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암연구소 "가공육 1급 발암물질"
가공육을 1급 발암물질로 분류한 것이 가공육이 담배나 석면만큼 발암성이 강하다는 의미는 물론 아니다. 단지 가공육의 지속적인 섭취가 대장암의 발생 증가를 가져오는 것은 과학적으로 분명한 인과관계가 있다는 것이다. 국제암연구소에 따르면, 가공육 50그램(g)을 매일 먹으면 대장암 위험이 18% 증가된다고 한다. 이와 함께 전립샘과 췌장에 암 위험도 증가한다고 한다.
국제암연구소는 가공육뿐만 아니라, 붉은 고기 또한 발암 유발 효과가 있다는 것을 입증하는 일부 제한적인 증거에 근거해 발암위험물질 2A군으로 분류할 수 있다고 밝혔다. 국제암연구소 보고서에 의하면, 100g의 붉은 고기를 매일 먹으면 대장암 위험이 17% 높아진다고 한다. 하지만 WHO는 붉은 고기와 암과의 상관성은 일부 제한적 증거에 근거하고 있다고 보고하고 있다. 이는 연구결과가 제한적이며, 편견, 우연 등 여러 변수가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붉은 고기 속에 포함된 헤테로사이클릭아민(heterocyclic amine), 헴(heme) 등이 발암 과정에 관여해 붉은 고기 자체가 사람에게서 암을 일으킬 가능성이 높다며 붉은 고기를 2A 발암물질로 분류했다.
한국 대장암 발병률, 세계 1위
한국인의 육류 소비는 소비 침체기에도 해마다 늘고 있다. 식습관의 서구화와 소득 상승에 따른 결과로 보인다. 농림축산식품부의 '2014 농림수산식품 주요통계'에 따르면, 2013년 기준 쇠고기·돼지고기·닭고기를 합친 1인당 평균 육류 소비량은 42.7킬로그램(㎏)이다. 이는 국민 1인당 하루에 고기 약 117g을 먹은 것과 같은 양이며, 30여 년 사이 한국인이 먹는 고기양이 4배 가까이(277.9%) 늘어난 셈이다.
고기 종류별 연간 1인당 소비량은 삼겹살을 포함한 돼지고기 소비량이 20.9㎏으로 가장 많았고, 뒤이어 닭고기(11.5㎏), 쇠고기(10.3㎏)의 순으로 조사됐다. 붉은 고기 소비량은 31.2㎏으로 하루 85.5g이다. 이 같은 붉은 고기의 소비로 15% 정도의 대장암 발생이 증가될 것으로 평가된다. 또 고깃집 위주로 확대·발전된 외식 산업도 육류 수요에 주요한 영향을 미쳤다. 한편, 고기 소비량이 늘면서 1인당 하루에 고기 섭취로 얻는 에너지도 1980년 91킬로칼로리(㎉)에서 2012년 246㎉로 급증한 반면, 쌀이 공급하는 에너지는 1234㎉에서 790㎉로 줄었다.
식약처는 국민 평균 가공육 섭취량이 6.0g 수준으로 가공육으로 인한 암 발생은 우려할 정도가 아니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국제암연구소의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대장암 발병률은 인구 10만 명당 45명으로 조사 대상 184개국 가운데 가장 높았다. 이는 세계 평균(17.2명)과 아시아 평균(13.7명)보다도 훨씬 높다. 국민 평균 가공육 섭취량이 우려할 정도가 아니라고 하면서 왜 대장암 발병률이 세계 1위이고 아시아국가의 3배인가?
평균 가공육 섭취량이 매우 낮은 수준이기에, 대장암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해서 무시해도 괜찮은 것인가? 그렇지 않다. 대장암 발병에는 여러 요인들이 관여하는데, 붉은 고기와 가공육, 음주, 흡연, 헬리코박터 감염, 스트레스, 유전적인 요인 등이 주요인들로 제시되었다. 이들 위험요인들 간에는 상호 상승작용이 보고되어, 여러 위험인자를 많이 가지고 있을수록 대장암의 발병위험이 커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불행히도 국내에서는 음주, 흡연율이 아직 높고, 스트레스를 많이 경험하고 있는 사회이기에 평균 가공육 섭취량이 낮은 상태에서도 높은 대장암 발병률을 보이는 것으로 추정된다.
문제는 식생활이 빠르게 서구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아동 및 청소년(1~9세)의 하루 평균 가공육 섭취량은 11g, 10~19세는 14.9g으로 섭취가 많아 젊은층에서의 암 발병 위험이 커지는 것이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아질산나트륨 하루 섭취량 허용 초과 다반사
가공육을 만들 때 절이거나 훈제하는 과정에 들어가는 화합물이 장 내벽에 손상을 주고, 발암물질로 의심되는 화학물질이 가공 저장 과정에서 생길 수도 있다. 실제로 가공육은 가공, 저장, 유통하는 과정 중에 사용되는 아질산나트륨이 아민과 결합하여 발암물질인 '나트로사민'을 만들어낸다. 가공, 저장, 유통되는 기간이 길어지면 질수록 나트로사민의 농도는 높아지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가공육에 자주 사용되는 이 아질산나트륨은 얼마나 위험할까. 물질의 용량과 독성반응에 의한 화학물질의 급성독성 분류에 따르면, 아질산나트륨의 반수치사량(어떤 물질의 독성을 테스트할 때 실험군의 50%가 사망하는 용량)은 1㎏당 20밀리그램(㎎)으로 아질산나트륨은 맹독성 물질이다. 우리나라는 식품위생법에 아질산나트륨을 100g당 최대 7㎎(70㎎ /1kg=70ppm)까지 허용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WHO가 정한 1일 아질산나트륨 권고량은 1㎏당 0.06㎎이다.
50㎏ 몸무게의 성인이 가공육 50g을 섭취한다면, 하루 섭취허용량 3㎎을 넘어서게 된다. 20㎏ 몸무게의 청소년이 가공육 20g을 섭취한다면, 하루 섭취허용량 1.2㎎을 넘어서게 된다. 일상적인 섭취 수준으로도 아질산나트륨의 하루 섭취허용량을 초과하는 경우는 다반사로 벌어진다.
햄·베이컨·소시지 같은 가공육을 지나치게 섭취하는 남성은 대장암 발병 위험률이 높아지는 것뿐만 아니라, 수정 능력이 떨어진다는 연구결과도 나왔다. 미 하버드 대학 보건대학원 연구팀이 시험관수정(IVF)을 시도하고 있는 부부 가운데 남편 141명을 대상으로 육류 섭취량 및 자주 먹는 육류의 종류와 수정 성공률을 비교 분석한 결과다.
1급 발암물질 가공육으로부터 건강을 지키는 법
그러면 가공육을 어느 정도 먹으면 될까? 가능하면 가공육 대신 붉은 고기를 드시고, 붉은 고기 대신 닭고기와 오리고기 등 흰살 고기를 드시길 권한다. 가능한 조리방법도 직접 굽거나 튀기고 훈제를 하는 것을 피하고, 삶아 드시길 권한다. 채소와 과일을 함께 드시는 것도 가공육이나 붉은 고기의 발암성을 낮추는데 도움이 된다. 불가피하게 드시는 경우 가공육은 하루 12.5g을 넘기지 않는 것이 좋다. 이 정도 섭취량이면 암 발생 증가율을 5% 미만으로 줄일 수 있다.
성인의 대부분은 가공육 섭취량이 여기에 미치지 못하므로, 별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청소년의 경우 가공육 섭취량이 최근 급격히 늘고 있어 섭취량을 줄이는 것이 좋겠다. 특히나 가족 중에 암 발생 가족력이 있거나, 음주량이 과하거나 흡연하시는 분은 가능한 한 가공육을 드시지 않는 것이 건강에 좋겠다.
자폐증, 주의력결핍행동장애, 우울증, 폭력 등 우리 청소년의 정신건강에도 적신호가 켜졌음이 여러 연구를 통해 보고되고 있다. 청소년의 건강은 우리 사회의 미래다. 청소년의 올바른 식생활교육은 체내 유해물질의 감소뿐 아니라, 인성의 긍정적인 변화를 유도한다는 것이 최근 국내 연구결과를 통해 확인되었다.
인하대 의과대학과 경인여대 식품영양학과 팀이 인천중학교 3학년 학생을 대상으로 식생활 교육을 진행한 결과 학생들의 사회성, 도덕성을 향상시키는 등 인성의 변화를 가져오고, 혈중 유해물질의 농도감소 및 활성산소의 감소, 미토콘드리아 활성(ATP 합성)이 좋아지는 등 건강에 의미 있는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결과를 얻었다. 청소년기에 식생활 교육은 학생들의 인성 및 건강을 향상시키는 데 중요한 영향을 미치므로, 식생활 교육이 더욱 강화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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