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연·문용린 선고 유예, 어떻게 봐야 하나?

[기고] 두 전·현직 교육감에 대한 2심 판결의 의미

선거법 사안에 대한 선고는 언제나 긴장 속에서 내려진다. 왜냐하면 한 편에서는 선거의 공정성을 해치는 흑색 선전 류의 행동들을 규제하고자 하는 실정법 정신을 염두에 두어야 하는 반면, 다른 한 편에서는 표현의 자유와 언론의 자유 및 선거 활동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하고자 하는 헌법 정신을 염두에 두어야 하기 때문이다.

선거법 담당 재판부에게는 이 두 가지를 상식 선에서 조화시키는 결론을 내려야 한다는 숙명적 고민이 있다. 9월 4일 조희연 현 교육감에 대한 판결과 10월 16일 문용린 전 교육감에 대한 판결을 접하면서, 재판부가 가졌을 긴장감을 느낄 수 있었고, 어떻게 하면 실정법 정신과 헌법 정신을 상식 선에서 조화시킬 수 있을까 하는 고뇌를 읽을 수 있었다.

규제와 자유의 긴장

'공직선거법' 제250조는 허위 사실을 공표함으로써 당선이나 낙선을 도모하는 왜곡된 행동을 규제하기 위해 만들어진 조항이다. 이 조항을 근거로 기소된 두 사건의 항소심에서 같은 재판부는 먼저 선거의 공정성을 해칠 가능성이 있는 행위를 엄정하게 규제해야 한다는 실정법 정신을 천명하였다. 이것은 문용린 전 교육감의 유죄와 조희연 교육감의 '일부 유죄'로 나타났다고 생각된다.

문용린 교육감의 경우 보수 단일 후보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보수 단일 후보'라는 명칭을 쓴 행위가, 조희연 교육감의 경우에는-고승덕 당시 교육감 후보가 영주권이 없다고 천명한 이후-영주권 의혹을 추가로 제기한 이른바 '2차 공표 행위'가 범죄 사실을 구성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다른 한 편에서 이 재판부의 판결은 표현의 자유와 선거 활동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해야 한다는 헌법 정신의 수호에 대한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이 점은 특히 조희연 교육감의 영주권 의혹 공방과 관련하여, 인터넷 등에서 영주권 의혹이 제기되고 이를 반박하는 공인된 사실이 없는 상황에서 영주권 의혹을 해명하라고 하는 기자 회견으로 구성된 이른바 '1차 공표 행위'에 대한 무죄 판결로 나타났다고 생각된다.

나아가 이 강력한 메시지는 문용린 전 교육감과 조희연 현 교육감에 대한 선고 유예 판결로도 나타났다. 이 두 가지 모두, 실정법 정신에 비추어 유죄를 인정하지만, 그것이 악의적이라 볼 수 없고 불법성이 경미하며 선거에 미친 영향이 미미한 사안이라는 취지였다. 이 두 가지 판결은 이른바 허위 사실 유포 죄, 후보자 비방 죄, 명예 훼손 죄를 비(非)형사 범죄화하고자 하는 국제적 흐름과도 맥을 같이 한다.

무엇이 상식인가

이 두 판결에는 무엇보다 무엇이 상식인가 하는 문제제기가 녹아들어 있다. 상대 후보들과 상당한 기간 동안 여러 면에서 평가를 받은 선거의 전 과정 중 '보수 단일 후보'임을 자처하였다는 한 단면, 영주권 의혹을 제기하였다는 한 단면만을 부각시켜 30여억 원에 달하는 선거 비용을 반환하도록 하는 결론, 교육감 직을 상실하도록 하는 결론이 과연 상식에 부합하는 결론인가 하는 질문을 던지고 있는 것이다.


문용린 전 교육감이 보수 단일 후보를 자임하였던 것이 비록 사실이 아니라 할지라도, 그러한 행위가 있다 하여 경쟁 후보인 고승덕 후보가 자기가 보수 단일 후보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의 설득력이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조희연 현 교육감의 경우에도 영주권 의혹 공방은 선거일 10일 전 쯤 제기되고 2~3일 전개되다가 소멸한 사안이고, 유권자들이 크게 영향을 받지 않은 사안이었다. 잘 알려졌다시피 캔디 고 편지가 막판 교육감 선거에 큰 영향을 미쳤다. 품격 있는 언어로 공방이 이루어져서, 사실 TV 토론에 이어지는 후속 공방이라고 할 정도로 공직자 자격 검증을 한 진지한 예로 볼 수도 있는 사안이었다.

'판사는 판결로 말을 한다'는 법조계의 경구가 있다. 나는 같은 재판부가 이 두 가지 판결을 통해서 위와 같은 메시지를 던졌다고 해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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