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해" 대신 "괜찮아"

[살림이야기] 신뢰와 안정감을 주는 단어

'나무숲 세움터'가 있는 경기 양평의 겨울은 추위가 매섭다. 추운 날씨에도 움츠러들지 않는 아이들은 곳곳의 웅덩이와 개울로 달려가 꽁꽁 언 얼음을 즐긴다. 달려가서 제일 먼저 하는 일은 얼음이 어느 정도 얼었는지 확인하는 일이다.

"위험해" 대신 "괜찮아"

도시의 잘 닦인 길과 달리 세움터가 있는 공간은 '자연 그대로'이다. 사람의 손이 거의 닿지 않은 곳이기에 거칠다. 처음에 교사를 할 땐 아이들이 움직이기만 해도 불안했다. 아장아장 걷는 세 살 아이들이 울퉁불퉁한 돌계단을 엉덩이로 미끄러져 내려가는 모습을 보며 매일 불안했다. 계곡의 거친 돌 위를 고라니처럼 껑충껑충 뛰어다니고, 뭐가 나올지 알 수 없는 숲에 성큼성큼 걸어 들어가고 산책길에 만난 온갖 나무 열매들을 입에 바로 넣고 냠냠 먹는 아이들에게 익숙해지는 데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원래 두려움도 겁도 많은 나는 모든 게 위험천만해 보였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깨달았다. 내가 두려워하던 무시무시한 일은 벌어지지 않았고 아이들이 다치는 일도 거의 없고 아프지도 않더라는 것이다. 자연의 품에서 아이들은 안전하다. 도시 아이들에게는 안 되는 것도 많고 위험한 것도 많다. 아이의 움직임이 조금만 커져도 어른들은 연신 "안 돼, 위험해"라고 말한다. 아이들을 위험에서 보호하려는 어른의 말일 텐데, 정작 위험하다는 말을 너무 많이 듣고 자라는 아이들이 과연 스스로 마음껏 자유롭게 무언가를 시도하거나 나아갈 힘을 기를 수 있을까. 실패나 위험에 대한 두려움을 학습하는 것은 아닐까.

이제 나는 아이들에게 "안 돼. 위험해. 하지 마"라는 말 대신 "괜찮아"라는 말을 자주 한다. 산놀이를 하다가 넘어졌을 때, 친구들과 다투어 속상해 할 때, 낮잠 자면서 무서운 꿈을 꾸었을 때 아이를 안아 주며 "괜찮아"라고 말해 주면 아이들은 실컷 울고 난 후에 차츰 진정한다. "괜찮아"라는 말은 아이들과 관계에서 신뢰와 안정감을 키워 가는 단어가 되었다. 아이들이 다치지 않도록 미리 보호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살아가면서 몸이든 마음이든 다칠 수밖에 없는 세상이다. 아이들이 다치고 왔을 때 "괜찮아"라고 말해 준다면 아이들이 보다 밝고 건강한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을 것이다. 아이들이 그런 단단한 내면의 힘으로 세상을 마주하고 꿋꿋하게 살아나갈 힘을 기를 수 있으리라 믿는다.

▲ 가희와 수린이 실외놀이를 마친 후 교실에 들어와 산놀이 때 주워 온 나뭇가지로 그림을 그렸다. 처음에 각자의 도화지에 그림을 그리다 같이 협동작품을 만들어 냈다. 혼자 하는 것도 재미있지만 함께할 때 새로운 작품이 나오기도 하고 서로의 활동을 통해 배움도 얻는다. ⓒ나무숲 세움터

아이스크림도 되고 놀이 재료도 되는 고드름

이전 계곡의 얼음을 향해 달려가는 아이들을 지켜보는 힘이 내게도 생겼다. 꽁꽁 언 얼음은 곧 아이들에게 놀이터가 된다. 아이들은 살얼음인지 단단한 얼음인지 손발로 꽝꽝 두드려 보고 빙판 위에 누웠다 앉았다 미끄러지며 한참 깔깔 웃는다. 마음껏 놀다가 작은 돌, 큰 돌을 차례로 주워 와 얼음을 깨기 시작한다. 구멍을 뚫고 물고기를 잡으려고 부단히 움직인다. 세움터 큰형 해루는 나뭇가지에 작은 낚시바늘을 매달아 손수 낚싯대를 만들어 얼음낚시를 시도해 아이들의 시선을 사로잡기도 했다. 얼음은 아이들에게 큰 흥밋거리이다. 곳곳에 얼어 있는 얼음을 찾아 개울을 따라 위로 올라가다가 커다란 고드름을 발견하면 아이들 눈이 반짝인다. 언니와 형들은 얼음을 찾아 동생들에게 기꺼이 나누어 주기도 한다. 아이들은 고드름을 입어 넣어 녹여 먹어 보기도 한다. 곳곳에 언 고드름은 아이들에게 천연 아이스크림이 되기도 하고 요리놀이를 하거나 얼음장사 놀이를 하는 중요한 재료가 되기도 한다.

이렇게 신 나는 겨울이라도 겨울나기가 쉽지만은 않다. 갑작스레 찾아온 추위에 교사도 아이들도 몸과 마음이 놀라 바짝 긴장한다. 아침에 세움터에 와서 "손 시려요. 발 시려요" 하며 한참을 우는 아이들을 다독여 산놀이를 시작하는 것이 쉽지 않다. 하지만 겨울을 잘 나는 방법은 춥다고 실내에 계속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계속해서 겨울이 가져오는 변화를 맞이하고 만나는 일이다. 아이들이 추위 때문에 움츠러들지 않도록 교사들은 더 크고 즐겁게 노래를 부르고 좀 더 크고 역동적인 동작으로 춤을 추거나 손 유희를 하며 긴장된 몸과 마음을 풀어 준다. 추위에서 움츠러드는 대신 몸을 움직이면 얼어붙은 마음 또한 깨어난다.

▲ 화린(8), 가희(7), 수린(6)이 커다란 얼음을 작게 잘라서 얼음장사 놀이를 했다(왼쪽부터). 이곳은 아이들이 자주 놀이를 하는 세움터 근처의 냇가이다. ⓒ나무숲 세움터

겨울철 놀잇거리 찾지 못하면 아이디어 제시


보통 때 스스로 놀잇감을 찾아 놀이를 시작하는 아이들도 겨울에는 자발적으로 새로운 놀잇감을 찾거나 놀이를 시작하기 종종 어려울 때가 있다. 눈이 오면 눈사람을 만들거나 요리놀이를 하지만 그렇지 않은 때 교사는 새로운 놀잇감을 발견하도록 돕거나 놀이를 시작할 수 있는 작은 아이디어들을 제시해 주기도 한다.

며칠 전에는 약간 비탈진 둥그런 언덕에서 기차놀이를 시작했다. 서로 허리춤을 잡고 비탈진 작은 동그란 언덕에 둘러서서 올라갈 때는 천천히, 내려갈 때는 빠르게 달려 기차놀이를 시작했다. 경사를 내려가던 아이들이 중간 중간 풀밭에 데굴데굴 구르며 까르르 웃음을 멈추지 않았다. 아이들이 너무 신 나하는 모습을 보니 나까지도 덩달아 신이 나서 한참 놀았다. 얼마나 재미있던지 산을 오르기 전에 느꼈던 그 매섭던 추위를 우리는 잊고 있었다.

이번 겨울에는 초등반인 소나무반에서 '움집 만들기 수업'을 했는데, 움집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지켜보는 것도 재미있었지만 볏짚과 장작을 태워 나오는 따뜻한 불을 쬐며 즐거웠다. 소나무반 언니와 오빠가 움집을 만들기 위해 새끼를 꼬고 있을 때 솔나리반, 하늘다람쥐반 아이들도 덩달아 따스한 불 곁에 앉아 새끼도 꼬고 짚 인형도 만들어 보았다.

어김없이 겨울에도 아이들은 산에 올라가지만 다른 계절에 비해서 조금 일찍 내려와 실내놀이를 시작한다. 먼저 따스한 차를 마시면서 몸을 녹이고 마음의 여유를 잠시 누린다. 이모들이 담가 준 효소차는 겨울에 빛을 발한다. '이모표' 매실차나 쑥차를 마시고 나면 아이들도 교사도 훨씬 움직임이 가벼워져 다음 활동을 시작할 힘을 얻는다.(조수경 씨는 '교사'라는 호칭보다 '이모'라고 불리는 것을 더 좋아한다. 조 씨는 자신이 직접 만든 차를 '이모표'라고 표현했다. 편집자)

실내놀이를 할 땐 보통 계절 열매나 자연물을 이용한다. 얼마 전에는 산책하면서 주워 온 작은 나뭇가지를 물감에 찍어서 도화지에 그림을 그렸다. 붓이 아니기에 원하는 대로 잘 그려지지는 않아도 나뭇가지의 형태와 모양에 따라 그림을 그리니 재미가 있다. 아이들은 새로운 도구를 금세 받아들이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또 다른 무언가를 만들어 낸다. 아이들에게 무언가를 제안하되 그걸 풀어가는 나름의 방식을 존중해 준다. 아이들의 창작 행위를 관찰하는 일은 참 즐겁다. 같은 상황에 같은 재료가 줘도 아이마다 각각 다른 것들을 만들어 낸다. 미처 몰랐던 아이들의 새로운 모습을 만나는 순간이다. 찬바람과 찬 공기에 움츠러드는 게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겨울이지만, 그렇기에 햇살 한 줌과 따듯함을 주는 작은 것들에 더 고마움을 느끼게 된다. 온기를 전해 주는 작은 것들을 아이들과 함께 발견하고 고마워하며 나누면서 이 겨울을 풍성하게 보내련다.

▲ 얼마 전 열린 유아 겨울 계절학교에서 밀가루 반죽놀이를 했다. 각각의 방에서 세 가지 색으로 밀가루 반죽놀이를 하다가 한곳에 모여 모든 밀가루 반죽을 합쳤다. 반죽놀이를 하면서 아이들 스스로 이야기를 지어내 함께 이야기를 만들기도 했다. 반죽을 높이 든 수린이의 표정을 볼 때마다 마음이 환하게 밝아진다. ⓒ나무숲 세움터

언론 협동조합 프레시안은 우리나라 대표 생협 한살림과 함께 '생명 존중, 인간 중심'의 정신을 공유하고자 합니다. 한살림은 1986년 서울 제기동에 쌀가게 '한살림농산'을 열면서 싹을 틔워, 1988년 협동조합을 설립하였습니다. 1989년 '한살림모임'을 결성하고 <한살림선언>을 발표하면서 생명의 세계관을 전파하기 시작했습니다. 한살림은 계간지 <모심과 살림>과 월간지 <살림이야기>를 통해 생명과 인간의 소중함을 전파하고 있습니다. (☞바로 가기 : <살림이야기>) 구글에서 프레시안을 더 자주 만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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