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만 여론조사 왜곡' 논란…'안심번호' 부활하나

연령 왜곡은 흔한 일…김무성 "안심번호, 공천서 활용 가능"

새누리당 유승민 전 원내대표의 지역구인 대구 동구을에 출사표를 낸 이재만 전 동구청장은, 여론조사 연령조작 지침서 파문과 관련해 30일 "선거운동 자료로 활용하지 않은 폐기 자료"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유출된 지침서의 내용이 '착신 전환'을 주문하는 등 매우 구체적인 데다, '거듭 강조!'와 같이 실제 행동 요령으로 사용되었을 것이란 추측을 가능케 하는 표현들도 등장해 논란은 쉬이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무엇보다 이 같은 '연령 조작' 등을 통한 여론조사 왜곡 논란이 꼭 대구 동구을에서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향후 상당한 지역에서 계속 발생할 것으로 우려되는 만큼, 보다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런 가운데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이날 이동통신 3사 임원들을 만나 의견 수렴을 한 결과 여론조사 안심번호 제도 도입이 "기술적으로, 시간적으로 이번 총선에서 충분히 활용 가능하다는 답을 얻었다"고 밝혔다.

안심번호 제도는 여론조사를 할 때 공정성을 높이기 위해 휴대전화 사용자의 개인정보가 드러나지 않도록 이동통신사업자가 제공하는 가상의 임시 전화번호를 뜻한다.

이 번호를 사용해 전화면접 조사를 실시하면, 현재 사용되는 대표적인 여론조사 방식인 유선전화 자동응답(ARS) 조사보다 '의도적인 연령·지역·성별 왜곡 응답'과 같은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거의 없을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그러나 이 제도의 법적 근거가 될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이미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를 통과했고, 김 대표가 꾸준히 강한 추진 의지를 보이고 있음에도 당내 친박계와 청와대의 반발에 안심번호 제도 도입에 제동이 걸려 있는 상황이다.

"ARS 연령 왜곡 처음 보나…근본적 대책 나와야"

'ARS 유선전화 여론조사 인위적 개입'은 사실 이미 정치권에 만연한 행태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총선을 앞둔 당내 경선뿐 아니라 각 당의 전당대회나 지방선거 등을 앞두고도 '여론조사 왜곡' 논란은 늘 등장했다.

대표적인 논란이 이번에 이재만 전 구청장 측의 '여론조사 행동요령 지침서'에서 주문하는 것과 같은 '연령 왜곡' 논란이다. 지침서는 "여론조사 응답 버튼을 누를 때 연령을 물어보면 20~30대를 꼭 선택하시라"는 지침을 내리고 있다.

이는 유선전화(집 전화) 조사의 경우, 애초 20~30대 표본이 매우 적은 탓에 최종 조사 결과를 도출할 때는 '가중값'을 적용하는 게 일반적이란 점을 이용하려는 시도다.

적은 수라도 20~30대 응답자를 인위적으로 만들어낼 수 있다면, 최종 조사 결과에서는 비교적 큰 변화를 기대할 수 있다. 쉽게 말해 몇 명의 거짓말 응답만으로도 지지도 '뻥튀기'가 가능하단 얘기다.

이 전 구청장 측은 논란이 일자 "선거법을 잘 모르는 지지자들의 제안을 종합해 단순 보고용으로 만든 비공식 문서"라면서 "선거 운동 자료로 활용하지 않고 폐기했다. 어느 누구에게도 (연령 왜곡 응답 등을) 지시·권유·유도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당장 <일요신문>이 여론조사기관 '조원씨앤아이'에 의뢰해 지난 19~21일 대구 동구을 거주 만 19세 이상 성인남녀 1033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28일 보도한 RDD(임의걸기) 방식의 ARS 유선전화 여론조사만 봐도, 애초 수집된 20~30대 표본이 매우 적었다는 점에서 우려는 계속될 수밖에 없다.

이 조사 결과에 따르면 대구 동구을 새누리당 총선 후보 적합도에서 유승민 전 원내대표는 46.9%의 지지를 얻었고 이 전 구청장은 46.7%를 얻어, '진박(진실한 친박) 마케팅'으로 무장한 이 전 구청장이 제법 선전을 하고 있다는 해석으로 이어졌다. (☞ 관련 기사 : 홍문종 '이재만 진박'…유승민 등 비박계 반발)

그런데 응답자 특성을 따져보면, 조사 대상 1033명 중 20대는 42명, 30대는 55명에 불과했고 50대는 272명, 60대 이상은 549명에 달했다. 유권자 인구 구성을 기준으로 보면 20대는 목표 표본(수집되었어야 하는 표본)보다 120여 명이 적게 조사됐고, 60대 이상은 322명이 더 많이 조사된 셈이다.

이렇게 연령대별로 표본 수에서 큰 차이가 남에 따라, 이 여론조사 결과가 최종적으로 계산될 때는 20대 표본엔 가중값이 3.88이, 30대엔 3.45가, 60대 이상에는 0.45가 적용됐다.

유승민 전 원내대표 측이건 이재만 전 동구청장 측이건, 어느 쪽에서라도 거짓으로 20대 연령이라고 답할 1명의 응답자를 만들어 자기 후보를 지지하게끔 했다면, 이 응답자는 3.88명의 크기로 수집될 수 있었던 셈이다.

(이번 여론조사 세부자료는 선관위 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볼 수 있다.)

통신 3사 만난 김무성 "안심번호, 충분히 활용 가능하다"

이런 왜곡 가능성을 줄일 수 있는 '안심번호' 여론조사 제도에 반발하는 친박계의 논리는 크게 세 가지 정도다. 제도 도입 및 활용까지에 필요한 큰 비용과 시간, 그리고 타 명의로 통신사에 등록된 휴대전화가 조사에 포함될 경우 발생할 왜곡 등.

친박계는 김무성 대표가 지난 9월 28일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를 부산에서 만나 '안심번호 공천제도'를 양당에서 함께 활용하기로 합의한 직후부터 이 같은 논리를 내세우며 격렬하게 이 제도를 반대해 왔다.

이 같은 '안심번호 신경전'은 석 달째 계속되고 있다. 새누리당 공천특별위원회는 지난 25일부터 사흘간 릴레이 회의를 통해, 안심번호를 이번 총선에서는 '보조적 수단'으로만 검토키로 했다.

거듭되는 친박계의 '기술·비용·정확도' 시비 끝에 사실상 제도 도입을 '백지화'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그러나 김 대표는 공천특위의 이 같은 결정이 나오고 사흘 만인 이날, SK텔레콤·KT·LG유플러스 등 통신 3사 임원진과 기술진, 선관위 법제과장 등과 간담회를 진행한 후 공천 과정에서 안심번호 제도의 활용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이어 "기술적으로, 시간적으로 이번 총선에서 충분히 활용 가능하다는 답을 얻었다"며 "비용도 전혀 문제가 없다고 말하더라"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통사에서 걱정하는 것은 이 문제 때문에 나중에 후보자들과 개별적으로 법적 시비에 걸리지 않고 싶다는 것인데, 그것을 선관위가 주관하는 것으로 바꿔주면 얼마든지 가능하다"고도 말했다.

황진하 사무총장 또한 "공천특위에서 이야기했을 때는 1개사(SKT)는 답변을 어렵다는 쪽으로 했는데, 오늘 통신 3개사 말을 들어보니 비용, 시간 문제 이런 것 몇 가지를 법적으로 뒷받침하면 감당할 수 있는 것으로 이야기가 나왔다"고 설명했다.

황 총장은 이어 "(대표가) 여야 간사 간에 합의를 해서 (안심번호 제도를) 12월 현재 상정된 법안에 수정안으로 해서 제출하도록 준비하라고 지시했다"는 말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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