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봉균 한국은행에 으름장...김종인엔 "그 양반은…"

"정책 아이디어 수준을 공약으로 내놓아"

새누리당 강봉균 선거대책위원장이 1일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를 겨냥 "그 양반은 진짜로 세계 경제가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모르는 양반"이라고 비난했다. 김종인 대표가 지난 달 29일 "새누리당 분들은 세계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전혀 감을 잡지 못하고 이해하지 못한다"고 비판한데 대한 반박성이다. 강 위원장은 이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 '한국판 양적 완화' 공약을 설파하며 이같이 주장했다.

경제기획원(EPB) 출신으로 '거시 경제' 기획에 능한 강 위원장은 야당에서 국회의원 생활을 하다가, 20대 총선을 앞두고 새누리당에 영입된 인사다. 그는 새누리당에 가자마자 이른바 '한국판 양적완화 공약'을 내놓았다. 한국은행이 산업은행 채권 등을 사들이는 방식으로 돈을 시장에 풀어 경기를 끌어올려야 한다는 것이다.

강 위원장은 "한두 나라가 아니고 2008년에 이른바 세계금융위기가 터지고 난 뒤에 미국을 필두로 해서 일본, EU 이런 나라가 다 한 게, 금리도 낮추면서 양적완화를 했다. 돈을 풀었다. 그래서 미국은 그게 성공을 해서 이제는 돈 푸는 것을 중단을 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는 민감한 문제다. 먼저 한국은행을 정치 권력을 이용해 통제하려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시장에 대규모로 돈을 푼다고 해서 과연 경기가 살아날까 하는 의구심도 있다. 기업이 사내 유보금을 쌓아 놓고 있는데, 돈을 푼다고 해서 투자가 이뤄지리라는 보장도 없다. 보수 성향의 전문가들도 최악의 경우 '좀비 기업'들의 유지에 한몫 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선거 공약으로 '양적 완화'라는 말도 생소하다. 강 위원장이 평소 본인의 소신을 풀어 놓은 수준 아니냐는 정치권의 비판도 나온다.

앞서 한국은행 이주열 총재는 강 위원장을 정면으로 겨냥, "양적완화나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시행하는 선진국 상황하고는 상황이 많이 다르다"며 일축했었다. 한국은행 총재가 여당 '경제 사령탑'의 주장에 대놓고 거부감을 드러낸 셈이다.

그러자 강 위원장은 "한국은행은 내가 몇 년 전부터 계속해서 얘기를 해왔는데 너무 보수적이다. 지금 미국, 일본, EU뿐이 아니고 심지어 우리보다 덜 선진국인 중국까지도 양적 완화를 한다. 그런데 우리는 그거 않겠다? 이래 가지고 되겠어요"라고 재반박하며 으름장을 놓았다.

주진형 더불어민주당 국민경제상황실 부실장도 이날 기자 간담회를 열고 강 위원장에 대해 "20일만 (국회에) 있다가 집으로 가시겠다는 분의 정책 아이디어를 정책 공약으로 한다는 것은 국민을 기만하는 것이고 무책임한 일"이라고 비판했다. 주 부실장은 "경제심판론이 논쟁에서 우위를 차지하니까 초점을 벗어나기 위해 한국형 양적완화를 이야기를 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주 부실장은 과거 강 위원장이 "증세 없는 복지는 말이 안 된다"고 한 발언을 소개하며 "같은 이야기를 유승민 의원이 하니까 당 정체성을 해친다고 쫓아내면서 (새누리당은) 어떻게 그런 분을 선대위원장으로 모셨느냐"고 비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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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열

정치부 정당 출입, 청와대 출입, 기획취재팀, 협동조합팀 등을 거쳤습니다. 현재 '젊은 프레시안'을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쿠바와 남미에 관심이 많고 <너는 쿠바에 갔다>를 출간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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