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관료는 왜 59세만 되면 바빠지는가?

[최성흠의 문화로 읽는 중국 정치] 중국의 옵션 거래형 부패

얼마 전 양회로 불리는 중국의 중요한 정치 행사가 끝났다. 양회는 중국의 최고 국정 자문 기구인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와 입법 기구인 전국인민대표대회(전국인대)가 거의 동시에 진행되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이중 정협(인민정협)은 1949년 9월 21일에 성립되어 국기, 국가, 수도, 연호 등을 정하여 실질적으로 중화인민공화국의 건국을 선포한 기관이다. 1954년 전국인대가 구성되어 헌법을 제정하기 전까지는 '정치협상회의 공동강령'에 따라 국가를 통치하는 등 매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지금은 대부분의 권한이 전국인대로 넘어가서 큰 실권은 없지만 공산당 이외의 각 단체(이른바 각 민주당파)들의 의견을 청취하고 조율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우리에게도 꽤 알려진 공산주의 청년단, 전국부녀자 연맹, 전국 총공회 등을 포함하여 34개 단체가 정협에 참가한다.

시진핑 가라사대, "정부 관리와 기업인, 친(親)하지만 청렴(清)해야"

정협에 참여하는 단체 중에 '중국민주건국회(民建)'와 '중국공상련(工商聯)'이라는 단체가 있다. 민건은 경제계 인사와 전문가들로 구성되어 있고, 공상련은 민영 기업인들이 주축이다. 양회 기간 중, 두 단체의 종합 토론 시간에 시진핑이 참석하여 비공유 경제 현안에 대해 연설을 했는데 정부 관리와 기업인 간의 관계에 관한 내용이 눈길을 끈다.

"경제 사회의 발전을 위해 영도 간부와 비공유제 기업인(사회주의식 표현으로 민영 기업과 외자 기업을 포함하는 의미)의 왕래는 통상적이고 당연한 것이며 필수적이기도 하다. 이러한 교류는 군자지교(君子之交)가 되어야 한다. 기업 친화적이어야 하며, 기업을 편하게 하고, 기업을 부유하게 해야 한다. 그러나 봉건 시대의 관료와 관상(官商)의 관계처럼 되어서는 안 되고, 서방 국가의 대재벌과 권력처럼 유착되어서도 안 된다. 더욱이 먹고 마시는 술친구가 되어서는 안 된다."

이 연설에서 시진핑이 강조한 것은 친(親)과 청(淸) 두 글자이다. 정부와 기업은 가깝게 지내야 하지만 반드시 청렴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정경 분리(政經分離)의 개념은 그의 뇌리에 없다는 사실이다. 사회주의 시장 경제를 지향하는 중국의 체제에서 어쩔 수 없는 것이긴 하겠지만 정부는 여전히 경제에 관여해야 하고, 다만 청렴의 원칙을 지키라고 주문하고 있는 것이다.

돈과 권력이 친하게 지내는데 부패가 발생하지 않을 수 있을까? 부패란 사적 이익을 도모하기 위해 공적 권력을 남용하는 행위이다. 농업 사회의 부패가 백성을 착취하는 탐관오리(貪官汚吏)의 횡포였다면 현대 사회에서는 돈과 권력의 거래에서 발생한다. 중국에서도 부패의 양상이 돈과 권력의 거래 방식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1980년대에는 관도(官倒)라고 불렸던 관료들의 막강한 자원 배분 능력으로 인한 부패 현상이 문제였다면, 1990년대 이후에는 금융, 증권, 건축, 부동산, 공유제 기업의 개선, 도시 재개발, 농촌 경지 정리 등 경제 영역으로 부패가 확산됐고, 최근에는 '4조 위안 계획'이라는 경기 부양책도 부패의 확산에 일조했다.

"위에 정책이 있으면 아래에는 대책이 있다(上有政策, 下有對策)"

부패를 단속하는 법규와 제도는 중국에서도 이미 엄밀하게 만들어져 있다. 그러나 "위에 정책이 있다면 아래에는 대책이 있다."는 중국인들의 시니컬한 유머에서 볼 수 있듯이 그 제도가 얼마나 잘 시행되느냐는 다른 문제다.

요즘 유행하는 '아래의 대책'은 돈과 권력의 단순한 직거래가 아니라 '선물 옵션 거래'를 하는 것이다. 간단히 말해서 현직에 있을 때는 뇌물을 받지 않고, 퇴임한 후에 대가를 받는 방식으로 형법이나 공무원법의 처벌을 피하고, 현직에 있을 때에 국한된 재산 신고 제도의 감시를 면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낸 것이다.

뇌물죄는 최고 사형까지 받을 수 있는 중범죄이지만 관료가 대가없이 특혜를 베풀었을 때에는 업무상 배임이나 직권 남용 죄를 적용할 수밖에 없으니 발각되더라도 10년 이하의 징역형에 해당하는 상대적으로 가벼운 처벌만 받게 된다. 한마디로 옵션 거래형 부패는 감시와 처벌의 위험성을 회피하기 위한 최선의 방법인 것이다.

부패의 옵션 거래 방식은 다양하다. 재임 시에 특정 기업에게 특혜를 제공하고, 퇴임 후 높은 연봉으로 본인 또는 가족이 그 기업에 취업을 하거나 퇴임 후에 스스로 회사를 차려 금전적 원조를 받기도 한다. 만약에 직권 남용이나 배임 죄로 투옥되었다가 나오면 두둑한 보상비를 받는 것은 덤이다. 특히나 간부는 퇴임 전에 자신이 양성한 후배를 후임에 오르게 함으로써 지속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여 퇴임 후에도 부패의 커넥션을 유지한다.

기업의 입장에서는 전직 관료를 영입함으로써 각종 까다로운 규제를 통과하기 위한 '전문 인력'을 확보한다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 그러나 더욱 중요한 것은 퇴임 관료들이 보유하고 있는 로비 자본(lobbying capital)을 획득하는 것이다. 유교 문화적 특성상 관료 사회의 엄격한 위계질서에서 한번 모셨던 상관은 끝까지 상관이라는 관념 때문에 퇴임한 상관은 유용한 대정부 로비 창구가 된다.

또 하나는 특혜에 대한 보상을 충실히 이행함으로써 규제 기관의 지속적인 호의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관료 사회가 강한 결속력을 갖고 있다면 암묵적으로 약속된 취업을 보장하지 않을 경우 규제 기관으로부터 낙인이 찍혀 불이익을 받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사회주의 시장 경제의 치명적인 약점

중국에 널리 알려져 있는 말 중에 '59세 현상'이 있다. 성(省)급 상무위원이 60세 이상이 됐을 때 승진하지 못하면 퇴임해야하는 일종의 계급 정년제 때문에 생긴 현상이다. 승진이 어려운 고위 관료가 퇴임하기 전에 자신의 권력을 이용해서 특정 기업에 특혜를 주고 때를 기다리는 옵션 거래형 부패가 만연해 있다는 것을 나타내는 말이다.

중국의 공무원법 102조에 따르면 고위 관료는 퇴임 후 3년 동안은 직무와 관련한 기업에 취업할 수 없게 되어 있는데 그 규정을 따른다고 해도 3년 기다리는 것이 대수겠는가? 이제는 그 연령대도 내려가서 작은 권력으로 한 몫 챙겨서 자기 사업을 하려는 39세 현상도 대두되고 있다.

그런데 이런 현상이 중국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에서도 큰 사고가 터질 때마다 등장하는 '원전 마피아(핵 마피아)', '철도 마피아', '해수부 마피아' 등 각종 마피아가 바로 옵션 거래형 부패의 전형이다. 어느 날 고위 관료가 낙하산 인사로 내려오고, 그들은 기업의 로비창구가 되고, 후임들은 '전관예우'라는 그럴듯한 말로 포장된 부패를 관행이라는 이유로 스스럼없이 행한다. 일본에도 낙하산 인사라는 의미의 '아마쿠다리'(天降リ)라는 말이 널리 퍼져있는 것을 보면 이런 유형의 부패는 의리를 강조하는 유교 문화의 산물인 듯하다.

한 개인에 대한 보상이라는 차원을 넘어서 기업과 규제 기관 사이의 옵션 거래형 부패가 일종의 관례가 되어 제도화되면 경제는 활력을 잃는다. 이러한 관례를 따를 수 있는 기업에게 규제는 장벽이 아니라 다른 기업과 경쟁에서 승리할 수 있는 좋은 방어막이 되기 때문이다. 그나마 중국에서는 전관예우를 그들 말로 '치취엔(期權, future option) 부패'라고 명명하고 있으니 문제점에 대해서는 인식하고 있는 듯하다. 그러나 돈이 권력과 가까이 지내야 한다는 사회주의 시장 경제의 치명적인 약점을 극복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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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흠

한국외국어대학교에서 강사로 학생들을 가르치며 중국 문화에 대한 글을 쓰고 있다. 대륙연구소, 북방권교류협의회, 한림대학교 학술원 등에서 연구원을 역임했다. 중국의 관료 체제에 관한 연구로 국립대만사범대학교에서 석사 학위를 취득했고, 중국의 정치 문화에 대한 연구로 건국대학교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한 권으로 읽는 유교> 등의 번역서와 <중국 인민의 근대성 비판> 등 다수의 연구 논문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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