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대통령 사진, 마음대로 쓰면 다쳐!?

[전진한의 알권리] 대통령기록관, 외관보다 독립성 확보가 중요

행정자치부 국가기록원은 지난달 세종시에 새로 입주한 대통령기록관이 2월 16일부터 대통령의 권한과 책임을 이해하고 역대 대통령의 체취를 느껴볼 수 있는 대통령기록전시관을 일반 시민에게 전면 개방한다고 밝혔다. '대통령과의 만남'을 주제로 한 2333.59제곱미터(706평) 규모의 전시관에는 문서, 사진, 영상, 선물 등을 전시하고 있고 상징관(1층), 자료관(2층), 체험관(3층), 역사관(4층) 등 4개 층으로 구성되어 있다.

대통령 기록은 그동안 일반 시민들에게는 생소한 분야였고, 가까이서 열람할 기회가 없었다. 뒤늦게나마 세종시에 대통령 기록을 직접 보고,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 생겨 다행이다. 향후 이 시설이 세종시에서 좋은 문화 시설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

하지만 현 대통령기록관의 운영 실태와 법적 지위를 살펴보면, 내실 있게 운영될 수 있을지 걱정이 된다. 그동안 시민들은 대통령기록관에 대해서 긍정적인 뉴스보다는 부정적인 뉴스를 더 많이 접해 왔다. 이는 대통령기록관의 구조적 문제와 운영 문제가 맞닿아 있어 생긴 결과일 것이다. 따라서 대통령기록관이 향후 개선해야 할 몇 가지 지점을 지적해볼까 한다.

우선 대통령기록관은 대통령 기록 열람의 한 방법인 정보 공개 청구에 대한 대응 능력을 키워야 한다. 지난해 김영삼 대통령 서거 이후, 11월 24일 필자와 함께 일하는 동료가 대통령기록관에 '14대 김영삼 취임식 영상과 음성 기록 파일'에 대해서 정보 공개 청구를 했다. 당시 김영삼 대통령 취임식 파일을 입수해, 취임식에서 말한 내용 중 재임 기간에 얼마나 이행되었는지 분석할 목적이었다.

그런데 대통령기록관은 예상치 못하게 놀라운 답변을 보내왔다. 대통령기록관은 12월 1일 보내온 정보 공개 답변서에서 "공적 인물의 초상에 관하여 인격 및 재산권인 퍼블리시티권이 있기 때문에, 상업적 목적(언론사 제공, 기고 등 목적)에 대한 청구에 대하여 제공할 수 없음을 양지하시기 바랍니다"라고 비공개 사유를 적었다.

필자는 지난 15년간 수많은 정보공개청구와 심의를 해보았지만, 저런 답변서는 처음 보았다. 우선 정보공개법에는 비공개를 적시하려면 9조 1항 몇 호에 해당하는지 사유를 적어야 하지만 그런 조항에 대한 언급이 없었다.

답변의 내용은 더 놀랍다. 전직 대통령의 초상에 퍼블리시티권(영화배우, 탤런트, 운동선수 등 유명인이 자신의 성명이나 초상을 상품 등 선전에 이용하는 것을 허락하는 권리)이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또 퍼블리시티권이 있어서 상업적 목적(언론사 제공, 기고 등 목적)으로 제공할 수 없다는 이유도 이해할 수 없다.

ⓒ대통령기록관

매일 언론에는 전직 대통령과 언론인들의 얼굴이 쏟아져 나오고 있는데, 그러면 그 많은 보도는 건건이 허락을 받고 보도하고 있다는 말인가. 언론사 보도가 '상업적 목적'이라는 인식도 언론에 관한 편향된 인식을 보여준다. 그러면 대통령기록관은 개관 소식을 상업적 목적이 있는 언론사에 제공했다는 말이 된다. 향후 이런 논리라면 기자들은 정보 공개 청구를 해도 공개 받을 수 없고, 공개 받더라도 언론에 보도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이 비공개 사유를 페이스북에 공유했더니 한 언론인은 "공공 기록물은 사회적 자산이고, 개인의 퍼스낼리티라는 것도 대통령이나 지낸 공인에게 적용한다는 것은 넌센스다. 그럼 매일 저녁 나오는 TV 뉴스는 일일이 정치인 관료, 연예인 등에게 허락을 받고 찍어 쓰나요?"라고 댓글을 남겼다. 향후 대통령기록관은 정보 공개 청구인을 위해 직원 정보 공개 교육을 체계적으로 해야 할 것이다. 세종시 이외에 사는 시민들에게 정보 공개 청구는 중요한 대통령 기록 열람 방법 중 하나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대통령기록관은 구조적으로 큰 문제가 있다. 현 대통령기록관은 행정자치부 산하 국가기록원 소속 기관으로 되어 있어 독립적으로 업무를 수행하기 힘든 구조다. 이런 구조적 모순으로 대통령기록관은 독립성 시비에 휘말렸으며, 향후에도 이관된 대통령 기록이 안정적으로 관리될지 의문이다. 특히 5년 임기가 보장되어 있는 대통령기록관장직은 임기를 다 채운 적이 없어, 평균 1년 정도 재임 후 자리를 떠났다. 대통령기록관장은 전임 대통령들이 지정한 비밀 기록물 열람을 승인할 권한이 있어 정치적 독립성 확보가 필수적이다.

이런 연유로 대통령기록관은 대통령 기록 관리 사태가 터지면, 객관적인 처신을 하지 못한 채 한 쪽 의견을 들어 행정력을 집중한다는 비판이 있어왔다. 대통령은 항상 교체되는데, 대통령 기록을 관리하는 기관이 객관성과 중립성을 지키지 못한다면 향후 대통령기록관은 존재의 이유를 잃어버릴 것이다. 이제라도 대통령기록관은 명실상부한 대통령기록 관리 및 서비스 기관으로 자리 잡아야 한다. 이는 멋있는 건물과 시설로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정체성을 확립하고 대외적 신뢰를 회복할 때 가능하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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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진한

2002년부터 알권리운동을 해왔습니다. 주로 정보공개법 및 기록물관리법을 제도화 하고 확산하는데 에너지를 쏟았습니다. 힘이 있는 사람이나 단체들은 정보를 감추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들에게 햇볕을 비추고 싶은 것이 작은 소망입니다. 최근에는 사회적으로 어려운 컨텐츠를 쉽고 재밌게 바꾸는 일을 하는 '바꿈, 세상을 바꾸는 꿈' 상임이사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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