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 "이제 노동 4법, 서비스법 직권상정"

사이버테러 방지법 통과도 주문…"정의화 결단해야"

새누리당이 테러방지법과 북한인권법 처리 여세를 몰아 노동 4법과 서비스발전기본법의 19대 국회 중 처리를 야당에 압박하고 나섰다.

이 법들은 이른바 '박근혜 대통령 주문 법안', 즉 청와대 주문으로 새누리당이 처리에 애써 온 법안들 중 현재까지 미처리된 사실상의 마지막 '과제'들이다.

새누리당 원유철 원내대표는 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이제부터는 경제"라면서 남은 쟁점 법안들의 처리에도 협조할 것을 야당에 요구했다.

그는 "낭비할 시간도 머뭇거릴 시간도 19대 국회에는 없다"고 말했다. 4.13 총선은 41일, 19대 국회 임기는 87일 남았다.

이인제 최고위원은 한술 더 떠 사이버테러 방지법까지 끼워 넣었다.

그는 "19대 국회 안에 반드시 처리해야 할 법이 서비스법과 노동 4법, 그리고 사이버테러 방지법"이라면서 "이 3개 법에 대해 야당 협력을 기대하기는 매우 어려운 상황이다. 정의화 의장이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말했다.

테러 방지법을 국회 본회의에 직권 상정한 것처럼 이들 법안도 소관 상임위를 건너 뛰고 본회의에 바로 올리라는 요구다.

이 최고위원은 "테러 방지법 위한 국가 비상사태(국회법상 의장의 법안 직권상정 요건) 따로 있고, 나머지 쟁점 법안의 직권 상정을 위한 (국가 비상사태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주장하기까지 했다.

여야는 앞서 지난해 12월 3일 관광진흥법·국제의료사업지원법을 처리했고 지난달 4일에는 논란 끝에 원샷법(기업활력제보법)을 처리했다.

이 법들 또한 수많은 미결 쟁점과 사회적 반대 여론에도 청와대와 새누리당의 계속되는 압박에 야당이 두손 두발을 들며 처리되었다.

관광진흥법 등의 통과 때엔 새누리당이 2016년 예산안 처리를 볼모를 잡았다. 원샷법 통과 때엔 안철수 의원의 국민의당이 '캐스팅보트'를 자임해 새누리당의 법안 처리를 도운 일이 결정적이었다.

이렇게 '청와대 주문 법안'이 하나하나씩 처리된 끝에 남은 법안들인 노동 4법(근로기준법·파견법·고용보험법·산재법)과 서비스발전기본법에 대해선 '비정규직 양산법' '의료 영리화법' 이란 비판이 계속되고 있다.

새누리당의 이런 '릴레이' 법안 처리 압박에는 당보다 청와대의 의중이 훨씬 더 강하게 깔려 있다는 게 당 안팎의 일반적인 평가다.

선거가 고작 40여 일 남은 상황이지만, 새누리당은 아직 각 지역구 후보를 결정하는 당내 경선 절차에 돌입하지도 못했다. 법안 처리에 동원되고 있는 현역 의원들로선 서울 여의도가 아니라 각 지역구에서 밤낮을 보내도 시간이 모자르다는 한숨이 나올 수밖에 없다.

게다가 경선 '룰'을 둘러싼 당내 계파 간 갈등이 계속해서 불거져 나오고 있고, 테러 방지법을 선거법 처리와 연계하면서 제 손으로 선거구 획정을 늦추는 자충수를 두기까지 했다. 박근혜 주문 법안 처리에 집중하기에는 당의 부담이 차츰 커져만 온 셈이다.

남은 청와대 주문 법안 또한 야당과 사회 일각의 반대가 만만치 않아 지난한 협상과 싸움이 불가피하다.

한편, 새누리당은 이날 더민주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의 '야권 통합' 제안에 원색적인 비난을 내놓으며 예민한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원 원내대표는 "얼마 전까지 서로에게 독설을 퍼붓던 분들이 선거를 위해서만 뭉친다면 야권 분열은 연대를 염두로 선거 보조금을 노린 위장 이혼이었다는 비난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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