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은 지난해 12월 30일 위안부 합의 타결 발표가 국제법상 조약인지를 판단할 수 있는 관련 문서와 합의 과정에서 오간 한일 간 서한을 공개하라는 정보 공개 청구를 신청했다. 이에 12일 외교부는 민변에 "일본군 위안부 문제 공동 기자 회견 발표문을 앞두고 한일 양국이 교환한 각서나 서한은 없다"고 밝혔다.
민변 국제통상위원장 송기호 변호사는 "이는 당시 공동 발표문이 국제법상 조약이 아님을 정부가 확인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제법상 '조약'이 되려면 빈 협약 2조 1항에 따라 '서면 형식'과 '국가 간 합의'가 있어야 하는데, 지난 위안부 합의는 이 가운데 서면으로 된 합의문이 없다. 따라서 이 합의는 조약이 될 수 없고, 법적 구속력 역시 갖지 못한다는 것이 송 변호사의 주장이다.
하지만 외교부는 "양국 국민과 국제 사회가 지켜보는 가운데 공식 입장으로 발표한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이에 대해 송 변호사는 "한국과 일본이 최종적이고 불가역적인 해결을 하겠다는 발표를 국제법상 '확약'의 형태로 처리하기로 동조한 것으로 보인다"고 관측했다.
조약은 두 당사국에 의해 체결되는 것이지만, 확약은 대외에 일방적으로 선언하는 행위이다. 정부의 주장대로라면 이번 위안부 합의는 확약일 뿐이고, 이는 이번 합의가 두 당사국 간에 체결된 국제법상 효력을 갖는 조약이 아니라 '대외적인 선언'에 불과한 셈이 된다.
게다가 이번 발표문의 내용이 국제 인권법에 반하고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약속이나 확약 자체가 성립할 수 없다는 것이 송 변호사의 주장이다.
그는 "'국제 인도법 위반 피해자의 구제 및 배상에 관한 유엔 총회 결의'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권리를 단순한 재산권의 문제만이 아니라 국제 인권법이 보장하는 권리로 규정한다"면서 "국제법상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권리는 국제 공동체가 보호해야 할 책임이 있으며, 한국이 그 책임의 최종적이고 불가역적인 해결을 선언하거나 피해자들의 청구를 처분하거나 방기할 아무런 권한이 없다"고 일갈했다.
실제로 지난 2005년 12월 15일 유엔 총회 결의에서는 가해국의 책임으로 △재발 방지를 위한 사법적 조치 객관적 조사 △책임자에 대한 법적 조치 △피해자에 대한 공평하고 효과적인 구제와 배상 등의 의무를 규정하고 있다.
또 피해국의 권리로 △공평하고 효과적인 법적 구제 △피해에 대한 적절하고 효과적이며 신속한 회복 조치 △위반 행위와 회복 조치에 대하여 적절한 정보를 제공받을 권리 등을 규정하고 있다. 이에 비춰봤을 때 이번 위안부 합의는 가해국의 의무와 피해국의 권리 중 어떤 것도 담보하지 못하고 있고, 따라서 설사 이 합의가 '확약'이라고 해도 국제법에 어긋난다는 지적이다.
송 변호사는 "정부는 국민과 국제 사회 앞에서 합의를 발표했다면서 우리가 지켜야 할 의무가 발생하는 것처럼 이야기하지만, 내용 자체가 국제법적으로 인도(人道)에 반하는 범죄에 대한 피해자의 권리에 대한 내용이기 때문에 애초부터 국가가 대외적으로 약속하거나 확약할 수 없는 것"이라고 못 박았다.
그러면서 그는 "이번 합의는 피해자들에게 법적 효력이 미치지 않을 뿐만 아니라, 한국 정부도 지킬 의무는 없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송 변호사는 이날 "외교부에 공동 발표문 문안 내용과 발표 형식을 일본과 논의한 문서의 공개를 정보공개법에 따라 다시 요구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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