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왕(習王) 반부패 동맹, "이제는 살살 할게"

[양갑용의 중국 정치 속살 읽기] 반부패 운동, 숨고르기 들어가나?

중국의 반부패 사정 조치(处分) 과정에서 매우 이례적인 일이 벌어졌다.

지난 11월 12일 중앙기율검사위원회는 산시성(陕西省) 정협 부주석인 순칭윈(孙清云)에 대해 면직과 함께 당에서 2년 동안 '관찰'한다는 처분을 내렸다. 반부패 관련 당 기율 위반 건에 대해 직위 면직과 함께 관찰 처분을 내린 것은 사정의 칼바람이 계속 될 것이라는 기대와는 사뭇 다른 결과이다.

이 처분 결과는 시진핑이 주도하는 반부패 활동이 18기 5중전회 이후 숨고르기에 들어간 것이 아닌가하는 의구심을 자아내게 했다. 순칭윈은 특히 새로운 당 기율 처분 조례가 반포되고 왕치산이 '네 가지 형태'를 강조한 이후 나온 첫 당내 처분을 받는 부급(部級, 한국의 장관급) 관원이라는 점에서 주목을 받는다.

순칭윈 전에 당 기율 처분을 받은 쿤밍시(昆明市) 서기 장텐신(张田欣), 장시성(江西省) 정협 주석 쉬아이민(许爱民), 산동성(山东省) 통전부장 옌스위안(颜世元), 네이멍구자치구(内蒙古自治区) 정협 부주석 한즈란(韩志然)과 장시성(江西省) 당위원회 비서장 자오즈용(赵智勇) 등은 아직 사법 기관에 범죄 내용이 이첩되지 않았지만 모두 순칭윈에 비해 무거운 당적 박탈과 당내 처분을 받았다. 이에 비하면 순칭윈의 처분 결과는 매우 이례적이다.

순칭윈은 산시에 부임하기 전 국무원 판공청 정국급(正局級) 비서를 역임하고 산시성에 내려와 산시성 부서기 등 17년 동안을 산시에서 재직한 인물이다. 산시성은 시진핑의 반부패로 가장 많은 타격을 받은 지역 중 하나이다. 특히 시안시(西安市)는 2014년 여러 국급(局级) 간부들이 기율 위반으로 처분을 받은 상황이 여러 건 발생했다. 2015년 4월 순칭윈과 관계가 깊은 시안시(西安市) 비서장 양뎬중(杨殿钟)이 '쌍개 처분(당적과 공직 박탈)'을 받은 직후 순칭윈의 거취가 주목 받는 상황이었다.

일반적으로 지방 성급 당위원회 부서기는 정부급(正副級)으로 승진하는 중요한 길목이다. 이 길목에서 순칭윈은 오히려 올 초 정부급(正副級)으로 승진하지 못하고 산시성 정협 부주석으로 옮겨갔으며, 당초 부서기를 맡지 못해 문제가 발생했음을 예견할 수 있던 상황이었다.

일반적으로 중국의 지방 권력 구조에서 성급 당위원회 서기와 성장 등 행정 수장, 그리고 성급 인대 대표, 성급 정협 주석 등 네 포스트 가운데 정협 주석은 은퇴를 앞둔 지도자를 예우하는 차원에서 배려하는 일종의 '예우형' 자리라고 할 수 있다. 순칭윈처럼 은퇴를 앞둔 지방 성급 지도자가 마지막으로 거쳐 가는 자리 정도로 인식된다 할지라도 측근 인사들이 줄줄이 낙마한 상황에서 사정의 칼날이 면직과 관찰 2년이라는 당내 처분에 그친 것은 분명 이례적이다.

소비 위축과 복지부동, 흔들리는 반부패 운동

그동안 시진핑은 계속해서 반부패의 당위성을 역설해왔다. "반부패 청렴 정치는 나태하게 해서는 안 되며 끊임없이 추진해야 하며 오랜 이어가야 하다. 특권 사상과 특권 현상에 반대해야 하며 당 전체가 함께 움직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고위층(老虎) 부패와 중하위층(苍蝇) 부패를 일거에 잡고, 영도 간부의 기율 위반과 법규 위반 사건을 철저히 조사하여 부정한 풍조와 부패가 발생하는 문제를 철저히 해결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 2014년 10월 23일 개최된 중공 제18기 4중전회(중국공산당 제18기 중앙위원회 제4차 전체회의) 제2차 전체회의에서는 반부패 활동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을 의식하여 부패가 경제활동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는 점을 분명해 했다.

그는 "부패 문제에서 두 가지 서로 다른 인식이 존재한다. 어떤 사람은 반부패를 바람처럼 시간이 지나면 사라질 것으로 여기고 잠시 고개를 숙이고 있으면 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어떤 사람은 반부패 운동이 지나치면 경제 발전에 영향을 주어 소비와 내수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하며 현재의 경제 하강 압력과 반부패를 연결시키려고 한다. 또 다른 인식은 반부패가 간부들의 위축과 복지부동, 무사 안일한 자세를 가져온다는 인식이다. 그러나 이러한 인식은 모두 정확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반부패 운동을 계속 주문하는 형국이다. 그러나 이러한 시류에 미세한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시왕(習王) 반부패 동맹, 일벌백계에서 당내 관계 정상화?

지난 2015년 9월 24일 중앙기율검사위원회 서기 왕치산(王岐山)이 푸젠성(福建省)을 방문했다. 현지에서 진행된 좌담회에서 왕치산은 청렴준칙과 당기처분 조례에 관한 의견 청취 과정에서 감독과 기율 집행을 한층 구체적으로 진행하기 위해서 이른바 '네 가지 형태(四种形态)'에 초점을 맞출 것을 강조했다. 당시 왕치산이 언급한 '네 가지 형태'는 당내 처분을 둘러싼 반부패 운동에서의 미세한 변화를 보여준다.

왕치산이 언급한 기율 집행에 대한 '네 가지 형태'란 반부패의 당내 처분 관련된 것으로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첫째, 당내 관계가 정상화되어야 한다. 비판과 자아비판을 일상적으로 전개해야 한다. 귀에 대고 속삭이고 소매 자락을 잡아당겨도 부끄러워 얼굴을 붉히고 땀을 흘리는 상태가 되도록 해야 한다. 둘째, 기율 위반에 대한 가벼운 처분과 조직적 처리가 다수가 되어야 한다. 셋째, 엄중한 기율 위반에 대한 무거운 처분과 중대한 직무 조정은 반드시 소수가 되어야 한다. 넷째, 엄중한 기율 위반과 법규 위반 혐의의 입건 조사는 매우 극소수여야 한다.

즉, 앞으로 반부패 관련 당기율 위반 건에 대한 입건 조사는 자제하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지는 대목이다. 오히려 사정의 칼을 휘두르기 보다는 당내 관계를 정상화시켜 비판과 자아비판을 일상화하겠다는 의중을 내비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중국은 국가 기관에서 종사하는 행정 인원에 대해서 2007년 6월 1일부터 '행정 기관 공무원 처분 조례(行政機關公務員處分條例)' 규정을 시행하고 있다. 해당 규정에 따르면 행정기관 공무원의 처분 종류에는 경고(警告), 기록 처분(記過), 기록 대처분(記大過), 강등(降級), 직위 해제(撤職), 해고(開除) 등 여섯 가지가 있다. 간부들 또한 행정 기관에 편재된 공무원일 경우 이 규정에 해당한다.

가장 무거운 해고에서부터 가장 가벼운 경고에 이르기 까지 여섯 유형 가운데 대부분 경고나 기록 처분에 머물고 있다. 그러나 당내 규정은 대부분 '쌍개 처분(당적 박탈과 직무 박탈)'에 편중되어 있다. 그러나 순칭윈의 사례는 이러한 일벌백계 보여주기 처분에서 이제는 당내 관계 정상화 방향으로 당내 처분의 흐름을 돌리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읽힌다.

3년여간 지속된 반부패 운동으로 약 12만 명의 관원이 다양한 징계 처분을 받았다. 특히 고위급 간부일수록 대부분 당적과 직무 박탈이라는 중징계를 받았다. 이 과정에서 시진핑의 반부패는 기층의 지지를 획득하고 지도력을 높이는 중요한 수단이 되었음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러한 지지와 성원이 반부패의 동력이었다는 점도 주지의 사실이다. 그러나 반부패 운동은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간에 사정의 칼날이 주로 관원들을 겨냥한 것임은 사실이다.

이 과정에서 관원은 부패의 온상이고 이들의 부패가 나라를 좀 먹고 있다는 인식 또한 보편적으로 확산됐다. 그러나 정책의 충실한 집행자들 또한 이들이다. 따라서 이들과 대결 분위기를 계속 가져가기 보다는 일정 시점에서 협력 관계를 회복하고 개혁의 길을 함께 가려는 시도가 필요한 것이다.

18기 5중 전회 이후 새롭게 나타난 당내 처분의 여러 형태가 바로 이를 반증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당기율 처분 조례 반포와 함께 왕치산의 이른바 '네 가지 형태'는 중국의 반부패 운동이 징벌 위주에서 관계 정상화로 가기 위한 숨고르기의 일면을 보여준다. 중국의 반부패 운동에 대한 중요한 관전 포인트로 흥미를 자아내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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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갑용

성균관대학교 성균중국연구소 연구실장. 중국의 정치 엘리트 및 간부 제도와 중국공산당 집권 내구성에 관심을 두고 연구하고 있다. 중국 상하이 푸단 대학교 국제관계학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국민대학교 중국인문사회연구소 HK연구교수, 한국외국어대학교 중국연구소 연구원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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