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에서 오른손 잃은 아들, 국가가 책임 안 지면…"

버려진 부상장병 누가 책임지나?…어떻게든 보상 피하려는 국방부

"다음주 월요일이 저희 아들의 21번째 생일입니다. 두 팔을 잃고도 굳건히 살고 계신 분도 있으시지만, 왼손만 가지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사실 많이 걱정됩니다. 이런 경우에는 나라에서 책임져줘야 하는 것 아닌가요"

이은정 씨의 아들 손 모 훈련병은 군 입대 3주 만에 수류탄 폭발 사고로 오른손을 잃고 온몸에 파편이 박힌 채 집으로 돌아왔다. 사고 발생 직후 군은 이 씨에게 언론과 접촉을 자제해 달라고 요청했다. 군의 요청에 따라 적절한 조치를 기다렸던 이 씨에게 되돌아온 것은, 규정상 800만 원밖에 지원해줄 수 없다는 통보였다.

18일 국회 본청에서 '버려진 부상장병, 누가 책임지나'라는 주제로 정의당 국방개혁기획단이 주최하는 부상장병 가족 초청 간담회가 열렸다. 지난 9월 훈련 도중 수류탄이 폭발해 부상을 입은 손 훈련병의 어머니 이은정 씨는 이 자리에 참석해 여전히 손 훈련병이 투병 중이라고 밝혔다.

이 씨는 "지금도 저희 아들은 우울증약과 환상통약을 먹고 있다. 폭발 당시의 스트레스 때문인지 두통도 심하다. 눈의 각막에 손상을 많이 입어서 안약을 넣으면서 지켜보고 있고 고막에 구멍이 났는데 재생이 안되면 수술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런데도 국방부는 규정을 이유로 손 훈련병의 오른손을 대체할 의수(義手) 구입 비용을 전액 부담하지 않았다. 세 손가락을 움직일 수 있는 의수가 2100만 원, 다섯 손가락을 모두 움직일 수 있는 의수가 3600만 원인 상황에서 800만 원의 지원금으로 다섯 손가락을 움직이는 의수는 무리였다.

이 소식이 언론에 나가기 시작하면서 비판 여론이 일자 국방부는 다섯 손가락을 모두 사용할 수 있는 의수를 지원해주겠다고 입장을 바꿨다. 하지만 이는 아직 구두로 한 약속에 불과하다. 김종대 정의당 국방개혁기획단장은 "현재 국방부에서 구두로 보장한 것 외에 현행법과 시행령 상으로는 보상해줄 방법을 찾지 못했다"며 "국방부로부터 확약 문서를 받아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지적했다.

이 자리에는 지난해 6월 비무장지대(DMZ) 지뢰 사고로 중상을 입은 곽모 중사의 어머니인 정옥신 씨도 참석했다. 정 씨는 곽 중사 사고와 관련, 국방부가 최근 'DMZ 내 지뢰수색 작업 중 부상'이라고 표현한 것에 대해 강하게 항의했다.

정 씨는 "아들이 작전을 수행한 곳은 북한군에 의해 언제든지 죽을 수 있는 최전방이었다. 실탄을 지급 받고 들어가는 경계병의 지원을 받으면서 작전을 한 것이다. 그런데 국방부는 왜 이걸 작업이라고 하는지 모르겠다. 국방부 장관이 직접 들어가 봐라. 거기가 작업하는 곳인지 작전하는 곳인지"라고 따졌다.

그는 "해당 부대에서는 분명 '불모지 작전'이라고 했다"며 "국방부는 왜 자꾸 작업이라고 이야기하면서 꼼수를 부리고 있는 건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종대 단장은 "최근 공문이나 국방부 표기에 안전사고 내지 불모지 작업이라는 것으로 바뀐 것을 확인해서 이 부분에 대해 누차 해명을 촉구했으나 국방부에서는 아무런 대응이 없었다"며 "아마도 작전 중에 다친 것이 아니라 작업하다 다친 것으로 의미를 격하시키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 정의당 국방개혁기획단 주최 부상 장병 가족 초청 간담회. 왼쪽부터 김종대 정의당 국방개혁기획단장, 심상정 정의당 대표, 곽 중사 어머니 정옥신 씨, 손 훈련병 어머니 이은정 씨 ⓒ연합뉴스

이날 간담회에는 실제 군에서 오진 판정을 받은 피해 당사자도 참석했다. 해병대 사관후보생으로 입대한 이동민 씨는 외줄타기 훈련을 하다가 추락하는 사고를 당했다. 정형외과 군의관에게 치료를 받았어야 했지만, 정형외과가 아닌 이비인후과, 한방과 군의관들로부터 염좌라는 진단을 받았다.

그렇게 닷새가 지났고 전투수영 훈련이 시작됐다. 이 씨는 입소 전 이 훈련을 위해 수영을 따로 배웠다. 그런데 훈련장에서는 제대로 수영을 하지 못했다. 허리에 문제가 생겨 힘이 들어가지 않았던 것이다.

이때까지만 해도 본인의 몸 상태를 제대로 알 수 없었던 이 씨는 본인이 해병대 훈련에 따라가지 못한다고 판단, 적성이 아닌 것 같다는 퇴소 사유서를 쓰고 훈련소를 나왔다. 이후 민간병원에서 MRI 촬영을 해보니 이미 척추뼈 중 5개에 골절이 진행된 상황이었다.

이 씨는 "해병대나 국방부에 보상 문의를 하면 저한테 '그러면 정밀검사를 신청할 생각을 왜 안했냐'고 한다. 그런데 환자는 의사의 말을 믿을 수밖에 없지 않느냐"며 진단이 잘못된 데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보상 문제와 관련해 국방부 민원실 쪽에서 처음에 대응했었는데 계속 쳇바퀴 돌 듯이 떠넘기더라"라며 "어머니께서 화가 많이 나셔서 장관 직통 민원실로 전화를 연결하셨고 그 때부터 일이 일사천리로 진행됐다"며 오진에 대한 보상을 받는 과정 역시 쉽지 않았다고 밝혔다.

군인·공무원·경찰공무원, 국가로부터 제대로 보상받지 못하는 이유는

현행법에 따르면 군 복무 중에 부상을 당한 장병은 제대로 된 지원을 받기 힘들다. 군 병원은 의료 시스템이 열악해 제대로 된 치료를 받으려면 민간 병원을 이용해야 하는데, 군 인사법상 민간 병원을 이용하면 지원금인 '공무상 요양비'를 받기 어렵다.

그런데 군인연금법의 일반법이라고 할 수 있는 공무원연금법에 따르면, 2년 범위에서 요양에 필요한 금액을 지원받을 수 있고, 실제 요양 기간이 2년을 넘어도 계속 치료가 필요하다는 의학적 소견이 있다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1년 이하의 기간 단위로 요양 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고 규정돼있다.

이에 대해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정의당 국방개혁기획단 기획위원 최종호 변호사는 "본질적으로 차이가 없는 부분을 다르게 취급하는 것이다. 헌법상의 평등 원칙에 위배되는 위헌적인 규정"이라고 지적했다.

곽 중사 사건으로 군인연금법에 대한 비판이 일자 여야는 문제 조항에 대한 개정안을 발의했다. 하지만 여기에도 문제는 있다.

새누리당 한기호 의원이 지난 9월 4일 발의한 '군인연금법 일부개정법률안'은 최대 30일에 불과했던 민간병원 진료비의 국가 부담을 2년으로 연장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하지만 이 개정안은 '이 법 시행 후 최초로 공무상 요양을 신청하는 군인부터 적용한다'고 규정하고 있어 곽 중사나 손 훈련병, 이동민 씨와 같은 피해자들에게는 소급적용이 되지 않는다.

반면 지난 9월 25일 새정치민주연합 서영교 의원이 발의한 '군인연금법 일부개정법률안'에는 소급적용이 가능하도록 명시돼있다. 이 개정안은 '이 법 시행 후 1년 이내에 공무상 요양비 지급 신청을 할 수 있다'고 적시했다.

이에 대해 최 변호사는 "어떤 법률의 개정은 종래의 규정이 부당하였다는 '반성적 고려'에 의한 경우와 단순히 시간의 경과에 의한 상황의 변화에 따라 개정되는 경우로 나눌 수 있다"며 "이 건 법률안의 제출은 위헌성이 명확한 군인연금법을 개정하는 것이므로, 소급을 인정하는 것이 개정 이후에도 나타날 수 있는 위헌적 상황을 발본적으로 제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군인이나 공무원, 경찰공무원이 보상을 받는 것을 제한하는 헌법 29조 2항에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조항에는 군인·공무원·경찰공무원 등이 직무 수행과 관련해 받은 손해에 대해 '법률이 정하는 보상 외에 국가 또는 공공단체에 공무원의 직무상 불법행위로 인한 배상은 청구할 수 없다'고 명시돼 있다.

이에 대해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은 "박정희 대통령이 당시 베트남 참전 용사들이 이중 배상을 요구하니까 이 조항을 헌법에 적시한 것인데 이런 부분도 향후 헌법을 개헌할 때 손을 대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 조항 때문에 군인들이 더 많은 불이익을 보고 있다. 대통령 중임제냐 내각제냐 그런걸 따질게 아니라 이런 부분을 개헌하는 것이 곧 국민의 인권을 증진시키는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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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

외교부·통일부를 출입하면서 주로 남북관계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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