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국회가 "손실"…불통·독선의 기자회견

한국노총이 합의 파기해도 '파기가 아니'라고 우겨

박근혜 대통령은 13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국회를 비판하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19대 국회 '심판론'으로 읽힐 만한 대목이 많다. 특히 대통령 관심 법안의 국회 논의 과정을 "손실"이라고 표현하는 등 독단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박 대통령은 이른바 '국민들이 진실한 사람을 선택해 달라'는 '정치권 심판론'과 관련해 "진실한 사람 얘기한 것은 다른 게 아니고 설명을 굳이 안 드려도 다 아실 수 있다. 진정으로 국민을 생각하고 나라 걱정하는 사람"이라며 "그런 사람이 국회에 들어가야 제대로 작동하지 않겠느냐"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정치도) 사람이 하는 건대. 적어도 20대 국회는 최소한 19대 국회보다는 나아야 한다. 국민들도 그렇게 생각할 걸로 본다"라고 말했다. 19대 국회에 대한 '심판'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로 들린다.

박 대통령은 당청 관계에 대해서도 "당이 정부를 뒷받침하면 수직적이라고 하고, 비난을 하면 수평관계라고 하고, 이런 생각은 잘못된 것"이라며 "꼭 그렇게 생각하면 만날 싸우면 최고의 관계죠. 정책은 실현이 되거나 말거나. 그것은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노동5법, 서비스산업법, 기업활력법(원샷법) 등이 처리되지 않고 있는 것과 관련해 "질문을 수십 개 받았으니 (나도) 질문을 하나만 하자. 이런 상황에서 대통령과 행정부가 어떻게 해야 하느냐"라고 반문하며 "국회까지 찾아 갔고 야당대표 초청해서 설명을 했는데도 지금까지 통과를 안 시켜줬다. 그럼 이제 국민에게 직접 호소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야당은 이 법안들이 의료 민영화의 물꼬를 트고(서비스산업법), 비정규직을 늘리고 해고를 쉽게 할 수 있게 하며(노동5법), 기업에 대한 특혜를 지나치게 준다(원샷법)고 비판하고 있다. 박 대통령이 지난해 두 차례 야당 대표를 만난 것은 사실이지만, 진지한 설득 노력을 했는지 여부는 평가가 갈린다.

박 대통령은 정의화 국회의장을 언급하며 직권 상정을 압박하기도 했다. 박 대통령은 "중요 법안들이 직권상정으로 밖에는 안 된다고 하는 게 대한민국 상황이다. 그래서, 국회의장께서도 국가와 국민을 생각하시지 않겠느냐. 국민과 국가를 위해서 판단을 내려주실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앞서 대국민 담화를 통해, 지난 12월 새누리당이 예산을 볼모로 밀어붙여 처리했던 관광호텔법, 의료해외진출지원법 등을 언급하며 "국회에서의 법 통과 이후 즉시 발생하는 효과들을 보면서, 경제활성화 법안들의 신속한 국회통과가 얼마나 중요하고 절실한지 다시 한번 느끼게 되며, 국회를 통과하지 못한 시간 동안의 손실 또한 국민들의 아픈 몫으로 돌아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국회 논의 자체를 부인하는 듯한 모습이다. 이는 질의 응답 과정에서 나온 발언이 아니라 대국민 담화에 등장하는 내용이다.

박 대통령은 "일하고 싶어 하는 국민들을 위해, 그리고 대기업과 중소기업들이 절박하게 호소하는 경제활성화법과 노동개혁 4법을 1월 국회에서 반드시 처리해 주셔야 한다"며 "이번에도 통과 시켜주지 않고 계속 방치한다면 국회는 국민을 대신하는 민의의 전당이 아닌 개인의 정치를 추구한다는 비판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고 거듭 '정치권 심판론'을 제기했다.

한국노총이 합의 파기 예고, '파기가 아니'라고 우기는 朴 대통령

박 대통령은 한국노총의 '노사정 합의 파탄' 선언에도 불구하고 정면 돌파를 선택했다. 박 대통령은 "엊그제 한국노총은 노사정 합의가 파탄났다며 노사정 합의를 파기할 수도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9.15 노사정 대타협은 일자리 위기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노사정의 고통분담 실천선언이자, 국민과의 약속"이라며 "그러한 국민과의 약속은 일방적으로 파기할 수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노총이 합의 파기를 밀어붙이더라도 박 대통령은 노동5법으로 대표되는 현재의 노동 시장 개편안을 그대로 가지고 가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박 대통령은 "정부는 어떤 경우라도 합의 사항을 실천해 나갈 의지를 갖고 있다. 한국노총도 자식 같은, 동생 같은 이들이 일자리 간절히 원하는데 어떻게 외면하나? 이게 안 될 거라고 하는데, 국민들이 나서 주시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다만 노동 5법과 관련해 "일자리 위기를 벗어나기 위한 차선책으로 노동계에서 반대하고 있는 기간제법과 파견법 중에서 기간제법은 중장기적으로 검토하는 대신, 파견법은 받아들여주시기 바란다"고 야당에 제안했다. 기존 입장에서 한 발 물러선 것이다. 그러나 한국노총이 노사정합의를 파기할 경우 야당은 노동법 처리 자체를 받아들일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명분이 생기게 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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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열

정치부 정당 출입, 청와대 출입, 기획취재팀, 협동조합팀 등을 거쳤습니다. 현재 '젊은 프레시안'을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쿠바와 남미에 관심이 많고 <너는 쿠바에 갔다>를 출간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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