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영입 1호, '문제적 인간' 주진형 한화 사장

부친은 진보 경제학자 주종환 교수…'경제 민주화'에 적격? 부적격?

금융계의 '문제적 인간' 주진형 한화투자증권 대표가 더불어민주당에 입당할 것으로 24일 알려졌다. 금융계에는 긴장감이 돌고 있고, 더민주 내부에서는 논란이 일 조짐이 보인다. 주 대표는 김종인 선대위원장 측에서 추천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 대표가 공식 입당하면 김종인 선대위 출범 이후 첫 인재 영입이 된다. 그는 빠르면 25일 입당 선언을 할 것으로 보인다.

주 대표는 삼성증권 마케딩 담당 상무, 우리투자증권 리테일사업본부장을 거쳐 2013년 9월 한화투자증권 대표직에 오른 인물이다. 이런 단편적인 이력보다 그의 행보는 더욱 주목을 받아왔다. "(한화증권 CEO로 들어올 때) 내가 마음 먹고 돈을 안 벌겠다고 작정하고 들어왔다"고 말한 '문제적 인간' 주진형은 어떤 인물일까?

증권가에 파란을 일으킨 풍운아진보 경제학자 故 주종환 교수 아들

먼저 그의 부친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그의 부친은 진보 경제학자인 고(故) 주종환 전 동국대학교 명예교수다. 농업 경제에 관심을 두고 '토지공개념'을 공론의 장으로 끌어온 인사다. 노태우 정부 시절 도입된 토지공개념은 당시 경제수석을 지낸 김종인 선대위원장과 무관치 않다.

주 전 명예교수는 80년대부터 <재벌경제론>(1985) 등을 통해 재벌 경제의 부작용을 우려하는 등, 한국 자본주의의 실체를 규명하기 위해 수많은 연구 저서를 내왔다. '식민지근대화론'을 비판한 <뉴라이트의 실체 그리고 한나라당>(2008) 등을 통해 현재 보수 집권 세력이 추종하는 논리의 허구성을 짚기도 했다. 1997년 참여연대의 참여사회연구소 초대 이사장을 지내기도 했다. 작고하기 전에는 통일 운동에도 관심을 기울였다. 교과서 국정화 반대 운동에 앞장서고 있는 상명대 주진오 교수가 주 대표의 친형이다.

'부전자전'인가? 부자가 활동했던 영역은 달랐지만, 주 전 명예교수의 아들인 주 대표가 대기업의 CEO로서 보인 행보는 파격적이다. 기업의 이익은 뒷전으로 하겠다고 선언하며 증권가를 흔들었다. 모기업인 한화그룹과의 마찰도 두려워하지 않았다.

▲주진형 한화증권 대표 ⓒ한화투자증권

주 대표는 한화증권 CEO로 선임된 후 △매도(Sell) 리포트 의무화 △주식 회전율(과당매매)의 엄격한 제한 △사내 편집국 설치 등으로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장이 부실해져도 무조건 '사라(buy)'는 매수 리포트가 넘쳐나는 상황에서 팔아야 할 주는 팔라는 내용의 '매도 리포트'를 발행토록 하는 것은 그간 증권사에서 금기시된 것이었다. 매도 리포트를 낸다는 것은 기업들에게 '찍힐 것'을 각오한다는 것과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직한 리포트'를 써 고객을 보호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었다.

실제 한화증권은 지난 7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추진 당시 국내 증권사 중 유일하게 두 차례에 걸쳐 합병에 대해 부정적 리포트를 냈다. 지난해 공정거래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보고서가 나간 후 압력을 받았느냐"는 질문에 주 대표는 "압력이라고 할 수 있는 일이 있었다"고 말했고, "삼성 측이 한화증권에서 자금을 빼 갔느냐"는 질문에는 "말하기가 좀 그렇다"고 했다.

주식 회전율을 제한한 것은 동종 업계의 강한 반발에 부딪히기도 했다. 쉽게 말해 '수수료 장사'를 위해 고객의 주식을 임의로 사고 팔아 '회전율'을 높이는 관행을 바꾼 것이다. 또한 편집국 도입으로 '외계어'로 이뤄진 리포트를 일반 고객의 눈높이에 맞추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그가 도입한 '서비스 선택제' 역시 비슷한 취지다. 고객의 주식 위탁 계좌를 상담(컨설팅) 계좌와 비상담(다이렉트) 계좌로 나누어 수수료에 차등을 두는 제도다. 컨설팅 업무를 강화하는 데 목적이었지만, 비상담 계좌가 영업 실적에서 제외돼 직원들의 반발을 샀다.

이런 방안은 한화그룹은 물론이고, 업계의 다른 증권사와 마찰을 불러 일으켰다. 그의 별명이 '돈키호테'인 이유다. 주 대표는 이를 "고객 중심 개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기업 중심적인 사고방식에서 벗어난 것을 높게 평가하는 이들도 물론 있다.

가장 논란이 일 수 있는 지점은 그가 CEO를 지내면서 2012년 채용된 1년차 고졸사원들을 대거 내보낸 것이다. 그의 재임 시절 1600여명의 직원 중 21%인 350명이 구조조정 대상이 됐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그를 '칼잡이'로도 부른다.

관련해 주 대표는 지난해 10월 <경향신문>과 인터뷰를 통해 "일부 증권사는 그냥 임금을 깎았다. 연봉제 도입하면서 저성과자 30%씩 깎는 것"이라며 "제가 한화에 들어왔을 때 450명 정도가 나가야 됐다. 그런데 제가 350명만 정리하겠다고 말했다. 대신 적자가 나면 5%의 저성과 직원한테 최대 10%의 연봉을 깎을 수 있는 권한을 받았다"고 했다. 실제로 주 대표는 임원 연봉을 조정하기도 했다. 그는 "누군가는 해야 될 것이었다. 그러면 직원들에게 선의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 하는 게 낫다. 제가 안전장치를 마련하지 못하고 나가면 후임 사장은 그냥 예전에 하던 대로 대량 감원 혹은 성과 압박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주 대표는 "제가 마음먹고 돈을 안 벌겠다고 작정하고 들어왔다. 우리가 생각하는 변화는 이런 것이다. 지금까지 해왔던 방식으로 과당매매하면 이익은 날지 모르지만 그건 나쁜 이익이라는 거고 의미가 없다. 고객의 불만과 눈물을 먹고서 남긴 이익이라면. 좋은 이익을 위해서 단기간의 적자는 참아내는 것이다"라고 독특한 '철학'을 밝혔다.

주 대표는 그러면서도 박근혜 정부가 추진하는 '쉬운 해고'에 대해서는 비판적인 입장을 보였다. 그는 "다른 나라가 가는 길을 보면 첫 번째가 안전장치를 만들어 줘야 한다. 그래야 노동이 유연해진다. '유연하게 합시다, 그런데 안전장치는 나중에 해줄게' 이게 얘기가 되느냐? 실업보험이나 사회보험제도에 대한 투자를 해야 노동제도에 대한 유연성의 가능성을 얘기하는데, 그건 안 하면서 노동의 유연성만 말하면 균형이 안 잡히는 사고방식이고 단호하게 밀어붙이기만 하는 것이다. 시작부터 잘못하는 것"이라고 했다.

주 대표를 두고 당 내에서는 그의 구조조정 사례를 두고 "경제 민주화에 맞지 않는 사람이다"라는 평가와, "금융권 개혁의 적격인 사람이다"라는 평가가 엇갈리고 있는 모양새다.

'김종인 선대위'의 첫 실험은 어느 쪽으로 흐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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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열

정치부 정당 출입, 청와대 출입, 기획취재팀, 협동조합팀 등을 거쳤습니다. 현재 '젊은 프레시안'을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쿠바와 남미에 관심이 많고 <너는 쿠바에 갔다>를 출간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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