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11일부터 29일까지 총 3주 동안 외교부는 국내에 개별 거주하고 있는 피해자 18명을 면담했다. 개별 거주자 28명 중 10명에 대해서는 의사소통 곤란, 신분 노출 우려 등을 이유로 면담이 성사되지 못했다.
외교부는 면담을 진행한 피해자 18명 중 3명의 피해자에게 직접 의견을 청취했다고 밝혔다. 이밖에 보호자와 피해자가 함께 면담을 진행한 경우가 6명, 노환 등으로 인한 의사소통 곤란으로 보호자 입장만 청취한 것이 9명이다.
외교부는 면담 진행 결과 피해자 및 보호자 18명 중 14명이 정부 합의에 전반적으로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4일 기자들과 만나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신 분들은 대체적으로 정부에서 합의한 안을 수용하겠다고 말씀하셨고, 개별 보상에 대한 기대감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보상과 관련해 한국 정부가 주관하고 일본 정부가 자금을 대기로 한 위안부 지원 재단 설립과 관련, 긍정적 평가를 한 피해자 및 보호자들 사이에서도 찬반이 엇갈린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이 당국자는 "재단 설립하고 직원에게 월급 주는 데에 일본이 낸 10억 엔을 쓰는 것은 반대라고 말씀하신 분이 한 분 계셨고, 또 한 분은 일본에서 받은 돈으로 위안부 기념관 등을 짓는 것은 모든 피해자 할머니들이 반대하고 있다고 말씀하셨다"고 설명했다.
이 당국자는 "일본에서 낼 10억 엔이 할머니들한테 개인적인 혜택이 돌아가도록 할 것"이라며 "예를 들어 간병인이나 의료비 지원이라든지, 위로금 같은 식으로 진행될 수 있다. 이 부분은 좀 더 정밀하게 협의를 해 나가야 하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재단 운영과 관련, 설립 과정에서 한국 정부 예산이 운영 비용으로 들어가는 것이냐는 질문에 이 당국자는 "정부에서 공익 재단을 설립하게 되는 것"이라고 답했다. 그는 "재단이 설립돼야 일본 정부 예산이 들어오는 것"이라면서 재단 설립에 정부 예산이 쓰일 수 있음을 암시했다.
소녀상 문제를 두고도 피해자들의 반응이 엇갈린 것으로 나타났다. 이 당국자는 "(긍정적 반응을 보인) 일부 피해자 중에는 소녀상 문제로 이번 합의가 제대로 이행되지 못해 혜택을 받지 못할 것을 우려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일본이 10억 엔을 부담하는 조건으로 소녀상을 철거하거나 이전해야 한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내비친 상황에서, 소녀상을 없애지 않으면 보상을 받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걱정을 하는 피해자들이 있다는 것이다.
한편 외교부는 부정적인 반응을 보인 경우는 모두 피해자의 보호자였다고 밝혔다. 이 당국자는 "이분들은 피해자 단체 (정대협, 나눔의 집) 측과 유사한 입장을 말했다. 일본 총리가 직접 사죄해야 하고 소녀상 이전은 불가하며, 최종적이고 불가역적인 해결은 반대라는 입장이었다"면서 "부정적 반응을 보인 분들은 모두 피해 당사자와 의사소통이 어려워 가족이나 보호자들을 통해 입장을 들은 것"이라고 말했다.
피해자들 간에 위안부 합의를 두고 긍정·부정 평가가 엇갈리면서 자칫 이번 위안부 합의 역시 지난 1995년 일본 정부가 민간과 함께 마련했던 '여성을 위한 아시아평화국민기금' 사업의 전철을 밟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당시 이 기금의 수령 여부를 두고 피해자들 간의 이견이 발생하면서 반목이 생기기도 했다. 일본 정부는 이 기금을 수령한 사람들에게만 사과 내용이 담긴 '총리의 편지'를 발송했으며, 편지 내용에는 법적 책임이 아닌, '도의적'인 책임을 지겠다는 입장만 내놓았다.
현재 생존해있는 위안부 피해자 46명 중 개별·단체 거주 여부를 떠나 한일 간 위안부 합의에 대한 찬반이 사실상 반반으로 나뉘어진 가운데, 정부가 앞으로 어떻게 재단 설립을 비롯한 후속 사업을 진행할 것이냐는 질문에 이 당국자는 "(정대협) 쉼터나 나눔의 집에 계신 분들을 포함해서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신 분들과 지속적으로 접촉하면서 설득하는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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