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더스, '희망의 불씨'는 꺼지지 않았다

[박영철-전희경의 국제 경제 읽기] 샌더스, 이대로 패배하는가?

돌풍은 없었다.

지난 3월 15일 소위 '제2의 슈퍼 화요일'에 다섯 개 주에서 버니 샌더스가 완패했다. 샌더스가 적어도 미국 중동부의 3개 주 정도에서는 승리할 것이라는 예상이 완전히 뒤집혔다.

힐러리 클린턴은 크게는 무려 30%포인트 이상의 큰 격차로(플로리다 주), 작게는 0.2%포인트(1531표)의 근소한 차이로(미주리 주) 완승했다.

그러나 민초들이 보낸 정치 자금 '실탄'이 아직도 든든한 샌더스 진영은 6월 말까지 계속되는 경선을 완주할 것을 다짐하고 있다. 샌더스 후보 자신도 앞으로 있을 경선 지역의 인구 분포가 자신에게 유리하다면서 최종 승리를 호언장담하고 있다.

반대로 미 언론은 샌더스가 '대의원 수의 덫', 즉 앞으로 남은 경선에서 후보 지명에 필요한 대의원 수를 확보할 가능성이 '수학적'으로 거의 불가능하다고 평가하고 있다.

샌더스 돌풍은 여기서 멈추는가? 아니면 샌더스가 민주당 후보 지명을 따낼 가능성은 아직 살아 있는가?

이에 대한 답을 얻기 위해 다음 사항 등을 짚어볼 필요가 있다.

- '제2의 슈퍼 화요일' 경선 결과의 분석.
- 샌더스가 갇힌 '대의원 수의 덫'의 의미.
- 샌더스 진영의 향후 승리 전략의 분석.

위 문제를 좀 더 자세히 알아보기 위하여 박영철 전 원광대학교 교수와 인터뷰를 했다.

박영철 전 교수는 벨기에 루뱅 대학교 경제학과에서 국제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은 후, 세계은행(World Bank)에서 경제 분석가(Country Economist and Project Analyst)로 15년(1974~1988년)간 근무했다. 그 이후 원광대학교 교수(경제학부 국제경제학)를 역임했고, 2010년 은퇴 후 미국에 거주하며 개인 컨설팅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전희경 : 일주일 전(3월 8일) 미시간 주에서 미 대선 역사상 최대의 극적인 역전에 성공한 샌더스 후보가 지난 3월 15일 '제2의 슈퍼 화요일'에 다섯 주에서 대참패를 당했군요. 그 결과를 좀 더 자세히 설명해 주십시오.

▲ [표 1] 5개 주의 득표율과 대의원 배당수.
박영철 : [표 1]에 잘 나타나 있듯이 샌더스가 5개 주에서 완패했습니다.

남부의 플로리다 주에서는 무려 31% 포인트 이상의 큰 격차로, 노스캐롤라이나 주와 오하이오 주에서는 약 14%포인트 차이로 졌습니다. 심지어 승리를 예상했던 미 중동부의 일리노이 주에서도 1.8%포인트 차이로 패하고, 선거일이 이틀이나 지난 3월 17일에 공표된 미주리 주에서마저도 근소한 1531표로 결국 지고 말았습니다.

전희경 : 이것은 지난 한 달 동안 샌더스가 예상을 뒤엎고 큰 차로 승리한 양상과는 너무나 다르군요.

박영철 : 그렇습니다. 아래 차트를 보시면 지난 몇 개의 경선에서 샌더스가 실제로 얻은 투표율과 여론 조사 기관의 예측 득표율과의 격차가 매우 크게 나타났습니다.

미네소타 주에서는 무려 57%포인트, 캔자스 주 45%포인트, 미네소타 주 24%포인트, 콜로라도 주에서 14%포인트의 차이가 있었습니다. 이 격차의 크기는 바로 샌더스 돌풍의 강도를 의미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번 제2의 슈퍼 화요일의 경선 다섯 주에서는 이런 현상이 없었습니다.


전희경 : 예상을 크게 웃도는 샌더스의 참패인데 투표자 성향에 무슨 큰 변화가 있었나요? 예를 들면 샌더스 지지 기반인 청년층이나 무당층이 투표에 불참했다든가 또는 미시간에서 샌더스에게 대역전을 안겨준 백인 남성들의 표심이 변했다든가 하는 그런 이변이 있었나요?

박영철 : 매우 적절한 질문인데, 그런 이변은 없었다고 봅니다.

▲ [표 2] 주(state) 별 투표자 성향 분석.

위 [표 2]를 보시면 다음과 같은 투표자 성향의 특성이 눈에 띕니다.

1) 백인 남성의 표 : 투표 참여율은 2008년과 비슷합니다. 그리고 남부의 두 주(플로리다와 노스캐롤라이나)를 제외한 중동부의 세 주에서는 샌더스 지지율이 높았습니다. 그러나 이 백인 남성의 지지율이 미시간에서 얻은 지지율보다는 매우 낮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합니다.

2) 청년층의 표 : 투표 참여율은 2008년과 비슷했습니다. 그리고 18~29세의 경우 5개 모든 주에서 샌더스가 약 80%의 득표율을 얻었습니다. 그러나 30~44세의 경우에는 남부 두 주에서 힐러리가 승리하고 다른 3주에서 샌더스의 득표율은 겨우 50%대를 넘었습니다. 지난 2월의 뉴햄프셔 주의 결과와는 큰 차이가 있습니다.

3) 무당층의 표 : 투표 참여율에 대한 정보는 없습니다. 샌더스가 5개 주에서 승리합니다. 힐러리와의 격차가 평균 20%~30%포인트 선입니다. 뉴햄프셔에서는 이 격차가 무려 40%포인트를 넘었습니다.

4) 여성 표+흑인 표 : 오히려 힐러리가 압도적인 우세를 보입니다. 평균 30%~40%포인트 격차입니다.

전희경 : 샌더스의 완패 원인이 결코 샌더스 기본 지지 기반의 이탈에 있지 않다는 분석이 설득력이 있군요. 오히려 샌더스 후보가 모멘텀을 상실한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그렇다면 경선 일정 초반에 있었던 뉴햄프셔의 돌풍이 점차 힘을 잃어 가고 있다는 평가가 사실인가요?

박영철 : 그런 평가도 가능하다고 봅니다. 샌더스 돌풍은 '돌풍'이어야 성공합니다. 즉 갑자기 바람이 불고 모멘텀을 잡아야 승리합니다. 오하이오와 뉴햄프셔에서 얻은 모멘텀이 지난 3월 1일 '제1의 슈퍼 화요일'에 크게 꺾였다가 미시간에서 기적 같은 역전으로 희생했습니다. 그래서 지난 3월 15 '제2의 슈퍼 화요일' 경선에 큰 기대를 걸었던 것인데, 결과는 샌더스 완패로 끝났습니다.

전희경 : 샌더스 돌풍이 주춤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가 무엇인지요?

박영철 : 매우 어려운 질문입니다. 이런 경우에는 가장 쉬운 답변을 드리는 것이 적절하다고 봅니다. 두 가지 중요한 이유가 있습니다.

우선 무엇보다도 "샌더스 돌풍이 민주당의 기득권 세력의 장벽에 부딪힌 것입니다." 지난 2월에 시작한 경선 초기에 예상 밖의 선전을 펼치는 샌더스 돌풍에 민주당의 기득권 세력이 총 궐기하여 반격을 가하고 있습니다.

월 스트리트의 재벌은 슈퍼 팩을 통해 무한한 정치 자금을 지원합니다. <월 스트리트 저널>과 <워싱턴 포스트> 등 미국 유력 언론이 재정 파탄을 초래한다면서 샌더스 경제 공약의 무모성과 현실성 결여를 집중적으로 공격합니다.

더 놀라운 사실은, 유수의 경제학자도 이런 언론의 주장에 동의합니다. 눈에 띄는 경우가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진보 진영의 스타 폴크루그먼 교수나 클린턴과 오바마 임기 중 백악관에서 일한 앤 크루거 같은 전 경제자문위원회 의장들이 공개 서한을 통해 샌더스 경제 공약을 공격하고 있습니다. (☞관련 기사 : 샌더스 공약은 거품인가)

워싱턴 정가는 오바마 대통령과 바이든 부통령, 보수 중도 의원들이 샌더스의 민주적 사회주의가 민주당 정체성에 부합하지 못한다고 주장하고, '오바마를 넘어서'라고 주장하는 샌더스의 복지 정책이 오바마 유산인 오바마 케어(전 국민 의료 보험 제도)를 훼손한다고 분노합니다.

기득권 세력인 흑인 지도부와 시민 운동 정치가는 학생 때부터 흑인 시민 운동에 참여한 힐러리를 영웅화하면서 흑인 몰표를 몰아주고 있습니다. 여성들은 '미국 최초의 여성 대통령 만들기'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조건 없는 지지를 호소합니다.

결론적으로, 민주당의 보수 제도권과 기득권이 반샌더스 운동의 장벽을 공고히 쌓고 있고 샌더스 돌풍이 여기에 부딪치고 있습니다.

두 번째 이유는, 지금까지의 유세 일정이 보수 남부 지역에 편향되어 흑인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는 힐러리에게 유리했다는 사실입니다. 앞으로 남은 선언 대의원의 50%이상을 뽑는 뉴욕(NY), 캘리포니아(CA) 주 등 경선이 샌더스에게 유리한 지형입니다. 샌더스 진영이 아직도 역전이 가능하다고 주장하는 이유입니다.

전희경 : 샌더스 돌풍이 주춤한 이유를 잘 들었습니다. 그리고 이 같이 어려운 상황에도 불구하고 샌더스 진영이 아직 남은 경선의 인구 분포가 샌더스 후보에게 우호적이므로 6월 말까지 경선을 완주하겠다고 선언한 이유를 알겠습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미 언론은 샌더스가 '대의원 수의 덫'에 걸렸기 때문에 후보 지명을 받을 확률은 매우 희박하다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이 '대의원 수의 덫'을 자세히 설명해 주십시오.

박영철 : '대의원 수의 덫'이 유세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큽니다.

민주당 대통령 후보 지명 전당 대회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과반인 2383명의 대의원(선언 대의원과 슈퍼 대의원 합계)의 지지를 얻어야 합니다.


위의 차트를 보시면 3월 15일 현재, 힐러리 후보는 1614명( 선언 1147명과 슈퍼 467명)을 얻고 있어 향후 769명의 대의원을 확보하면 후보 지명을 받게 됩니다.

반면 샌더스 후보는 현재 대의원 856명(선언 830명과 슈퍼 26명)을 확보하여 힐러리가 확보한 대의원 수의 절반 정도입니다. 향후 1527명의 대의원의 지지를 더 확보해야만 후보 지명을 따게 됩니다.

문제는 약 반절 정도 남은 경선 일정을 고려할 때, 샌더스가 이처럼 많은 대의원을 확보할 수 있느냐입니다. 미 언론의 다수가 이 같은 이변이 생길 확률은 '수학적'으로 '거의' 불가능하다고 봅니다.

전희경 : '수학적'으로 '거의' 불가능하다고 매우 조심스럽게 말씀하시는데 그 이유가 무엇인지요?

박영철 : 샌더스 진영과 일부 언론은 이 같은 이변이 생길 확률이 희박하지만, 불가능하지 않다고 주장하기 때문에 매우 조심스러운 전망을 하는 것입니다.

▲ [표 3] 538 블로그의 예측. ⓒfivethirtyeight.com

우선 샌더스가 '대의원 수의 덫'에 걸리는가를 살펴보겠습니다.

[표 3]은 민주당 대선 후보 지명을 따내는 데 필요한 선언 대의원 %와 슈퍼 대의원 %의 합계를 보여줍니다. 예를 들어, 선언 대의원의 58.8%를 얻은 후보는 슈퍼 대의원의 0.0% 지지를 얻고도 당선이 됩니다. 또 다른 극적인 경우는 선언 대의원의 41.2%의 매우 낮은 지지율을 받은 후보도 슈퍼 대의원의 100.0% 지지를 받으면 승리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3월 15일 현재 힐러리와 샌더스의 대의원 지지 수를 고려할 경우, 힐러리나 샌더스가 앞으로 남은 경선에서 대의원의 몇 %를 얻어야 승리할 수 있는지를 분석할 필요가 있습니다.

전희경 : 교수님이 말씀하신 분석에 절대로 필요한 수치들을 구체적으로 설명해 주시면 합니다.

▲ [표 4] 민주당 후보 지영과 대의원 상황.

박영철 : [표 4]를 보면서 설명하겠습니다.

민주당 후보 지명에 필요한 대의원 수(선언 대의원+슈퍼 대의원 합산)는 과반수인 2383명입니다. 3월 15일 현재 진행된 경선에서 결정된 선언 대의원 수는 1977명인데 그 가운데 힐러리가 1147명, 샌더스가 830명의 지지를 얻고 있습니다. 언론사가 파악한 슈퍼 대의원 수는 493명인데 그중 힐러리가 467명, 샌더스가 26명의 지지를 얻고 있습니다.

따라서 민주당 후보 지명을 따내기 위해서 힐러리는 앞으로 769명(선언과 슈퍼 대의원 합쳐서)의 지지를 얻으면 됩니다. 반대로 샌더스는 1527명을 더 획득해야 합니다.

앞으로 6월 말까지 진행될 경선에서 결정될 선언 대의원 수는 2020명이며 아직도 지지 여부가 파악되지 않은 슈퍼 대의원 수는 276명, 총합계는 2296명입니다. 즉, 힐러리는 남은 대의원 수(선언과 슈퍼 대의원 합계)인 2296명 가운데 769명의 지지(33.5%), 샌더스는 2296명 가운데 1527명의 지지(66.5%)를 얻어야 합니다.

전희경 : 남은 경선에서 대의원의 66.5%, 즉 세 명 중 두 명의 지지를 따내야 하는 샌더스가 이길 확률이 글자 그대로 '수학적'으로 '거의' 불가능하다는 느낌이 드는군요. 샌더스가 '대의원 수의 덫'에 걸린 것 같군요. 그런데도 샌더스 진영이 아직도 게임이 끝나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근거가 있나요?

박영철 : 나름대로 근거가 있다고 봅니다. 게임이 매우 어렵지만, 불가능하지는 않습니다. 크게 다음의 세 가지 이유에서입니다.

첫째, 남은 경선 지역이 샌더스에게 유리합니다. 그중 대의원 수가 많은 주에서 샌더스가 대의원의 몰표를 얻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캘리포니아(476명), 뉴욕(277명), 펜실베이니아(189명), 뉴저지(142명), 워싱턴 (118명) 등에서 25%~30%포인트의 큰 차이로 이길 전략을 짜고 있습니다.

그리고 오는 3월 22일부터 4월 19일의 뉴욕 주 경선 전에 열리는, 주로 산악 지대인 8개의 경선에서 승리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는데, 그 이유는 힐러리를 압도적으로 지지하는 보수 남부 지역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둘째, 민초들이 보내준 자금이 든든합니다. 매우 중요한 무기입니다. 미국의 선거 운동은 세 개의 축으로 이루어집니다. 현장 유세, 현장 동원 봉사 부대, 그리고 TV 등을 통한 선전입니다. 따라서 미 선거는 '실탄'이 없으면 승리할 수 없습니다. 심지어 돈 잔치라는 비난을 받을 정도입니다. 약 200만 명의 개인들이 보낸 200달러 이하의 헌금이 모인 든든한 '실탄'이 가지는 민심의 상징성도 샌더스 유세에 큰 도움이 됩니다.

셋째, 슈퍼 대의원의 표심입니다. 현재 언론이 파악한 슈퍼 대의원은 절대 다수가 힐러리를 지지합니다. 그리고 아직 의사를 표명하지 않은 슈퍼 대의원 수가 겨우 276명입니다. 따라서 샌더스에게 매우 불리한 상황입니다. 그러나 선언 대의원과 달리 이들 슈퍼 대의원은 언제고 지지 후보를 바꿀 수 있습니다. 특히 민심의 가늠대인 경선 결과에 매우 민감하고 유동적입니다. 만약 샌더스가 남은 경선에서 선전하여 선언 대의원의 몰표를 확보하는 경우 '민초의 뜻'을 따른다는 명분으로 슈퍼 대의원의 표심이 바뀔 가능성이 있습니다.

전희경 : 샌더스 진영의 향후 승리 전망에 대한 교수님의 의견은 어떠신지요?

박영철 : 조금은 무모하고 크게 감성적인 의견을 드리면 샌더스가 민주당 대선 후보가 될 확률은 35%라고 봅니다.

전희경 : 포기하지 않는다면 샌더스가 주는 메시지가 크겠습니다. 인터뷰를 마치면서 남기고 싶은 말씀은 없으신지요?

박영철 : 2016년 미 대선은 한 마디로 일반 국민의 '분노, 분노, 분노'의 표출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만약 본선에서 힐러리와 트럼프가 경쟁하는 상황이 온다면(그럴 가능성도 큽니다), 이 두 후보가 미 대선 역사상 국민의 가장 '낮은 호감도'를 얻는 후보가 될 것이라는 신랄한 평가도 있습니다. 미국에서도 한국에서처럼 '정치 불신'과 '정치 혐오'가 거의 극에 달한 느낌입니다. 잘 풀리기를 바랄 뿐입니다.

저는 "문제는 경제야, 바보야"가 아니라 "문제는 정치야, 바보야"가 더 맞는 말이라고 봅니다. 정치가 제대로 돌아가는데 경제가 망한 경우는 자연재해를 빼고는 매우 드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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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희경

조지아서던 대학교 겸임교수로 보건 정책, 역학을 연구 중이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서 경제 분석 및 산업 안전 보건, 노동 환경 정책 연구원으로 일했다. 보스톤 대학교에서 경제학 석사, 매사추세츠 주립대학교에서 노동 환경 정책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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