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날, '새누리 삼촌'-'일베 조카' 만났을 때 대응법

원샷법? 진박 논란? 정치 불신?…이것만 숙지하세요!

국민 2명 중 1명은 이번 설연휴 가족 모임에서 정치 관련 대화를 나눌 생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합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는 9일 흥미로운 조사 결과를 냈는데요, 4월 국회의원 총선거와 관련한 대화가 오간다면 참여할 의향이 있는지 물어본 결과, '정치 관련 대화를 나눌 것 같다'는 응답이 52.1%를 기록했습니다. '정치 관련 대화를 나누지 않을 것 같다(44.3%)'는 응답보다 7.8%포인트가 높습니다. '가족이나 친지를 만나지 않을 것 같다'는 응답은 3.6%로 나타났습니다. (2월 2일, 3일 전국 19세 이상 성인 1010명을 대상으로 휴대전화(50%)와 유선전화(50%) 임의전화걸기(RDD) 자동응답 방식으로 진행. 응답률은 4.8%,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

별다른 선거가 없었던 작년 추석의 여론조사 결과와 비교해 보면, 지금은 확실히 '정치 시즌'인 것 같습니다. 지난 2015년 9월 같은 기관의 '추석명절 정치담화 참여 여부' 여론조사에서는 '참여했다'는 응답이 45.0%, '참여하지 않았다'는 응답은 55.0%였습니다.

미국의 민주당은 명절을 앞두고 '공화당 삼촌을 만나면 어떻게 대화해야 하나' 식의 가이드라인을 배포한다고 합니다. 이를테면 지난해 추수감사절을 앞두고 민주당은 당원들에게 "이런 자리에는 꼭 공화당 삼촌 한 명이 나타나기 마련"이라며 "당신은 그 삼촌 앞에서 민주당 대변인 역할을 똑바로 해야 한다"며 '모범 답안'을 뿌렸다고 하죠. 이를테면 이런 겁니다.

공화당 삼촌: 민주당이 집권하면 경제가 망가져!

민주당 당원 : 삼촌! 지금 미국 경제가 얼마나 잘나가는지 아세요? 실업률이 현재 5%에요. 최근 7년간 가장 낮은 수치에요.

정치 대화와 세대 차이가 연관이 있는 것은 미국이나 한국이나 다를 게 없어보입니다. 그리하여, 정리해봤습니다. <프레시안> 논조를 잘 알고 있는 독자들을 위한 '가이드'입니다. 이번 설 명절 때 박근혜 대통령과 보수 정당을 지지하는 친인척을 만난다면? 당신은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만약 이 기사를 읽으시는 당신이 보수 정당 지지자라면 답변의 논리를 거꾸로 뒤집어 응용하시면 됩니다. 편집자.

▲박근혜 대통령이 재래시장을 찾은 모습 ⓒ청와대

진박 논란부터 누리과정까지 당신의 답변은?

[원샷법] 그나저나 원샷법 통과돼 참 잘됐네. 국회가 발목 잡으니 경제 살리는 법안 처리도 못 하고. 저러니 대통령이 얼마나 힘들겠어.

그러게요. 원샷법 통과시켜 '원샷'으로 경제가 살아나면 얼마나 좋아요. 그런데 그 원샷법은 서민들에겐 별로 상관 없는 법이죠. 쉽게 말해 기업이 인수합병을 수월하도록 길을 터주는 거예요. 기업에 대한 '수술'을 주주들이 아니라 총수들이 할 수 있도록 해주니까요. 그 과정에서 직원들은 잘려도 할 말이 없대요. 그런데 의사가 자기 몸을 스스로 수술할 수 있어요? 재벌 3세, 4세의 경영권 승계가 더 쉬워질 수는 있겠죠. 우린 재벌이 아닌데.사촌 OOO가 대기업 다니죠? 그 회사가 구조조정이 유력하다고 하는데, 무슨 일 생기진 않겠죠?

[서비스법] 아니 그래도 서비스법인가? 그거 하면 일자리가 수십만 개가 생긴다는데 그건 왜 안 해줘?

저희 어머니 지난 번에 병원 가셔서 허리 수술할 때 병원에서 이것저것 끼워판다고 돈 수백만 원 들었잖아요. 서비스법이 서비스 규제 풀어주는 법인데요. 그러면 병원이 이런 저런 상품을 많이 만들어낼 수 있겠죠. 그걸 누가 사죠? 의료 지식이 없는 서민들이 사는 거에요. 규제 중에서도 나쁜 규제는 풀어야 하는데, 환자들을 보호해주는 규제는 환자한테 좋은 거잖아요. 그런데 병원들은 돈 더 벌겠죠. 환자들이 돈을 더 내니까. 의료 영리화가 다른 게 아니에요. 그리고 보건의료 쪽에 일자리가 많이 만들어져야 하는데, 차라리 병원에 간호인력 확충을 명시하는 법이나 제도를 도입하도록 하는 게 더 좋죠. 그런데 그것은 정부에서 돈 든다고 하기 싫대요.

[노동 시장 개편] 우리 회사도 보면 정년 다 되어가지고 하는 일도 없이 월급, 그것도 제일 많은 월급 꼬박꼬박 다 받아 먹는 사람들이 수두룩하다.야, 그런 양반들 때문에 너 같은 팔팔한 청춘들이 먹고 살 일자리가 안 생기는 거야. 임금 피크제도 하고, 해고도 좀 하고 그래야지, 그리고 그런 거, 호봉제가 언제적 얘기야, 어휴. 성과 없는 놈들은 조금 주고 그래야 너희들 일자리가 생기는 거야. 파견법은 또 귀족 노조들이 막는다며? 나라가 진짜 어떻게 돌아가려고…. 이게 다 너네 미래 걱정해서 하는 소리야.

그런데 삼촌…. 참 신기한 게 일 안하고 월급 받는 사람 많다고 다들 그러는데, 또 맨날 뉴스에 나오는 거 보면 우리나라가 장시간 노동 최고라고 하데요. OECD 안에서도 작년 말에 멕시코를 제치고 1등이에요. 내가 보기엔 일자리가 없는 건 세 사람이 할 일 두 사람한테 시키면서 기업들이 신규 채용 안 해서 그런 거 같은데? 법대로 8시간만 일 시킨다고 생각해봐. 삼촌도 일찍 퇴근하고 좋고 신규채용도 해야 하니 일자리도 늘고 얼마나 좋아. 아 그리고 저성과자가 별 거야? 삼촌도 못된 부장 만나 찍히거나 인사과에 찍히면 쥐도 새도 모르게 저성과자 돼 있을걸? 일자리도 필요하지만 그 일자리가 그래도 먹고 살 수 있게 해주는 일자리였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하다고요. 주변에 보면 사람 구하는 곳도 꽤 많아. 일자리가 아예 없는 건 아니야. 그런데 정규직이고 월급 200만 원 이상 주는 데가 없어요. 이런 와중에 파견 확대로 일자리를 늘리겠다니. 글고 내 걱정은 진짜 고마운데 삼촌 걱정부터 하세요. 삼촌 임금피크제로 월급 절반 날아갈 때 OOO(삼촌 둘째 딸) 대학 가잖아요.

[복지와 세금] 당연하지. 복지가 퍼주기가 되면 되나. 그것도 나라 곳간을 생각해야지. 다 세금 드는 거 아니야? 공짜 좋아하는 사람들은 철이 없어서 문제야.

공짜가 아니에요. 내 돈 내고 내가 받는 거예요. 그게 왜 공짜예요? 그런데요, 세금을 올려도 누진세를 하면 우리는 무조건 이득이에요. 부자는 더 내고, 중산층은 덜 내면 서민들은 내는 돈보다 받는 혜택이 더 많아지잖아요. 큰어머니 기초연금 20만 원 받는 것도 그래요. 제가 지금 세금 몇 만 원 더 냈는데, 큰어머니는 제가 낸 것보다 기초연금 더 받으시잖아요. 우리가 가난할 때 국가한테 혜택 지원받고 이렇게 돈 잘벌게 된 대기업 총수, 재벌 같은 분들도 이제는 조금 더 양보해서 애국하라고 해야죠. 저같은 서민도 세금 내는데.

[야권연대] 더불어민주당이고 안철수 신당이고, 야당은 맨날 싸움이야. 왜 또 자기들끼리 싸우고 그래? 저러다가 또 선거 때 되면 야권 연대 한다고 하려고….

새누리당이 힘이 세니까, 새누리당 싫어하는 약한 사람들끼리 힘 모으는 게 야권 연대인데 그게 뭐 이상해요? 정치 선진국이라는 유럽에서도 늘상 하는게 연정 아닙니까. 연정이 연대예요.

[선거제도 등 정치개혁] 야, 비례대표가 뭐 필요하나. 그거 돈 받고 금배지 다는 전국구 의원 아냐? 낙후된 농어촌 지역 의석을 확 늘려야지, 그게 약자를 대변하는 거 아냐?

삼촌. 제가 직업이 뭐죠? ("너 은행 다닌다며?") 그럼 제가 무슨 지역구 사는지 아세요? ("너 마포 산다며?") 그러니까 마포 갑이게요, 마포 을이게요? ("……") 제가 맨날 아침에 출근해서 야근하고 퇴근하면 빨라야 9시인데, 어차피 집도 제 집 아니고 전세인데 그러면 금융노조 대표가 국회 가는 게 저한테 낫겠어요, 우리 동네 통장 출신이 가는 게 낫겠어요? 여기 시골도 마찬가지에요. 개발 돼서 땅값 오르면 땅 주인들한테나 좋지, 우리 집안에 이득 될 게 뭐 하나라도 있어요? (각자 직업에 따라서 응용해 봅시다.)

[북핵] 김대중이 돈 퍼줘서 북한이 핵 개발하고 미사일 개발 하는거 아냐! 북한이 장거리 미사일 쏘고 핵실험 한다는데, 우리도 핵무기 만들어야 안 되겠나! 그래서 핵개발 추진한 박정희가 위대한 지도자인 거야!

(네! 드디어 최종 보스가 나왔습니다. 두둥.) 아이고, 옆집 깡패 때문에 못 살겠으니 저도 어디 가서 술잔 받고 몸에 용 그림 좀 그리고 올까요? 김대중이 대통령 된 게 1997년이니 내년이면 무려 20년 됩니다. 그동안 이명박, 박근혜 대통령은 뭐했는데요 그러면? 그리고 북한 핵개발은 2005년 9.19 공동성명 발표 후 2007년 7월부터 2008년 9월까지 1년여 동안은 완전히 멈췄었었어요. 2008년 6월에 북한이 영변 핵시설 자폭시킨 거 아세요? 김대중 노무현이 10년 동안 어르고 달래서 간신히 1년 동안 멈춰 놨더니, 부시랑 이명박이 북한 뺨 때려서 다시 시작하게 한 셈이에요 오히려.

[누리과정] 대통령은 돈 다 보내줬다고 뉴스에 나오잖아. 도대체 그런데 왜 돈이 없다는 거야? 박근혜 공약이라고 그냥 안 하고 싶어서 저러는 거 아냐?

3살부터 5살까지 보육, 말 그대로 애를 키우는 거잖아요. 학교 다니는 거하고 다르죠. 아이를 키우는 것을 도와주겠다고 대통령이 말했는데, 교육청 예산을 빼서 쓰라고 하면 초등학생, 중학생, 고등학생은 어떻게 돼요. 대통령이 준 돈이 바로 그 교육청 예산이에요. 선진국들의 공통점이 '학교 갈 때까지 부모가 아이를 편하게 키우도록 국가가 도와준다'는 거잖아요. 그러면 국가에서 아이들 교육은 책임 져야죠. 그런데 대통령이 학교 시설, 교육 환경 개선비로 돈을 보내준 것을 가지고, 서너살 아이들 육아를 책임지라고 하면 안되지 않아요? 메뉴는 대통령이 정하고, 돈은 교육청이 내라고요?

[정치 불신] 대통령은 잘 하고 있는데 국회의원들이 문제야! 세금도둑들 같으니라고. 정치인들을 심판해야지. 그렇지 않아?

김영삼도 정치인이죠? 이명박은요? 박근혜는요? 대통령이 바로 정치인이에요. 정치가 문제라면 같이 반성하고 고민해야죠. 국회의원이 뭐예요? 연봉 1억 원 받고 100억 원의 세금 누수를 막는 사람이에요. 이를테면 우리 회사의 회계 담당 직원 같은 사람인데, 회계 직원이 절세하면 포상 주죠? 못 하는 사람은 갈아 치우면 되는 거예요. 세금 낭비라고 보면 안되요.

[진박 논란] 진박이 어때서? 국회의원들이 대통령 덕에 자리 보전하고 있는데, 대통령 일 못하게 사사건건 태클이나 놓고 말이야. 대통령 좀 제대로 도와주는 의원을 뽑아야지.

삼촌, 종편 좀 그만 보세요. 거기에 나오던 사람들, 지금 다 정당 가서 공천 받으려고 하는 사람들인데, 정치인들이 잘못했다면서, 왜 예비 정치인들이 나와서 하는 얘기들을 듣고 있어요? 다 정치꾼들이에요. 아니 진박 정치인을 뽑으면, 대통령 임기 끝나면 그 사람들 다 배지 놓고 물러나야겠네요? 대통령을 위해 일한다면서요? 대통령이 임기가 끝났는데, 그러면 자기들 임기도 끝내야죠. 앞뒤가 안 맞잖아요. 국회의원은 제발 4년 보고 뽑읍시다, 삼촌. 안그러면 또 정치인 욕하고, 얼마나 슬픈 일이에요?

[빨갱이?] 더불어민주당이고 정의당이고 다 빨갱이 아냐? 전교조 때문에 아이들이 좌경화되고 삐딱해졌어. 이게 다 노무현 김대중이 대통령 되는 바람에 이렇게 된 것 아냐?

굳이 이런 수준의 질문에까지 답을 해야 하는지 고민하는 분도 많으실 것 같습니다. '정치 관련 대화를 나누지 않을 것 같다'고 답한 44.3%의 독자가 아니더라도, '빨갱이' 정도 단어가 나오면 그냥 이렇게 답해 보는 건 어떨까요? "아이고, 삼촌, 할아버지 음복 술이 과하셨네요. 얼굴 빨개지셨다. 하하하하. TV에 뭐 재밌는 것 하나 한번 틀어 볼까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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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열

정치부 정당 출입, 청와대 출입, 기획취재팀, 협동조합팀 등을 거쳤습니다. 현재 '젊은 프레시안'을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쿠바와 남미에 관심이 많고 <너는 쿠바에 갔다>를 출간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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