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태우 아들 노재헌 역외탈세 의혹, SK는?

'사상 최대 유령회사 거래정보 유출', 한국인 명단 대거 포함

전세계 언론사상 최대 규모(1150만 장의 문서)의 조세회피처 유령회사 거래정보가 독일의 한 언론사(쥐트도이체자이퉁)에 유출돼 65개국 100여개 언론사의 공동분석 작업 결과 일부가 3일(현지시간) 발표됐다. 유출된 정보는 파나마 최대의 역외탈세 전문서비스 조직인 모삭 폰세카가 1977~2015년 사이에 작성한 것이어서, 이 문서 분석작업은 '파나마 페이퍼스 프로젝트'로 이름 붙여졌다.

이 프로젝트는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와 '조직 범죄와 부패 보도 프로젝트(OCCRP)'가 주도하고 있으며, 분석 작업들은 속속 추가 공개될 예정이다. 지금까지의 분석 결과 전현직 국가 최고지도자 12명 등 140명의 전세계 정계인사들이 연루돼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재산을 관리하기 위해 측근의 명의로 되어 있는 페이퍼컴퍼니, 포로셴코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탈세를 위해 조세회피처로 악명높은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에 설립한 것으로 추정되는 기업,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매형 덩자구이, 나집 라작 말레이시아 총리의 아들 모흐드 나지푸딘, 나와즈 샤리프 파키스탄 총리의 자녀들도 명단에 포함돼 있다. 그 외에도 축구선수 리오넬 메시, 영화배우 성룡 등 수많은 유명인사들도 명단에 포함돼 있다.

모삭 폰세카의 설립자 라몬 폰세카는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해킹으로 문서가 대량 유출됐지만, 대부분이 합법적인 목적으로 설립된 기업들"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ICIJ는 "수천억 달러의 비밀거래가 수많은 역외 계좌로 거래됐다"면서 유출된 문서에 포함된 기업들이 불법자금의 은닉과 탈세 등을 은폐하기 위해 이용됐을 것으로 보고 있다. 영국의 <가디언>은 "유출된 문서에 따르면, 푸틴의 측근들이 관리한 비밀자금만 20억 달러에 달한다"고 보도했다. 폰세카도 "우리가 설립을 도와준 기업들이 한 행위에 대해 우리는 책임이 없다"고 강조해, 이들 기업이 불법거래에 이용됐을 가능성을 부인하지는 않았다.


▲ 노태우 전 대통령의 장남 노재헌 씨의 페이퍼컴퍼니 설립 배경에 의혹이 대두되고 있다. 사진은 지난 2013년 노태우 전 대통령의 미납 추징금을 동생 노재우 씨, 사돈 신명수 씨가 나눠 내고 노재헌 씨 측은 한 푼도 내지 않았다는 것을 설명하는 그림. ⓒ뉴스타파

국세청, 노재헌 씨 등 한국인 역외탈세 의혹 조사 착수

한국도 이번 문서 유출의 파장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이 프로젝트에 참여한 <뉴스타파>는 4일 "유출된 문서에 따르면, 한국을 주소지로 기재한 한국인들도 이 명단에 195명이 올라 있다"고 전했다. 특히 <뉴스타파>는 한국을 주소지로 기재하지 않았지만, 노태우 전 대통령의 장남 노재헌(51) 씨가 주주 겸 이사로 있는 3개의 페이퍼컴퍼니를 독자적인 확인 작업 끝에 밝혀냈다고 보도했다.

이 보도가 나오자 국세청은 명단을 입수해 역외탈세와 관련이 있는지 전수 조사를 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2013년에도 ICIJ가 조세회피처에 페이퍼컴퍼니를 세워 자금거래를 한 한국인 182명의 명단을 발표하자, 국세청이 세무조사를 벌여 역외탈세 혐의가 확인된 48명에 대한 세무조사로 1324억 원을 추징한 바 있다.

당장 주목받고 있는 것은 노재헌 씨의 페이퍼컴퍼니 설립 목적이다.

<뉴스타파>는 "노 전 대통령의 남은 추징금 납부를 둘러싼 법적 공방과 이혼 소송 때문에 비자금 상속 여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자, 남아 있던 돈을 숨기기 위해 조세피난처에 페이퍼컴퍼니를 만든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며 의혹을 제기했다. 노재헌 씨 측은 "홍콩에서 살면서 사업 준비 차 1달러 짜리 회사를 몇 개 만들어 두었는데, 이혼하고 결국 아무 것도 못했다. 대체 왜 문제를 삼는지 모르겠다"라는 입장을 <뉴스타파> 측에 전해왔다.

하지만 <뉴스타파>는 노재헌 씨가 설립한 페이퍼컴퍼니들에 수상한 점이 한 두가지가 아니라고 지적했다. 노 씨는 2012년 5월 홍콩 중개사무소와 모삭 폰세카 홍콩지점을 각각 거쳐 영국령 버진 아일랜드에 △원아시아인터내셔널(One Asia International) △지씨아이 아시아(GCI Asia) △럭스인터내셔널(Luxes International) 등 회사 세 곳을 설립한 것으로 나타났다.

노재헌 씨 유령회사 설립, 최태원 회장 연계 의혹도 대두


특히 <뉴스타파>는 노 씨의 페이퍼컴퍼니 설립과 관련, 최태원 SK그룹 회장과의 연계 의혹까지 제기했다. SK그룹 차원의 지원을 받았던 회사(인크로스)의 홍콩법인 대표가 노재헌 씨라는 점, 이 법인이 노 씨가 세운 페이퍼 컴퍼니와 비슷한 시기에 설립됐다는 점 등에서 처남 · 매형 관계인 두 사람 사이에 연결고리가 있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인크로스는 지난 2007년 8월 13일 설립된 모바일 광고·게임 업체로 처음에는 티노솔루션즈라는 이름으로 영업을 시작했다. 이후 2009년 6월 SK계열사인 크로스엠인사이트 미디어랩 사업 부문을 인수하고 2010년 11월30일에는 이노에이스 등의 회사를 인수하면서 지금에 이르렀다. 노 씨는 여러 차례 인크로스 등기 이사로 재직하는 등의 관계를 맺어 왔고, 실제로 대주주에 그가 포함되어 있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뉴스타파>는 "지난 2013년 전두환 전 대통령의 장남 전재국 씨가 버진아일랜드에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한 사실이 드러난데 이어 노태우 전 대통령의 장남 노재헌 씨도 같은 조세도피처에 페이퍼컴퍼니를 만든 사실이 확인됐다"면서 노 씨가 전재국 씨의 페이퍼컴퍼니 문서가 유출된 2013년 5월 이사직에서 돌연 사퇴했다는 점에 주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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