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나마 페이퍼' 직격탄에 아이슬란드 총리 사임

아이슬란드, '금융 붕괴' 이은 '정치 붕괴' 직면

전세계 권력자와 슈퍼리치들의 조세회피처 거래정보가 담긴 '파나마 페이퍼'의 명단이 공개되자, 한 나라의 정권이 즉각 붕괴되는 등 무서운 위력을 보여주고 있다. 5일(현지시간) 시그뮌뒤르 다비드 귄로이그손 아이슬란드 총리가 사임했다. 파나마 페이퍼에 의해 그가 조세회피처로 악명 높은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에 있는 기업(윈트리스)을 인수해 자국의 대형은행들에 수백만 달러 상당의 우회 투자를 한 사실이 드러난 지 이틀만이다.

아이슬란드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대형은행들이 국내총생산(GDP)의 10배가 넘는 위험한 파생금융상품 투자를 하다가 국가 파산 위기에 몰렸다. 당시 귄로이그손 총리는 지난 2009년 진보당 의원으로 선출됐을 때 자신이 대형은행들의 채권자라는 사실을 숨긴 채 그가 금융정책을 다룰 경우 '이해상충'의 상황에 있었다. 명백한 실정법 위반을 저지른 것이다.


▲ 귄로이그손 아이슬란드 총리가 조세회피처 거래정보가 드러난 지 이틀만인 5일 전격 사임했다. ⓒAP=연합뉴스

아이슬란드 국민의 분노, 진짜 배경은?


게다가 그는 지난 2013년 총리로 선출됐다. 그가 조세회피처에 자산을 빼돌린 부패한 정치인이라는 것을 알았다면 그 자리에 오를 수 없었다. 결국 뒤늦게 이 사실을 알게 된 아이슬란드 국민은 인구의 10%에 달하는 시민들이 거리에 나와 총리의 즉각 퇴진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그는 이에 맞서 의회를 해산하고 조기총선을 하자는 등 버티는 모습을 보였으나 하룻만에 백기를 들었다. 현재 아이슬란드 정권은 진보당과 독립당의 연정이다. 독립당은 새 총리 선출을 조건으로 연정은 유지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연정이 유지되기는 힘들 전망이다.

현 정부에서는 총리뿐 아니라 재무장관과 외무장관 등 고위공직자들 상당수가 조세회피처에 페이퍼컴퍼니와 연계된 계좌를 소유한 것으로 알려졌을만큼 국민들은 총체적으로 부패한 정권으로 인식하고 있고, 야권에서는 조기 총선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여론도 야권에 유리하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지금 당장 선거를 치른다면 제1당은 '해적당'이 될 가능성이 높다. 해적당의 지지율은 37.8%에 달한다. 진보당과 독립당을 합한 지지율과 비슷하다. 해적당의 공약은 아이슬란드에 직접 민주주의를 도입하고, 마약을 합법화하고, 보편적 기본소득을 도입한다는 등 파격적인 것이다.

대의민주주의를 사실상 부정하는 정당이 아이슬란드에서 가장 높은 인기를 누린다는 것은, 총리의 퇴진을 요구한 국민의 분노가 단순히 총리 한 명이 비리를 저질렀기 때문에 폭발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

아이슬란드는 우파 정당이 집권하는 동안 금융규제를 완전히 풀어서 금융자산과 소득의 숫자만 늘리는 모래성 쌓기 식의 경제성장을 추진하다가 폭삭 망하고, 지금도 그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는 나라다. 그런데 금융으로 망친 나라의 뒷수습을 하겠다면서 정권을 잡은 총리가 뒤로는 금융 놀이를 계속하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에 아이슬란드의 국민의 분노가 폭발한 것이다. 이때문에 '파나마 페이퍼' 이후의 아이슬란드에는 '금융붕괴'에 이은 '정치적 붕괴'가 닥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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