있다고 말합니다. 모차르트가 엄마의 뱃속에 있을 때부터 얻은 음악적 감수성이 충만한 환경과 어린 나이부터 발휘한 재능 덕분에 동심의 향기를 잃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이야기합니다. 저는 동요의 위대함 또한 순수함과 단순함에 있고, 이 힘이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고 치유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만병의 근원이라는 스트레스가 뿌리내린 곳은 결국 우리가 가진 불순함과 복잡함일 테니까요. 아마 제가 동요에서 위안을 얻은 이유 또한 같은 이유일 것입니다.

제가 존경하는 분이 하시는 여러 일 중에 '술 마시고 동요 부르기 운동'이 있습니다. 처음 술자리에서 돌아가며 동요를 불러야 하는 상황에 부닥쳤을 때는 참으로 당황스러웠지요. 그런데 요즘에는 이 운동이 전국적으로 유행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한 번 상상해 보세요! 다 큰 어른들이 술자리에서 상기된 얼굴로 동요를 부르는 장면을. 꽤 유쾌하지 않은가요?

몸과 마음이 뒤죽박죽이고 탁함이 가득한 것으로 느껴진다면 어릴 적 익혔던 동요를 불러 보길 권합니다. 남부끄러우면 그냥 흥얼거려도 좋습니다. 분명한 효과를 보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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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찬

생각과 삶이 바뀌면 건강도 변화한다는 신념으로 진료실을 찾아온 사람들을 만나고 있다. <텃밭 속에 숨은 약초>, <내 몸과 친해지는 생활 한의학>, <50 60 70 한의학> 등의 책을 세상에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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