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박, 총선 포기했나"…끝 안 보이는 공천 전쟁

친박 최고위는 단독 추인 강행, 외부 공관위원은 김무성 비판

비박계 대거 낙천 결과를 두고 새누리당 친박계와 비박계가 17일 정면 충돌했다. 이날 오전에는 지도부 내 계파 간 반목으로 당이 쑥대밭이 되더니, 오후에는 그 여파로 공천관리위원회 회의까지 파행되고 말았다. 이한구 공관위원장의 '비박계 학살' 공천, 그리고 이를 뒤집어보려는 김무성 대표의 '추인 거부'라는 구도가 전날부터 계속되고 있는 상황이다.
18일 오전으로 예정된 최고위원회의와 오후로 예정된 공관위 회의에서도 또 한 번의 '격돌'이 예상된다. 지도부와 공관위 외곽에서의 싸움도 점차 가시화하고 있다. 비박계는 싸움의 '큰 판'을 벌리기 위한 의원총회 소집을 요구하고 나섰다. 진영 의원 등 낙천자 탈당도 줄을 잇고 있다.

앞서 김 대표는 16일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오 의원이 탈락한 서울 은평을 등 단수 추천 지역 7곳의 최고위 의결을 보류하겠다고 밝혔다. 또 3선 주호영 의원의 지역구인 대구 수성을이 여성 우선 추천 지역으로 선정된 것에 대해서도 '이해할 수 없다'며 문제 제기를 했다. '비박계 학살'로 평가되는 공관위의 결정에 '도장'을 찍어주지 않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위원장은 "재의를 반려하겠다"며 꿋꿋한 태도를 보였다. 그리고 곧이어 공관위는 주 의원과 김 대표의 재심 요청을 공식 기각하는 결정을 내렸다.

김 대표는 이후 17일 오전으로 예정된 최고위를 전격 취소했다. 그러자 친박계 최고위원들은 김 대표를 배제한 단독 최고위를 시도했다. 서청원·이인제·김태호·원유철·김정훈 최고위원은 이날 오전 국회 원내대표실에 모여 15일 저녁 공관위가 발표한 7차 경선 및 단수·우선 추천 지역 선정 추인을 강행하려 했다. (☞ 7차 선정 결과 보기 : '비박' 학살 현실로…다음은 유승민 차례?)

그러나 김 대표가 이는 당헌·당규에 어긋나는 회의 소집이라고 지적, 회의는 '비공개 간담회' 형식으로 바뀌어 진행됐다. 새누리당 당헌·당규는 대표가 궐위 상태에 있을 때 원내대표 등이 회의를 주재할 수 있다고 하고 있다.

간담회를 마치고 원유철 원내대표는 취재진을 만나 "당 대표께서 (전날 최고위) 정회 중에 기자회견을 한 것은 적절치 못했다"고 말했다. 김 대표가 전날 회의를 다 마치지도 않고 일방적으로 회견을 통해 단수 추천지 7곳 등에 대한 의결 보류를 공표해버렸다는 항의다.

원 원내대표는 "이 부분은 (김 대표가) 최고위에 사과하셔야 한다"고 했다. 김 대표는 이에 대해서 기자들을 만나 "사과할 일이 아니다"라고 맞받았다.

▲ 새누리당 이인제 최고위원(왼쪽부터)과 김태호 최고위원, 서청원 최고위원이 17일 오전 국회 원내대표실에서 간담회를 가진 뒤 회의장을 나서고 있다. 이날 회의는 김무성 대표가 최고위원회의 소집 자체를 반대해 원 원내대표 주재로 서청원 김태호 이인제 최고위원과 김정훈 정책위의장이 참석한 가운데 공식 최고위가 아닌 간담회 형식으로 열렸다. ⓒ연합뉴스
친박계가 이처럼 '추인 강행'을 시도하는 사이, 비박계도 바쁘게 움직였다. 김무성 대표는 김학용·권성동 등 자신의 측근들과 긴급 회동을 갖고 대책을 논의했다. 또 김용태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당헌·당규를 위반한 공천을 바로잡고, 새누리당을 바로 세우기 위해 의원총회 소집 요구 등 동지들의 뜻을 모아나가겠다"고 밝혔다.

싸움은 국회 밖 서울 여의도 새누리당사로도 이어졌다. 김 대표의 기자 회견과 공관위 결정 추인 보류 등에 공관위 '외부위원'들이 항의성 보이콧을 하면서다. 이날 오후 시작된 회의는 외부 위원들이 시작 30여 분만에 퇴장함에 따라 파행됐다. 그 결과로 이날 중 있을 것으로 예상됐던 일부 지역 경선 결과 발표도 미루어졌다.

외부 위원들의 말을 종합하면, 회의 시작 후 최공재 외부 위원이 "공관위에서 다들 합의를 해서 의결된 주호영 의원 건에 대해 왜 내부 위원들이 합의를 한 적이 없다고 말을 바꾸냐"면서 "말바꾸기에 대해 사과하고 해명하라"고 주장했다고 한다.

전날 공관위가 대구 수성을 재의 반려를 공식 의결했음에도, 비박계 공관위원인 황진하 사무총장과 홍문표 제1사무부총장이 '의사 결정 절차를 제대로 밟지 않았다'고 한 것은 '거짓말'이란 주장이다. 황 사무총장은 전날 "합의되지 않은 사항(수성을 재의 반려)을 왜 (이한구 위원장이) 발표하냐"는 내용의 언론 브리핑을 했었다.

한 외부위원은 "김무성 대표가 살생부 사건 이후 공관위에 관여를 안 한다고 해놓고 이런 식으로 황 사무총장과 홍 부총장을 이용해 공관위를 흔들고 있다"고 반발하기도 했다. 회의 장소에서 이 위원장과 황 사무총장이 고성으로 설전을 벌이기도 했으며, 이 끝에 결국 외부 공관위원들이 '더 이상 회의는 의미가 없다'며 회의장을 박차고 나왔다는 전언이다.

새누리당은 이런 들끓는 내분 속에 18일 오전 최고위원회의를 연다. 총선 후보자 등록일(24일)이 고작 1주일 앞으로 다가온 만큼, 공천 심사를 늦추며 갈등을 해소해 나갈 시간도 없다. 유승민 전 원내대표의 공천 여부도 아직 결론 나지 않았다. 비박계의 한 새누리당 후보자는 "이쯤 되니 친박계가 총선 압승과 같은 목표는 아예 버린 게 아닌가란 의구심마저 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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