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운용 주식회사?…문형표 재기용 노림수는?

기금운용본부 공사화 우려…국민연금, 금융시장 부양에 동원하나

관피아 척결을 위해 낙하산 인사를 원천봉쇄하겠다던 박근혜 정부. 그러나 이런 장담과는 달리, 낙하산 인사 논란은 끊이지 않고 있다. 최근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의 국민연금공단 이사장 선임 문제다. 입소문으로 내정설이 오르내릴 때도 '설마' 했다.
문형표, 그가 누구인가. 지난 메르스 사태 당시 세계보건기구(WHO)의 메르스 감염 경고에도 방역 대책 준비는 고사하고, 감염자 발생 이후에도 안이하고 잘못된 지시로 초동 대응을 망친 책임자 아닌가. 메르스 국정 감사 증인으로 채택되고도 출석조차 거부했다. 무능과 무책임의 극치다.
조만간 감사원이 메르스 감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인데, 복지부와 질병관리본부 직원들의 대규모 징계가 거론되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정작 가장 큰 책임이 있는 문형표 전 장관은 연금공단 이사장에 지원했다. 아무리 무개념이라도 청와대와의 교감이 없었다면 불가능하지 않았을까.

청와대의 믿음직한 청부 해결사

청와대 입장에선 문형표 전 장관이 연금공단 이사장으로서 가장 적임자일 수 있다. 얼마 전 발표한 '제3차 저출산 고령 사회 기본계획'이나 기획재정부의 '2016년 경제정책방향', 관계 부처 합동 '연금자산의 효율적 관리방안' 등에서 공통적으로 강조하고 있는 것처럼, 사적 연금을 활성화하겠다는 박근혜 정부의 정책 기조와 코드가 일치한다.

이미 경험적 검증도 마쳤다. 복기해 보면, 문형표 씨의 보건복지부 장관 선임은 기초연금 공약 후퇴로 진영 전 장관이 청와대 입장에 반대하다가 물러난 것이 계기가 됐다. 기초연금은 노인 표심을 공략했던 박근혜 대통령의 대표 공약이었다. 그리고 당선 직후엔 '줄줄이 공약 파기'를 예고하는 정치적 상징으로 뜨거운 논란의 중심에 있었다.

진영 전 장관이 "기초연금과 국민연금의 연계에 반대한다. 양심의 문제"라며 사퇴했던 것과 달리, 문형표 전 장관은 "국민연금 받는 사람이 기초연금 받으려는 것은 욕심이다"라면서 충실하게 짝퉁 기초연금 도입에 앞장섰다.

이번 연금공단 이사장 문제 역시 비슷하다. 최광 전 이사장 역시 따지고 보면 기금운용본부를 공사화하려는 정부의 계획에 반대하다 쫓겨난 셈이다. 아무리 측근이라도 조금의 소신이나 항명도 용납하지 않는 게 청와대의 인사 스타일이다. 그런 점에서 문형표 전 장관이야말로 청와대의 지침대로 움직여줄 '검증된 해결사'다.

▲ 국민연금공단 이사장 공모에 지원한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이 21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메리어트호텔에서 열린 국민연금공단 이사장 면접을 위해 면접장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기금운용본부 공사화를 위한 전략 인사

아무리 요새 청와대 인사가 거칠 것 없다지만, 38명의 국민이 사망한 메르스 사태로 경질됐던 문형표 전 장관을 몇 달 만에 연금공단 이사장으로 내정하는 무리수를 둘까. 흔히 '보은'의 성격을 지니는 다른 낙하산과는 달리, 기금운용본부의 공사화를 위한 전략적 포석이다.

이는 단순한 조직 체계 개편의 의미를 넘어선다. 기금운용의 독립성을 명분으로 삼고 있지만, 속내는 500조가 넘는 국민연금 기금을 금융 시장을 부양하는 데 동원하겠다는 것이다. 그나마 형식적인 가입자 대표의 참여마저 배제하고, 국민연금 제도로부터 분리해 경제 부처의 개입력을 높이려는 의도다.

이미 기재부는 '국민연금 운영의 금융 산업 연계'를 강화하는 방안을 계획하고 있다. 국내 사회간접자본(SOC)과 부동산 분야에 투자 시 가점을 부여하도록 기금 운용 평가 지침도 바꿀 계획이다. 대체 투자 등 위험자산에 대한 투자 비중도 확대한다. 수익률을 높이면 그만큼 위험률도 높아진다.

1%포인트 초과 수익 추구 시 변동성은 약 3배, 손실 확률은 약 200배 이상 위험이 증가한다고 한다. 국민연금 기금은 국민들이 낸 보험료로 조성된 소중한 노후 자금 아닌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환상에 근거한, 위험한 도박일 뿐이다.

문형표 씨는 복건보지부 장관 재임 시기, 이러한 기금운용본부 공사화를 추진했던 인사다. 이것만 중요할 뿐이다. 청와대는 인사청문회 당시 제기됐던 한국개발연구원(KDI) 재직 시절 530건에 달하는 법인카드의 사적 유용 의혹 등과 같은 공직자의 기본적인 자질과 도덕성 의심 문제에는 관심도 없다. (☞ 관련 기사 : 민주 "문형표, 유흥업소서 법인카드 긁어…사퇴해야")

문형표 전 복지부 장관, 연금공단 이사장 자격 없다.

국민연금 공단은 정부 산하 공공기관이기 이전에, '보험자'로서의 위상을 지닌다. 국민의 노후 소득을 보장하고 성실히 책임지는 것이 가장 기본적이자, 우선적인 역할이다. 다른 건 제쳐놓고라도, 연금공단 이사장으로서 문형표 씨는 정말 부적합하다.

복지부 장관 재임 당시, 국민연금 지급 보장을 명문화하는 것조차 거부했다. '국민연금 소득 대체율 50% 상향'이 쟁점일 때도 "1700조 세금 폭탄" 발언으로 국민연금 불신을 부추기는 한편, 국민연금 부과 방식이 갖는 세대 간 연대의 특징을 "세대 간 도적질"이라고 했다. 기초연금 논란 때도, 현세대 노인층과 중·장년 및 청년 세대와의 갈등을 조장하기도 했다. (☞ 관련 기사 : "문형표 장관, 세대 간 '도적질'이 아니라 '연대'다")

공적연금보다 사적연금을 강조하면서, 1억이 넘는 사적연금을 부으며 몸소 실천까지 하고 있는 문형표 전 장관은 아무래도 낙하 지점을 잘못 잡은 거 같다. 최종 임명권자는 박근혜 대통령이고, 조만간 내정 여부가 결론이 날 듯하다. 그리고 지금도 온라인에서는 문형표 전 장관의 공단이사장 선임을 반대하는 서명이 늘어가고 있다.

ID : 수리동동. 문제 많은 인간. 형편없기가 어느 정도냐고? 표현하기 힘들 정도.

[☞ 아고라 서명 바로가기] 메르스 사태 책임자 문형표의 국민연금공단 이사장 선임을 막아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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