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위안부' 기록물 유네스코 등재 지원 백지화?

여성부 "백지화 아냐"…외교부 "민간 주도 추진"

일본군 '위안부' 기록물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하는 사안과 관련, 정부가 민간단체에 이를 지원하는 사업을 추진하다가 지난해 12월 28일 한-일 위안부 합의가 성사되면서 백지화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11일 <서울신문>은 정부 관계자를 인용, 여성가족부가 지난해 12월 23일 한국여성인권진흥원과 '위안부 기록물 세계기록유산 등재 지원사업 위탁 협약서'를 체결하기로 했고 문안 작성을 완료했다고 보도했다.

그런데 정부는 협약 체결 직전에 이를 접은 것으로 전해졌다. 신문은 협약서 문안 작성을 마친 바로 다음 날인 24일 오후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외무상을 한국에 보낸다는 보도가 나왔고 이어 한-일 위안부 협상이 타결되면서 사업을 백지화했다고 전했다.

유네스코 등재는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와 나눔의 집을 비롯해 7개 단체로 구성된 '일본군 위안부 관련자료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공동 등재를 위한 한국위원회'가 진행하고 있었는데, 여성가족부 산하 기관인 한국여성인권진흥원이 공모에 채택돼 민간위원회 지원 업무를 맡고 있었다. 따라서 협약서를 체결하지 않은 것이 곧 지원 업무를 중단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여성가족부 관계자는 이날 <프레시안>과 통화에서 협약이 "백지화된 것은 아니다"라며 "지원 방식 중 하나로 협약을 검토한 것이다. 접었다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고 해명했다.

여성가족부는 이날 설명자료에서 "단체들이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필요한 비용의 일부를 '일제하 일본군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생활안정지원 및 기념사업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정부가 일부 지원했다"면서 "향후에도 관련 단체가 자율적으로 사업을 추진하는데 있어, 비용이 일부 필요할 경우 법에 따라 지원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하지만 해당 협약이 한-일 간 위안부 합의를 이룬 시점과 유사한 시기에 중단된 만큼, 정부가 일본과 외교적 마찰을 피하기 위해 이같은 결정을 내린 것 아니냐는 의혹은 여전히 남아있다.

앞서 지난 4일 일본 공영방송 NHK를 비롯한 현지 언론들은 기시다 외무상이 기자들과 만나 한국 정부가 위안부 소녀상(평화비)를 철거하고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위안부 관련 문건 등재를 신청하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당시 협상에 참여했던 일본 측 책임자로부터 이런 발언이 나오는 상황이라, 사실상 정부가 일본의 요구에 맞춰주고 있다는 모양새를 취하기 위해 협약서 체결을 중단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정부는 이번 등재 건과 관련, 서울 종로구 일본대사관 앞에 위치한 평화비(소녀상)와 마찬가지로 민간단체에서 알아서 할 일이라고 선을 긋고 있다. 외교부는 지난 4일 "위안부 기록물 세계기록유산 등재 문제는 민간 주도로 추진 중에 있어 정부에서 관여할 수 없는 사안"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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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

외교부·통일부를 출입하면서 주로 남북관계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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