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 노동 5법 '단독' 처리 위해 '꼼수 증원' 시도

환노위 '증원' 시도하다 제동…야당, 법안 심사 보이콧

정부-여당의 노동시장 구조개편 5대 법안을 심사하던 국회 환경노동위원회가 20일 오후 파행됐다. 여당인 새누리당이 '꼼수 상임위 의석 증원'을 시도하고 나섰기 때문.

새누리당은 환노위 구성원이 여당 8석·야당 8석(정의당 1석)인 상황을 여당 9석· 야당 8석으로 바꿔 단독 표결 처리가 가능한 조건을 만들려고 했으나, 야당의 이날 법안 심사 '보이콧'으로 일단 제동이 걸린 상태다. 새정치민주연합 환노위 간사인 이인영 의원은 "평화 협상을 체결해놓고 뒤에서 전쟁을 준비한 것"이라며 여당에 강력 항의했다.

당초 국회 환노위는 이날 법안 심사 소위원회를 열어, 소위에 상정된 27개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심사하던 중이었다. 특히 새누리당이 정부의 노동 개편을 법제화하기 위해 당론 발의한 '근로기준법(새누리당 김무성 대표 대표 발의) 개정안'이 이날 오후 들어 핵심 쟁점이 되고 있었다. 이 법안은 △ 통상임금 범위 축소 △ 휴일근로의 연장근로 포함 △ 법상 가능한 노동 시간에 특별연장근로(최대 1주 8시간)을 2023년까지 단계적 허용 등을 골자로 한다. 통과 시 장시간 노동과 임금 하락이 유도될 것으로 우려되는 법안이다.

이들 법안을 심사하던 중 소위는 오후 3시 20분께 결국 파행됐다. 새누리당 조원진 원내수석부대표가 환노위 여당 의석 증원을 골자로 한 '국회상임위원회 위원정수에 관한 규칙 개정안(새누리당 원유철 원내대표 대표 발의)' 시도 계획을 언론에 밝히면서다. 조 원내수석부대표는 "규칙 개정 시도는 맞지만 꼭 표결을 하겠다는 의미는 아니다"라며 선을 그었지만 새정치연합은 새누리당이 단독 표결 의지를 시사한 것으로 해석, 회의장을 나왔다. 이후 국회 기자회장을 찾은 이인영 간사 등은 "새누리당 원내지도부가 직접 나서 증원 계획을 명시적으로 철회하기 전까지는 법안 심사 논의를 정상적으로 할 수 없다"고 밝혔다.

▲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법안심사소위가 20일 오전 열렸으나, 새누리당의 '환노위원 여당 의석 증원' 시도로 오후 파행됐다. ⓒ연합뉴스
野 "평화 협정 맺고 뒤에서 전쟁 준비" vs. 與 "야는 반대 여는 단독 처리하려던 것"

쟁점 법안을 논의하던 도중 해당 상임위원회의 의석 수를 조정하려는 시도는 '초유의 일'이라는 게 야당 의원들의 설명이다. 새정치연합 우원식 의원은 기자들을 만나 "제 기억에는 지금까지 이렇게 중요한 쟁점 법안을 논의하던 중 꼼수 증원을 시도한 사례가 없다"면서 "새누리당의 여당 의석 증원 시도는 법안을 정상적으로 처리하려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든 밀어붙이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은수미 의원은 "저희는 법안 심사를 원한다. 다만 그것을 방해하는 모든 조치를 여당이 하지 않기를 촉구하는 것"이라고 했다.

새누리당은 논란의 '규칙 개정안'이 노동 법안들을 통과시키기 위한 증원 계획임은 인정했다. 새누리당 권성동 의원은 기자들을 만나 "우리도 많은 고민을 했다"면서 "야당이 법안에 반대를 하니, 과거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비준안 처리 때처럼 야당에는 반대 모양새를 취할 수 있게끔 해주고 우리가 단독 표결을 할 수 있게끔 하려던 아이디어"라고 설명했다. 그는 "환노위가 여당 9석·야당 8석이 되면 야당은 반대 명분을 얻고 우리가 단독 처리할 수 있지 않느냐"는 말도 덧붙였다.

새누리당은 일단 꼼수 증원을 위해 준비했던 '규칙 개정안'을 국회 사무처에 정식으로 접수하지는 않겠다고 밝혔다. 다만 야당 요구대로 여당 지도부가 직접 나설 필요는 없다는 입장이다. 권성동 의원은 "(규칙 개정안이) 제출도 안 된 상태"라면서 "조 원내수석부대표한테도 제출하지 말라고 얘기했다. 굳이 지도부가 나설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증원 계획은 이제 없는 것으로 보면 되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당정, 5개 법안 '패키지' 처리 속도전…한국노총 "노사정위 탈퇴" 배수진

그러나 새누리당의 노동 5대 법안 처리 '속도전'이 이번 규칙 개정안 시도 불발만으로 전부 제동이 걸렸다고 보기는 어렵다. 당장 새누리당 환노위원들과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 등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당·정 협의를 열고, 새누리당의 5대 법안을 이번 정기국회 중 '패키지'로 처리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정기국회는 내달 9일 종료 예정으로, 약 20일 만에 심사와 처리를 끝마치겠다는 계획인 셈이다. 5개 법안은 수년째 첨예한 쟁점이 되어 온 근로시간 단축과 기간제 사용기한 연장, 파견 허용 범위 확대 등 방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

특히 기간제 사용 기한을 현행 2년에서 4년으로 늘리는 △기간제법 개정안과 파견직 사용 허용 범위를 55세 고령자와 전문직의 경우 400여 개 직종 이상으로 대폭 확대하고 뿌리 산업에까지 확대토록 하는 △파견법 개정안은 여야 정면 충돌이 에고된 법안들이다. 두개 법안은 앞서 진행됐던 노사정위원회 협의에서도 노동계와 경영계가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했던 내용들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새누리당은 애초 '노사정위의 추가 협의 결과를 기다린다'고 하다가, 최근 노사정위가 합의안을 만드는 데 실패하자 "공익위원 측 안만으로도 법안 추진이 가능하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에 김동만 한국노총 위원장은 이날 오전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기간제 사용기한 연장 △고령자·고소득 전문직·뿌리산업 부문 파견 허용 △실업급여 하한액 하향 조정 △실업급여 지급요건 강화 등은 "9월 노사정 대타협 취지를 훼손하거나 합의되지 않은 사항"들이라면서 새누리당이 "대타협의 정신을 훼손하는 입법 추진을 강행할 경우 노사정위를 탈퇴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노총은 이날 성명을 내고 "9월 야합 그 이상의 노동악법을 국회가 심하는 것 자체를 강력히 반대한다"면서 "개악 입법에 가담한 의원은 당을 막론하고 국회에서 몰아낼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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