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체면과 한중FTA 연계?…靑 눈치보는 與

야당 "30일 본회의, 한중FTA 처리는 미합의"

청와대와 새정치민주연합이 27일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처리를 두고 맞서고 있다. 여당인 새누리당은 청와대 눈치를 보는 데 급급한 것으로 보인다. 새정치민주연합은 "한중 FTA 비준 동의안만 독립적으로 처리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여당에 '유감' 표명하는 靑 대변인당청 묘한 엇박자?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오전 8시 25분 경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올해 안에 FTA가 발효되려면 이번 주 내에 국회 비준이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27일 오후 4시로 예정됐던 본회의를 염두에 둔 것이다. 즉 이날까지 여야가 한중 FTA 처리를 해야 한다고 압박한 것이다.

그러나 정 대변인이 이같은 말을 한 비슷한 시점인 이날 오전 8시 50분 경 국회에서 협상을 벌이던 여야는 오는 30일 오전 11시에 외교통일위원회, 당일 오후 2시에 본회의를 열기로 합의했다.

청와대가 데드라인을 이날 오후로 정했는데, 여야는 다음주 월요일로 본회의를 미뤘다.

여야가 본회의를 미룬 데 대해 정연국 대변인은 "오늘 예정됐던 본회의가 취소된 것은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라고 비판했다. 정 대변인은 그러면서 "30일 국회 본회의에서 FTA 비준안이 처리되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여야 주도의 일정 합의에 청와대가 유감을 표명하는 것은 드문 일이다. 청와대와 여당이 묘한 엇박자를 내고 있는 것으로 비칠 수도 있다.

새누리당은 청와대 눈치를 보는 데 급급하다. 김정훈 정책위의장은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대통령께서 이번 일요일에 유럽 국제회의에 가시게 되어 있는데 가시면 '시진핑 주석도 만나는데 우리가 먼저 한중 FTA를 하자고 했는데 가서 무슨 말씀하시겠냐', '이것이 오늘 본회의에서 처리 안 되면 대통령께서 출국을 못하시는 수도 생긴다' 그런 점을 강조했다"고 했다.

박 대통령이 30일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 정상회의에서 중국 시진핑 주석을 만나면 할 말이 없을 수 있기 때문에, 박 대통령의 체면을 세워주기 위해서라도 한중 FTA를 처리해야 한다는 한다는 취지의 주장이다. 대통령의 체면과 한중 FTA 처리를 연관시킨 셈이다. 당청 관계의 현주소가 적나라하게 드러나 있다.

김 의장은 "오늘 아침에 다시 만나 야당에서도 대통령의 입장을 어렵게 만들 수 없다는 입장이 서로 공감돼 다음주 월요일 11월 30일에 의사일정들을 잡았다. 새누리당은 11월 30일 오후 2시 본회의에서 한중 FTA 등이 처리가 잘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종걸 "30일에 본회의는 하지만 한중FTA 처리는 미합의"

이에 대해 새정치민주연합 이종걸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 지도부 긴급 기자 간담회를 열고 "본회의가 열릴 30일에 한중 FTA가 비준될 것이라는 것은 추측에 불과하고, 아직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고 맞섰다. 이 원내대표는 "농민 단체들의 FTA 피해 대책 요구에 대한 적절한 의논과 수용, 기타의 공동 미래를 약속하지 않고서는 만족할 만한 협의를 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춘석 원내수석부대표도 "한중 FTA 피해 대책, 중점 예산에 대한 증액, 쟁점 법안에 대해 오는 30일까지 새누리당의 전향적 태도가 없으면 예결특별위원회, 각 상임위원회를 포함한 모든 의사일정에 대해 전면 재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재천 정책위원회 의장은 새누리당이 한중 FTA 비준 동의안을 예산안과 연계했다는 점을 지적하며 "정부 여당이 '예산 볼모 정치'를 하고 있는데, 한중 FTA 비준 동의안만 독립적으로 처리할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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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열

정치부 정당 출입, 청와대 출입, 기획취재팀, 협동조합팀 등을 거쳤습니다. 현재 '젊은 프레시안'을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쿠바와 남미에 관심이 많고 <너는 쿠바에 갔다>를 출간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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