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전병헌 원내대표는 14일 오후 "3명의 후보자 모두 부적격하다. 특히 문 후보자는 자질과 도덕성에 심각한 하자가 있다"며 "박근혜 정부 제 3의 인사 참사를 막기 위해서라도 복지부 장관 (후보자) 사퇴는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전 원내대표는 "이같은 요구를 청와대와 새누리당에 전달했고, 지켜보겠다"고 덧붙였다.
앞서 민주당은 이날 오후 1시30분부터 각 청문회 간사와 원내지도부 간 비공개 회의를 열었고, 전 원내대표의 입장은 이같은 과정을 거쳐 조율돼 나온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이에 대해 "새누리당에 공이 넘어간 것"이라며 "우리는 새누리당에 '사퇴시키는 게 좋겠다'고 얘기했고, 새누리당이 사퇴를 못 시키겠다고 하면 다른 2명과 연계해 통과를 못 시키겠다고 할지 그냥 (협조)해 줄지 그건 그 다음 문제"라고 했다.
민주당이 이같은 '연계론'을 공식 입장으로 내놓은 것은 아니지만, 전 원내대표나 당 대변인들의 브리핑에서는 일정한 방향성이 감지된다. 김관영 당 수석대변인은 "전 원내대표가 '문 후보자를 사퇴시켜야 한다'는 것을 강조한 것은 맞지만 그게 '사퇴 안하면 나머지 2명도 통과 안 시켜주겠다'라고 해석되는지는 모르겠다"면서도 "(연계해야 한다는) 그런 얘기가 당 내에 있기는 있다"고 했다.
김 대변인은 "자질 부족 등을 보면 문 후보자가 다른 2명보다 더 심각하고, (법인카드 사용과 관련해) 자신이 약속한 것도 있지 않느냐"며 문 후보자와 다른 공직후보자 2명 사이에 일종의 우선순위 차이가 있음을 시사했다.
이언주 원내대변인도 '연계론'에 대해서는 "너무 앞서나간 얘기"라고 부인했지만 "문 후보자는 도저히 장관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다"라며 "나머지 2명은 사안의 성격이 다르지 않나"라고 했다. 정호준 원내대변인 역시 "세 명 다 사퇴하라고 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어서 제일 문제가 있는 문 후보자를 말한 것이지, 사퇴를 '조건'으로 한 것은 아니"라면서도 "문 후보자는 자질 자체가 문제가 된다는 것이고, 나머지 2명에 대해서는 양 당 원내대표끼리 상의하도록 한 것"이라고 여지를 남겼다.
감사원장 청문회 보고서, 다시 채택 무산…처리기한 D-1
특히 민주당이 '연계론'을 전략으로 삼고 있다는 관측을 강화하는 것은, 이날 오후 예정됐던 감사원장 인사청문특위가 실제로 열리지 않았다는 상황이다. 민주당 청문특위 관계자는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복지부 장관 후보자가 사퇴하지 않으면 특위를 열 수 없다고 당 지도부가 방침을 정했다고 들었다"며 "원내대표들 간의 합의로 넘어가서, 청문특위 차원에서 결정할 수 있는 것은 없다"고 말했다.
청문특위 위원인 민주당 서영교 의원은 전화 인터뷰에서 "황찬현 감사원장 후보자에 대해 흔쾌히 임명에 동의해 주기에는 하자가 있지만 막 낙마시킬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기본적으로 세 후보자 모두 부적격하지만 '다 안 된다'고 할 수는 없는 것이니, 원내 지도부에 권한을 넘긴 것"이라고 했다.
복지부 장관과 검찰총장 후보자의 경우 국회가 인사청문경과보고서를 채택하지 않아도 대통령이 임명을 강행할 수 있지만, 감사원장 후보자의 경우에는 임명에 국회의 동의가 필요하다. 인사청문회법에 따르면, 국회는 청문회를 마친 날로부터 3일 내에 국회의장에게 심사경과보고서를 제출해야 한다. 오는 15일이 특위가 보고서를 채택할 수 있는 시한이다.
특위가 기일 내에 보고하지 않으면 국회의장은 임명동의안을 바로 본회의에 부의할 수 있고 임명동의안은 국회에 제출된 날로부터 20일 내에 처리해야 한다. 지난달 30일 동의안이 제출된 황찬현 후보자의 경우 11월 18일이 마지노선이다.
인사청문특위 새누리당 간사인 이철우 의원은 이날 오후 "황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 경과보고서를 채택하고자 했으나 민주당의 당론 반대로 무산됐다"며 "매우 유감"이라고 국회 기자회견을 통해 밝혔다. 이 의원은 "황 후보자는 병역미필, 위장전입 등의 사유가 있었으나 그 외에는 특별한 흠이 없고, 감사원의 독립성이나 정치적 중립에 강한 소신을 보였다"며 "새누리당은 단독 처리도 할 수 있었지만 야당과 합의해야 한다는 자세로 기다리기로 했다"고 했다.
민주당이 '공을 새누리당에 넘겼다'고 주장하고 있는 만큼, 오는 15일 오전 새누리당 지도부가 민주당의 '문형표 사퇴' 요구에 어떤 반응을 보일지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새누리당이나 문 후보자 측이 사퇴 요구를 받아들일 가능성은 낮은 만큼, 임명동의안이 법정 기한을 넘기게 돼 여야의 책임 공방이 벌어질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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