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에도 나는 최근 중화권 매체의 기자들을 만날 때마다 "한류 열풍이 지속될 수 있을까요?"라는 질문을 자주 받는다. 그들이 이렇게 물어오는 데는 사실 한국이 가진 문화 컨텐츠에 대한 의구심 때문이 아니라 그들이 한류 스타들을 인터뷰를 하면서 느끼는 고충이 크기 때문이다.
한류 스타를 인터뷰하는 일은 기자가 소속사 관계자에게 연락을 취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늘 그렇듯이 이 과정은 기자에게 있어 넘어야 할 가장 큰 산이다. 소속사 관계자와 연락을 취하는 게 "뭐 그리 어려울 게 있나?"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이 과정은 기자가 넘어야 할, 그리고 기자를 가장 난처하게 만드는 순간이 되기도 한다.
몇 년 전 싱가포르에서 개봉한 영화에 출연한 한 배우의 인터뷰 일정을 조율하다가 무산된 적이 있었다. 싱가포르 언론사라는 말을 들은 소속사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저희가 다니는 미용실 계약 기간이 얼마 전에 끝나서요. 만약 인터뷰 당일 미용실 비용과 스타일리스트의 수고비 및 의상비를 부담해주실 수 있으시면 가능하고요. 아니면 좀 힘들 것 같은데요."
일반적으로 패션 화보를 촬영하는 패션 잡지가 아니라면, 이런 비용을 지불하면서까지 그 배우와 인터뷰하려는 해외 언론은 극히 드물다.
중국의 경우에는 기사를 잘 써달라며 연예 기획사가 기자들에게 '홍바오(红包, 금일봉)'를 건네는 경우까지 있는데, 한국 연예 기획사는 오히려 기자들에게 돈을 요구하는 행태를 보이니 납득이 되지 않을 만도 하다.
사실 과거에도 한 연기자의 매니저가 인터뷰하는 조건으로 300만 원이라는 '거마비'를 요구했던 적이 있어 딱히 놀랄 일도 아니지만 이런 행태가 여전히 반복되고 있다는 것이 씁쓸할 뿐이다.
그러나 유쾌하지 않은 일들은 인터뷰 비용 요구에만 그치지 않는다. 중화권 기자들이 한류 스타들이 소속되어 있는 연예 기획사에 가장 불만을 갖는 것은 기자들의 인터뷰 질문지를 사전에 건네받아 검열을 하는 것이다.
한 중화권 연예부 기자의 말이다.
"홍콩의 톱스타 주윤발이나 성룡도 인터뷰하기 전에 기자의 질문지를 검열하지 않아요. 혹시라도 대답하기 껄끄러운 질문이 있을 것이라 생각되면 사전에 기자들에게 양해를 구하죠. 그러나 한국의 스타들은 대부분 사전에 질문지를 받아보고 문항을 일일이 삭제하라고 요구해요. 만약 직접 인터뷰하는 내용과 소속사의 보도 자료가 같다면 굳이 직접 만나 인터뷰할 필요가 있을까요?"
물론 소속사는 소속 연예인의 이미지 관리 차원이라고 말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기획사 관계자가 준비해놓은 대로 앵무새 같은 답변을 하는 한류 스타들에게 더 이상 무슨 매력을 느낄 수 있겠는가.
물론 중화권 기자들에게 솔직한 답변과 매너로 사랑받는 한류 스타들도 있다. 그들이 앞서 언급한 다른 스타들보다 덜 유명해서 혹은 다른 목적의식이 있어서 그런 것도 아닐 것이다. 중화권 기자들이 한국 연예인들을 통해 한국에 대해 더욱 호감을 가질 수 있도록 연예 기획사들이 조금 더 유연한 자세를 취해야 할 필요가 있다.
최근에는 한류 스타들이 프로모션이나 팬 미팅을 위해 직접 중화권 국가를 방문하는 일이 많아지면서 팬들과 더욱 가깝게 소통하고 있다. 한국을 알리는 한류 스타들이 자신들의 매력을 자연스럽게 발산하도록 만드는 문화. 그것이 한류가 지속될 수 있도록 하는 쉬운 길인지도 모른다. 성룡과 주윤발이 중화권에서 오래도록 사랑받고 있는 비법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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