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화 전도사' 소속 연구원 교수들도 '집필 거부' 선언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들 "국정 교과서 도입은 한국의 위상 훼손"

'역사교과서 국정화 전도사'로 활동하고 있는 권희영 교수가 속한 한국학중앙연구원 역사학 전공 교수들이 역사 국정교과서 집필 거부를 선언했다.


한국학중앙연구원은 교육부 예산으로 운영되는 공공기관이며, 뉴라이트 성향의 이배용 전 이화여대 사학과 교수가 원장을 맡고 있는 곳이라는 점에서 연구원 소속 교수들의 집필 거부 선언은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게다가 연구원 소속 역사학 전공 교수 10명 중 우편향 역사 교과서로 논란이 일으킨 교학사 역사 교과서 대표 집필자인 권희영 교수와 또다른 한 명을 뺀 8명이 모두 집필 거부 선언에 참여했다.

"국정교과서, 박물관에서나 찾을 수 있는 구시대적 유물"


한국사학 전공 교수 8명 중 6명과 고문헌관리학 전공 교수 전원(2명) 등 역사학 전공 교수 8명은 27일 성명서를 통해 "권력이 역사책을 바꾸려 할지라도 역사는 결코 독점되거나 사유화될 수는 없다'면서 "만약 정부가 기어코 한국사 교과서를 국정화한다면 우리는 국정 교과서 집필은 말할 것도 없고 제작과 관련한 연구, 개발, 심의 등 어떤 과정에도 참여하지 않을 것"라고 선언했다.

이들은 성명서에서 "유신체제에서 부활한 국정교과서는 폭압이 난무하는 20세기 역사의 산물로, 다양한 가치가 공존하고 화해와 협력을 추구하는 21세기를 사는 오늘날에는 박물관에서나 찾을 수 있는 구시대적 유물"이라면서 "지금 다시 역사교과서를 국정화 하겠다는 것은, 역사를 현실 정치 논리에 따라 마음대로 좌지우지하면서 권력을 유지하겠다는 선언이나 마찬가지"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이어 "국정교과서의 도입은 세계가 주목하는 발전된 한국 사회의 위상과 품격을 훼손하는 수치스런 조치"라면서 "국정교과서는 역사교육과 역사교과서 편찬과 관련한 국제적 규범을 역행하는 조치로, 그동안 동아시아 역사문제의 해결을 선도해 온 한국학계의 성과를 백지화할 뿐만 아니라 한국사회가 일구어 온 국제적 위상과 품격을 송두리째 무너뜨릴 수 있다는 점에서 그 폐해는 심각하다"며 비판했다.

1978년 박정희 정부가 만든 정신문화연구원 후신인 이 연구원은 교육부의 예산으로 운영되는 연구원법상 '기타공공기관'이다. 연구원의 이사로는 교육부·기획재정부·문화부 차관이 참여하고 있다.

이번에 집필 거부에 참여한 역사학 전공 교수들 말고도 전체 60여 명에 이르는 연구원 소속 교수들 가운데 상당수가 국정교과서 반대 서명을 따로 벌이는 중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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