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쉬기만 잘해도 건강에 도움이 됩니다

[김형찬의 동네 한의학] 通(통)과 痛(통)

"온몸이 쑤시고 아파요. 마디마디 안 아픈 곳이 없어요."
"몸이 일기예보를 해요. 날 궂어지려면 무릎이 먼저 안다니까요."

진료실을 찾는 이유는 많지만, 그중 상당수는 몸의 통증 때문입니다. 단순히 근육이 뭉치고 아픈 것부터 관절에 문제가 생긴 경우가 있죠. 심리적인 문제가 신체적 통증으로 나타난 경우도 있습니다.

한의학에서는 통증과 관련해서 "通則不痛 不通則痛(통즉불통 불통즉통)"이라는 말을 자주 합니다. 통증이 있다는 것은 '통하지 못하였기 때문'이라는 의미인데, 이 불통의 상태는 여러 이유로 발생합니다.

가장 흔한 사례는 피로나 긴장으로 인해 몸속에 습과 담, 어혈 등이 쌓이고, 이것이 체액과 기혈의 순환을 막는 경우입니다. 이때 뭉친 부분을 풀어내어 기혈의 순환 통로를 넓혀주고, 잘 먹고 잘 쉬면 통증은 스스로 사라집니다.

잘못된 자세, 반복된 운동이나 일로 인해 몸의 균형이 깨진 경우에도 통증은 잘 생깁니다. 근육의 불균형이 척추나 관절의 변형을 가져와서 몸이 마치 대들보가 기운 집과 같은 상황이 되는 거죠. 이럴 때는 무엇보다 체형을 바로 잡아 주는 작업을 해야 합니다. 지금의 통증만을 없애는 데 급급하다 보면, 몸은 점점 더 틀어지게 되고 나중에는 장부와 정신적인 부분까지 편향되는 현상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요즘에는 흔히 말하는 스트레스나 화로 인한 통증도 참 많습니다. 적당한 스트레스는 생존에 필요하다고 하지만 내가 감당하기 힘든 수준이 되면 어떤 식으로든 튀어나오기 마련인데, 이것이 신체적 통증으로 나타나는 것이지요. 한의학에서는 이런 통증을 '七情氣桶(칠정기통)'이라고 표현합니다. 감정의 불균형으로 인해 기의 흐름이 막혀서 생기는 통증이란 의미지요. 이런 분의 몸을 살피면 근육이 '건드리면 때린다!' 혹은 '만사 귀찮아~' 라고 말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럴 때는 몸을 풀어내는 것 외에도 기의 흐름을 순조롭게 하고. 쌓인 감정을 배출해야 통증이 사라집니다.

이와는 조금 다르게 자기에게 어울리지 않는 옷을 입어서 생기는 심리적 문제 때문에 몸이 아픈 경우도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대뇌와 심장 간의 불통'이라고 표현하는데, 자신이 하고 싶은 일과 해야 할 일의 불균형(이게 없는 사람은 없겠지요)이 잘 조절되지 않은 경우입니다. 이런 분은 본인이 인식하고 있는 경우도 있지만(이 분은 웬만해서는 겉으로 드러내지는 않고 지속해서 마인드 콘트롤을 하지요), 너무나 오랫동안 어울리지 않는 옷을 입어 그것이 자신이라고 믿는 경우도 많으므로 자신에게 그런 부조화가 있다는 것을 인식하는 데서부터 치료가 시작됩니다(하지만 제 부족함 탓으로 많은 분이 '난 안 그래요'라면서 돌아서지요).

물론 실제로는 여러 문제가 섞인 경우가 많습니다. 열거한 사례 외에도 다양한 이유(질병, 노화, 외상, 약물 등)로 통증이 발생합니다. 겉으로 드러난 증상은 신체적 통증이라 할지라도, 그 속내는 다 다르지요. 지금의 아픔을 없애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통증의 의미와 이유를 함께 살피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치료할 때 만성적인 통증이 있는 분께 권하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관절 풀기와 숨쉬기 훈련입니다. 이를 통해 체액의 소통을 돕고 신경계의 균형을 회복하면 다양한 원인으로 발생하는 통증을 다스리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입니다.

관절(關節)은 '관문이 되는 마디'라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관절은 체액의 정체가 일어나기 쉽지만, 잘 풀어주면 마치 펌프처럼 체액순환을 촉진할 수 있다는 양면의 모습을 지니고 있습니다. 특히 큰 관절인 손목, 팔꿈치, 어깨, 발목, 무릎, 고관절 그리고 목과 허리를 잘 풀어주면 몸을 바로 잡고 기혈의 순환을 활성화하는데 도움됩니다. 요령은 기본적으로 손가락을 이용해 지그시 누르면서 원을 그리듯 문질러 따뜻하게 열이 나게 하는 것입니다. 압과 마찰 그리고 열로 뭉친 것을 풀어내고 순환을 촉진하는 것이지요. 이때 내측(겨드랑이, 서혜부 그리고 목의 전면)은 좀 더 부드럽게 해주는 것이 좋습니다. 혼자 하기 어려운 부분은 가족이 서로 해주면 건강은 물론 관계 회복에도 도움이 될 것입니다.

숨쉬기 훈련은 더 간단합니다. 몸을 편하게 하고(자세는 관계없습니다. 걸으면서 할 수도 있지요.), 힘을 빼고는 한 호흡에 20초~30초 간격을 두고 코로 천천히 숨을 들이쉬고 내쉬는 것입니다. 억지로 길게 하거나, 복식호흡을 한다며 배에 힘을 주거나 숨을 참을 필요는 없습니다. 그저 자연스럽게 조금 깊이, 그리고 천천히 호흡하면 됩니다. 처음에는 잘 안 되더라도 반복하다 보면 30초 호흡 정도는 쉽게 할 수 있습니다. 처음에는 한 번에 10분 정도씩 아침에 일어나서 한 번, 오후에 한 번, 그리고 저녁에 자기 전에 한 번 정도 하다가 익숙해진 후 지속시간을 늘리면 더 좋습니다. 간단한 방법이지만 몸의 불필요한 긴장을 풀어내고, 신경계의 균형을 회복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됩니다.

관절 풀기와 호흡 훈련은 통증을 줄이고 몸을 건강하게 하는 데 도움이 되지만, 더 큰 목적은 알아차림 혹은 깨어있음에 있습니다. 바쁘게 살아간다는 핑계로 얄팍하게 인식하고 있는 내 몸과 마음의 상태를 잠깐의 집중과 이완으로 더 깊게 인식할 기회를 가지는 것이지요. 파문이 사라져야 물속을 잘 볼 수 있는 것처럼 멈춰야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 있습니다. 이를 인식하느냐 하지 못하느냐는 건강은 물론 삶의 밀도에 큰 영향을 줍니다. 단순한 기법이지만 이 두 가지는 이유도 모른 채 바쁘기만 한 몸과 마음의 속도를 잠시 늦추는 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요즘 가장 많이 듣는 말 중 하나가 '불통', 그리고 '소통 부재'입니다. 이런 말이 유행하는 사회라면 아픈 사람이 자꾸만 느는 게 당연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남과 소통하려면 내 안의 소통부터 잘 되어야 할 것입니다. 내가 꽉 막혀있는데 남과 소통하는 것은 불가능하겠지요. 건강을 위해, 그리고 사회적 소통을 위해 나부터 잘 통하는 사람이 되어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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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찬

생각과 삶이 바뀌면 건강도 변화한다는 신념으로 진료실을 찾아온 사람들을 만나고 있다. <텃밭 속에 숨은 약초>, <내 몸과 친해지는 생활 한의학>, <50 60 70 한의학> 등의 책을 세상에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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