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철 의원은 20일 국회 기자회견장에서 "27년 동안 애증과 고락을 함께했던 당을 떠날 수밖에 없는 심정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참담하지만, 영원히 패배할 수밖에 없는 정당에 남아서 적당히 봉합하는 것이야말로 역사와 국민 앞에 큰 죄를 짓는 것"이라며 "이제 뜻을 함께하는 분들과 새로운 각오로 야권 재편의 초석을 놓겠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야권의 창조적 파괴를 통한 대통합과 국민 눈높이에 맞는 혁신을 이뤄낸다면 국민은 우리를 지지할 준비가 되어 있다"며 "박근혜 새누리당 정권에 반대하는 건강하고 균형있는 진보, 합리적이고 양심적인 보수를 아우르는 야권 지지세력의 나침반과 지도가 되어 국민 눈높이에 맞는 혁신으로 대통합과 정권교체의 교두보를 만들어 나가겠다"고 했다.
김 의원은 기자회견 후 기자들과 만나 "이 시점에서 새로운 정치와 정권 교체가 가능한 유일한 세력이 '안철수 신당'이라 본다"며 "문병호 의원과 함께 안철수 신당 창당 작업에 힘쓸 것"이라고 했다. 문 의원은 실제로 이날 기자회견장에 나타나 김 의원의 탈당 선언을 지켜봤다.
안철수 신당 합류를 위해 새정치연합을 탈당한 의원은 이로써 문 의원, 유성엽 의원, 황주홍 의원에 이어 4명이 됐다. 문 의원은 "탈당한 의원 4명이 만나 행동을 통일하고, 어떤 신당이 필요한지 논의해서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손학규계로 분류됐던 김 의원은 '손학규 전 대표와 협의가 있었나?'라는 질문에 "정계 은퇴한 분이라 협의하지 않았다"면서 '손-안 연대를 위한 연결고리 역할이나 손 전 대표의 복귀를 건의할 생각이 없느냐'는 질문에는 "그럴 자격이 있는지 모르겠는데, (역할을) 맡으라고 하면 맡겠다"고 답했다.
김한길 "'문재인당' 남을 건지 文이 선택해야…제 고민 점점 깊어져"
김 의원은 탈당 회견문에서 문재인 대표를 강도 높게 비난했다. 김 의원은 "문재인 대표 체제로는 총선 승리가 어렵다는 것이 다수 국민과 호남의 뜻이라는 점에서 저는 수없이 대표의 헌신적 결단을 촉구했지만 끝내 거부당했다"며 "문 대표는 성찰과 책임의 리더십을 요구한데 대해 '대표 흔들기'로 폄훼하고, 총선 승리의 해법을 제시한 데 대해서는 '공천 구걸세력'으로 매도까지 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근 문 대표는 현 지도부 체제로 총선을 치르겠다는 의지를 연달아 드러내며 강공 드라이브를 폈었다. "남은 사람들이 할 일은 남은 식구끼리 똘똘 뭉쳐서 보란 듯이 집안을 일으키고 잘 사는 것이다. 그래야 집 나간 사람도 다시 돌아오지 않겠나"(20일, 박근혜 정부 복지 후퇴 저지 토크콘서트)라는 말이 문 대표의 의지를 잘 보여준다. 문 대표의 측근인 최재성 총무본부장의 총선 불출마 선언에 이어, 정책위 의장과 전략공천 관리위원장 등 총선 대비 주요 당직도 인선을 마친 상태다.
이런 가운데 호남 비주류인 김 의원의 탈당 선언이 있은 날, 수도권 비주류 의원들과 두루 가까운 김한길 전 대표도 문 대표의 사퇴를 재차 촉구하고 나섰다. 김 전 대표는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패권정치에 등돌린 동지들이 당을 떠나고 있는 마당에 오히려 패권체제를 강화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며 "4년 전 총선을 앞두고 당권을 장악한 패권 세력이 말로는 혁신공천을 앞세우면서 실상은 계파공천을 밀어붙인 것이 (19대 총선의) 가장 큰 패인"이라고 주장했다.
김 전 대표는 "패권정치는 반혁신이고, '나갈테면 나가라'고 분열을 방치하거나 조장하는 것은 혁신에 반하는 패권적 행태"라며 "저는 총선 승리를 위한 야권 통합의 길을 막아선다면 누구와도 결연히 맞설 것"이라고 했다. 그는 "결론적으로, 우리 당이 '문재인 당'으로 남을 것인지, 야권 통합으로 총선 승리를 실현해낼 것인지를 이제 문 대표께서 스스로 선택하셔야 한다"고 사퇴를 압박하면서 "야권의 총선 승리를 위해 살신성인하는 지도자로서의 결단이 있으시기를 간청한다"고 했다.
특히 김 전 대표는 글 말미에 "남은 시간이 많지 않다. 제 고민도 점점 더 깊어 간다"고 덧붙였다. 자신의 탈당 가능성도 열려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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