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문형표, 넉달만에 국민연금 수장으로 취임

朴대통령, 31일 이사장 임명 강행…야당 등 비판 목소리 대두

문형표 전 복지부 장관이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으로 취임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박근혜 대통령은 31일 복지부의 제청을 받아 문형표 전 장관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에 낙점했다.

문 이사장의 취임식은 이날 오후 전북 전주 국민연금공단에서 열린다.

문 이사장은 1989년부터 한국개발연구원(KDI)에서 연구위원·선임연구위원·수석 이코노미스트 겸 재정·복지정책연구부장 등을 지냈다.

이후 대선공약 후퇴 논란 와중에 기초연금 문제를 해결할 구원투수로 2013년 12월 복지부 장관으로 임명됐지만, 지난 5월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MERS) 사태가 터진 뒤 초동 대응 부실 등을 이유로 지난 8월 4일 전격 경질됐다.

문 장관은 인사 문제를 둘러싸고 복지부와 충돌했다가 지난 10월 사임한 최광 전 이사장의 후임이다. 이사장의 임기는 3년이며 경영실적에 따라 1년 단위로 연임할 수 있다.

'논란 속 복귀' 문형표 풀어야할 과제 산적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이 31일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으로 임명됨에 따라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로 경질된 뒤 4개월만에 복지부의 핵심 기관장으로 복귀하게 됐다.

문 이사장은 한국개발연구원(KDI) 수석이코노미스트를 거친 연금 분야 전문가로, 현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국민연금 사각지대 해소와 국민연금기금 지배구조 개편 작업의 적임자로 꼽혔다.

복지부 장관 재임 시절에도 출산 크레디트. 군복무 크레디트, 실업 크레디트 등으로 연금 가입자를 늘리는 국민연금 사각지대 해소에 집중했다.

앞으로도 국민연금의 사각지대 해소는 친정 복지부와 함께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야 할 과제다.

국민연금 사각지대 해소는 야당이 강력하게 제기해온 소득대체율 인상 문제와 떼어 놓을 수 없다.

문 이사장은 장관 시절 국민연금 명목소득대체율을 50%로 올려야 한다는 야당의 주장에 '세대 간 도적질'이라고 지적해 거센 반발을 샀다. 명목소득대체율은 국민연금 가입기간(40년 기준) 평균 소득 대비 얼마만큼의 연금을 지급받는지를 뜻한다.

하지만 국민연금 이사장으로 자리를 옮긴 만큼 앞으로는 연금의 보장성 강화라는 과제를 달성하기 위해 국민연금 사각지대 해소와 소득대체율 상향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잡아야하는 어려운 과제를 떠안게 됐다.

문 이사장은 복지부 장관 시절 추진해온 국민연금기금 지배구조 개편 논의의 중심으로 들어왔다는 점도 관심사다.

그는 장관 재임 시절 기금운용의 전문성과 수익을 높인다는 명목으로 국민연금공단에서 기금운용본부를 떼어내 독립된 기금운용공사를 설립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전국민의 노후 생활자금인 국민연금을 잘 못 투자하면 손실이 날 수 있어, 수익성보다 '안정성'에 방점을 두고 있는 시민단체나 야당이 크게 우려를 표시하는 이유다.

무려 500조 원을 넘어선 국민연금기금의 안정적이고 효율적인 운용을 위해 바람직한 체계를 모색해야 하는 것이다.

전임 최광 이사장과 홍완선 국민연금기금 운용본부장이 내홍 끝에 물러난 상황에서 어수선한 공단 분위기를 추스르는 것도 문 이사장의 몫이다. 내홍 속에서 국민연금공단과 복지부 사이의 갈등도 두드러진 만큼 두 조직의 관계 재정립을 모색하는 것도 중요하다.

시민단체들의 비판적인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 필요도 있다.

공적연금강화 국민행동(연금행동)은 "문 전 장관이 이사장이 되면 국민의 노후도 위험에 빠질 것이며 절대 용납할 수 없다"면서 "기금운용본부의 공사화를 추진하기 위한 낙하산 이사장 선임을 강력하게 반대한다"고 밝혔다.

연금 전문가였던 문 이사장을 복지부 장관직에서 끌어내린 메르스는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직을 맡게된 상황에서도 부담으로 작용하는 모습이다.

감사원이 조만간 발표할 예정인 복지부 등에 대한 '메르스 국감' 결과에는 관계자 10여 명에 대한 중징계가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복지부 안팎에선 방역 현장 공무원들의 줄징계가 임박한 상황에서 메르스로 경질된 문 전 장관이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으로 다시 중용된다는데 비판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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