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발표한 저성과자 해고와 취업규칙 변경요건 완화 지침에 대해 양대 노총이 인권침해 소지가 있다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서를 제출했다. 인권위가 이른바 '2대 지침'의 시정을 촉구하는 정책 권고에 나서달라는 요구다.
인권위의 정책 권고는 법률적 실효성을 가지기는 어려우나, 이번 인권위 진정은 한국노총(위원장 김동만)의 노사정 합의 파기 선언 이후 최초의 노동계 공동 행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양대 노총은 이 외에도 국제노동기구(ILO)에 정부의 '2대 지침'을 제소하는 등의 공동 행동을 확대해가겠다는 계획이다.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위원장 한상균)은 2일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 앞에서 기자 회견을 열고 "정부의 '2대 지침'은 근로기준법에 반할 뿐 아니라 헌법까지 위반한 행정 독재로 양 노총 조합원뿐 아니라 미조직 노동자의 노동조건을 악화시키는 반노동 지침"이라고 주장했다.
구체적으로 저성과자 해고 관련 지침에 대해 이들은 "근로기준법이 정한 해고제한 조항이 있음에도 행정 지침만으로 해고 규정을 창조한 명백한 입법권 침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이미 올해 구조조정 계획을 세운 사업장에서는 이 지침을 활용해 사직을 압박하고 있다"며 "'쉬운 해고 지침'이 상시적인 인력조정 수단으로 악용될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주장했다.
취업규칙 변경요건 완화 지침에 대해서는 "노조파괴 지침"이라고 이들은 규정했다. "노동조합의 교섭권과 단체협약의 효력까지 무력화하려는 의도"로 만들어진 지침이라는 것이다.
양대 노총은 인권위에 낸 진정서에서 "법률로만 근로조건 기준을 정하도록 한 헌법 제32조 제3항과 사법권은 법원에 속하도록 한 헌법 제101조를 위반한 정부의 행정지침에 대해 철저히 조사해, 철회를 촉구하는 권고를 즉각 발동해 달라"고 촉구했다.
노사정 합의 파기 선언의 당사자인 한국노총 최두환 상임부위원장은 "합의 당시 2대 지침은 기한 없이 충분히 논의하기로 약속했음에도 정부가 일방적으로 발표하고 현장에 시달했다"며 "이는 정부가 사용자의 일방적인 요구사항을 들어 전체 노동자에게 선전 포고한 것으로 한국노총은 민주노총과 더불어 투쟁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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