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아들, 군대서 병 얻어"…한국판 '라이언 일가'

어머니 유 씨 "민간 병원에서 제대로 치료받게 해달라"

"아들이 죽여 달라, 다리를 잘라달라고 말하며 울부짖을 때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것이 너무나 미안하고 제 가슴이 찢어지는 것 같습니다"

군에 보낸 두 아들이 모두 부상을 안고 돌아왔다. 바람만 불어도 살이 에는 것 같은, 산통보다 더 지독하다는 '복합부위통증증후군'(CRPS)을 앓는 아들을 지켜보며 1500만 원의 치료비까지 떠안게 된 어머니 유 씨는 민간 병원에서 제대로 치료를 받게 해달라고 군 당국에 호소했다.

정의당 김종대 국방개혁기획단장은 8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심상정 대표 앞으로 전해진 유 씨의 사연을 소개했다. 김 단장에 따르면 유 씨의 아들인 육 모 상병과 육 모 일병 형제는 군에서 입은 부상으로 마약성 진통제를 포함해 10여 종류의 진통제를 매일 투약하고 있고, 휠체어 신세를 지고 있는 상황이다.

우선 형인 육 상병은 지난 5월 10일 훈련 중 넘어져 오른쪽 무릎에 실금이 발생했다. 그런데 군 병원에서는 '꾀병 부리지 말라'며 이를 방치했고 결국 7월 육 상병은 CRPS 확진을 받았다. 김 단장은 "현재 육 상병은 다리에도 통증이 전이된 상황"이라고 전했다.

동생인 육 일병 역시 군 당국의 방치가 문제였다. 육 일병은 지난 3월 12일 육군 훈련소에서 훈련 중 넘어져 왼쪽 무릎 인대에 염증이 생겼다. 그런데 훈련소에서는 이를 '타박상'이라고 진단하고 파스 외에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이후 아들의 부상 소식을 듣고 면회를 간 유 씨의 요구로 대전 국군병원에서 MRI 촬영을 한 뒤에야 군은 심각성을 인지했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도 군 당국은 훈련을 강행했다. 김 단장은 "훈련 강행으로 육 일병의 몸 상태가 악화됐고 형과 마찬가지로 CRPS 확진을 받았다"고 밝혔다.

그는 "두 형제를 담당한 군의관들이 이미 군 병원에서 치료가 불가하니 민간병원에 위탁진료를 보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으나 국군수도병원 측이 예산을 핑계로 위탁진료 보내는 것을 아직도 허락하지 않고 있다"면서 사고가 발생한 순간부터 현재까지 제대로 된 치료를 해주지 않고 있는 군 당국에 문제를 제기했다.

▲ 세 남매의 다정한 모습. 육 상병(왼쪽)과 여동생(가운데), 그리고 입대 전 육 일병(오른쪽) ⓒ정의당

유 씨는 아들들의 부상으로 1500만 원 상당의 치료비도 떠안았다. 김 단장은 "현재 육 상병과 육 일병은 주 1회 통증 완화 시술을 받지 않고는 하루를 견딜 수 없는 상태"라며 "이 비용이 현재까지 1500만 원이 들었는데 모두 육 형제 측이 부담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와 별도로 통증을 크게 완화시킬 척수신경자극기 삽입술은 일 인당 1500만 원 정도 드는데 건강보험공단에서 일부를 부담해 일 인당 500만 원 정도를 내야 한다. 즉, 현재까지 민간병원 시술비 1500만 원에 척수신경자극기 삽입술 비용 3000만 원을 합치면 총 4500만 원 정도가 되고, 그 중 2500만 원 정도가 자부담인 셈"이라고 설명했다.

김 단장은 "군이 제때 환자를 치료하지 않아 상태를 악화시켜 놓고, 이제 와서 민간병원 위탁치료나 치료비 부담은 나 몰라라 하는 행태는 지난 9월 곽 중사 사건 이래 우리가 많이 보았던 모습"이라고 꼬집었다.

군 당국의 허술한 대응에 유 씨는 민간 병원에서 치료를 받게 해달라는 탄원서를 준비했다. 유 씨에 따르면 군 당국은 치료비 지원은커녕, 민간 병원에서 위탁 진료를 받게 해달라는 요청에 "유전적인 질환이 아니냐"는 식으로 대응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단장은 "참고로 어머니(유 씨)는 중증 환자고 육 형제의 여동생도 질병을 앓고 있다. 가족 5명 중에 4명이 중증환자가 된 셈"이라며 "이번 경우는 치료비 부담 문제 이전에 군의 부실한 의료체계와 무성의한 진료가 한 가정을 어떻게 짓밟았는지 보여주는 극명한 사례"라고 일갈했다.

그는 "국방부에 여러 차례 입장을 확인해봤으나 군은 책임이 없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면서 "다친 장병들의 인생을 돌봐도 시원찮을 판에 겨우 치료 문제 하나 해결하지 못하는 국방부는 국방을 포기한 기관이나 다름없다. 국방부가 합리적으로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다면 추가 사례를 공개해 국민과 함께 그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 유 씨가 심상정 정의당 대표에게 보낸 편지 ⓒ정의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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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

외교부·통일부를 출입하면서 주로 남북관계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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