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정의당 박원석 의원의 질의에 대한 입법조사처의 답변을 보면, 입법조사처는 박 의원이 '교과서 국정화 사업에 예비비를 지출하는 것이 타당한가'라는 취지로 물은 데 대해 "내년 예산으로 사업이 진행될 경우 사업 수행에 심대한 차질이 생긴다는 '시급성'에 대한 전제가 충족돼야 한다"고 답했다.
입법조사처는 교과서 국정화 사업이 "(2014년 12월에 통과된 올해) 예산 편성 당시에는 예측할 수 없었으나 새로운 정책 수요가 발생"한 경우에 해당된다고 해도, 내년 예산 편성 때까지 기다리지 않고 예비비로 사업비를 충당하기 위해서는 '긴급한 필요'가 있어야만 한다는 취지에서 이같이 답했다.
정부는 2017학년도부터 새 국정 교과서를 배포해 사용하게 하는 것을 목표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 13일 <조선일보>는 사설을 통해 "임기 내 서둘러 마무리할 생각보다는 시간을 두고 전문 필진을 구성해 제대로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고, <중앙일보> 사설도 "만약 시간에 쫓겨 국정 교과서에도 오류나 편향 논란이 발생한다면 졸속 발행을 주도한 정부가 전적으로 책임져야 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단 입법조사처는 교과서 국정화 사업에 이런 긴급한 필요가 있는지 없는지에 대해서는 별도의 직접적 판단을 하지 않았다. 입법조사처는 "(우리는) 위법성 여부에 대한 판단 또는 유권해석을 고유 업무로 하지 않는다"고 했다.
입법조사처는 "중앙부서장은 예비비 요구에 앞서 당초 본예산 편성시 예측할 수 없었는지, 연도 중에 시급하게 지출해야 할 필요성이 있는지, 기정예산으로 충당이 가능한지 등을 검토하도록 규정하고 있다"며 "예비비의 경우, 집행 이후 국회의 승인 여부와 상관 없이 효력을 가진다는 점에서 예비비 집행에는 보다 엄격한 기준이 적용될 필요가 있다"고 일반론적인 지적을 덧붙였다.
입법조사처에 질의서를 보낸 박원석 의원은 "국정 교과서의 경우, '새로운 정책 수요'라 할지라도 재해·재난처럼 내년 예산으로 편성할 경우 차질이 발생하는 것이 전혀 아니기 때문에 예비비 지출 사업에 해당될 수 없다"며 "입법조사처가 비록 명시적으로 '법에 위배된다'고 밝히지는 않았지만, 이번 정부의 예비비 지출이 부적절하다는 점을 우회적으로 지적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해석했다.
박 의원은 "특히 예비비가 행정예고 기간 중 정부의 무리한 정책광고비에 집행된 것만 보더라도 '긴급한 예산 지출' 필요성이 없다는 것을 방증한다"고 꼬집었다. 앞서 국정 교과서 지원 예산으로 투입된 예비비 44억 원 가운데 홍보비로만 25억 원이 투입된 것으로 알려진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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