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의 국정원장 김만복, 새누리당에 '팩스' 입당

김무성 "입당 거부할 필요 없다"…황진하 "신뢰 정당에 전향한 것" 반색

노무현 정부 시절 국가정보원장을 지냈던 김만복(69) 전 원장이 지난 8월 새누리당에 입당원서를 팩스로 제출한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부산 기장 출신의 김 전 원장은 2006년 첫 공채 출신 국정원장이 됐으며, 노 전 대통령의 2007년 10월 방북과 제2차 남북 정상회담에서 핵심적 역할을 한 인물이다.

최근에는 한 언론과 한 인터뷰에서 '노 전 대통령과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 간 핫라인(직통전화)이 있었다'는 발언을 했다가 논란이 일자 이를 부인하기도 했다.

5일 복수의 새누리당 관계자는 김 전 원장이 지난 8월 27일 자신의 거주 지역인 서울 광진을 당원운영협의회(당협)에 팩스로 입당 원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새누리당 황진하 사무총장은 이날 기자들을 만나 "탈당했던 사람이 아니면 새누리당 입당은 누구나 자유롭게 할 수 있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황 사무총장은 또 "과거 (노 전) 정부에서 국정원장이라는 핵심직에 있던 사람이 새누리당을 선택한 것은, 새누리당을 신뢰할 수 있는 정당이라고 생각해 전향을 한 것"이라고 의미 부여했다.

김무성 대표는 이날 오전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새누리당은 닫힌 정당이 아니라 열린 정당"이라면서 "김 전 원장의 입당을 거부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고 회의 참석자가 전했다.

▲ 2007년 9월 21일 노무현 당시 대통령이 국가정보원을 방문해 업무보고를 받기 위해 김만복 국정원장, 문재인 비서실장 등과 함께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 전 원장의 입당은 5개월 앞으로 다가온 총선 출마를 위한 것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김 전 원장은 2012년 19대 총선에서도 자신의 고향인 부산 기장군 출마를 검토했으며 얼마 전까지도 20대 총선 기장군 출마가 유력하게 관측되기도 했다.

다만 이재정 전 통일부장관 등과 함께 쓴 <노무현의 한반도 평화구상-10·4 남북정상회담> 회고록으로 '기밀 누설' 논란이 일고, 결국 국정원이 김 전 원장을 국정원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는 등의 일이 생기자 일각에선 불출마 가능성도 조심스레 언급하던 분위기였다.

한편, '환영' 일색의 당 지도부 분위기와는 달리 부산 기장군을 지역구로 하는 새누리당 하태경 의원은 김 전 원장의 입당 소식에 "황당하다"면서 "사실이 아니기를 바란다"고 불편한 기색을 비쳤다.

하 의원은 이날 자신이 운영하는 페이스북 팬페이지에 "일주일 전 쯤 해운대기장 을 당협위원장인 저와 꽤 길게 통화했을 때도 입당 사실(은) 일언반구도 없었다"면서 "그 분이 트러블 메이커인지는 알고 있었지만 코미디언 자질까지 갖췄는지는 몰랐다. 이런 도둑 입당은 정치 도의상으로도 있을수 없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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