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뒤끝'…이종걸에 3년 전 '그년' 발언 따져

野 '대변인 없으니 녹음' 요청하자 朴 "청와대를 뭘로 알고…"

이른바 '청와대 5자 회동'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이종걸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에게 3년 전 대선 당시의 '그년' 발언에 대해 따져 물어 사과를 받아낸 것으로 알려졌다.

원유철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23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전날 청와대 회동이 끝나고 참석자들이 작별 인사를 나눌 때 박 대통령이 이 원내대표에게 "이 대표가 인상도 좋으시고 말씀도 잘 하시는데 왜 저보고 '그년 저년', '이년' 하셨어요?"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원 원내대표는 박 대통령의 이 발언에 자신도 깜짝 놀랐고 이 원내대표도 놀라는 것 같았다면서, 이 원내대표가 "아유, 그때는 뭐 죄송했습니다"라고 사과했다고 했다. 이 원내대표 측 관계자도 "헤어지는 자리에서 박 대통령이 그런 취지의 말을 해서, 이 원내대표가 '그때 일은 잘못됐던 것 같다'는 말을 했다고 한다"고 확인했다.

원 원내대표는 이 말이 나왔을 때의 상황은 두 사람이 서로 웃으며 악수를 나누는 중이었고, 박 대통령이 "만나 뵈니까 전혀 안 그러실 분 같은데…", "오늘처럼 말씀하시면 인물도 훤하시고 (해서) 인기도 많으시고 잘 되실 텐데" 등 덕담과 섞어 말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3년 전 대선 당시의 일을 굳이 끄집어낸 것 자체가 당시 원 원내대표의 반응처럼 '놀라운' 일이다.

이 원내대표는 민주통합당(현 새정치연합) 최고위원이었던 2012년 8월 5일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새누리당의 공천 헌금 비리 의혹을 비판하면서 "그들(새누리당 의원들)의 주인은 박근혜 의원인데 그년 서슬이 퍼래서 사과도 하지 않고 얼렁뚱땅(하고 있다)"이라고 했었다. 논란이 일자 이 당시 최고위원은 "'그년'은 '그녀는'의 준말"이라고 해명했었다.

야당 대화 녹음 요청에 朴 "청와대를 뭘로 알고 그러세요?"

전날 회동에서 청와대와 야당 대표들이 대화 기록 문제를 놓고 직접 신경전을 빚었던 정황도 알려졌다. 야당은 회담에 대변인 배석을 요구했고, 청와대는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누기 어렵다'며 이를 거부했다.

그러나 정작 청와대에서는 이병기 비서실장과 현기환 정무수석이 회담장에 배석자로 나오자, 문재인 새정치연합 대표가 "우리도 기록하게 해 달라"고 항의했다고 한다. 이 원내대표도 문 대표에 이어 "안 된다는 것 알지만, 대변인도 들어오지 못했는데 휴대전화로 녹취(녹음)을 하면 안 되겠느냐"고 박 대통령에게 양해를 구했다.

박 대통령은 그러자 "청와대를 뭘로 알고 그러세요"라고 딱잘라 거절했다고 원 원내대표가 전했다. 박 대통령은 "이 자리(참석자)는 그래도 여야 지도부이신데, (발언 내용) 한 자 한 자가 중요한 게 아니라 큰 틀에거 대화도 나누고 하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며 이같이 말했다고 원 원내대표는 덧붙였다.

박 대통령은 이 원내대표의 녹음 요구를 거절하는 과정에서 "청와대에서 그런 것 하시면 안 된다", "여기가 법정인 줄 아느냐"고 말한 것으로도 전해졌다. 이같은 발언을 옆에서 지켜본 문재인 대표는 노무현 정부 청와대 비서실장·민정수석 출신이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도 1993년 김영삼 정부 청와대 민정수석을 지냈다.

박 대통령은 문 대표가 "그러면 현기환 정무수석이 기록한 것이라도 한 부 복사해 달라"고 요구한 것 역시 "그것은 더더욱 안 된다"며 거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는 이에 대해 출입 기자들에게 김성우 홍보수석 명의로 문자 메시지를 보내, 박 대통령의 정확한 발언 내용은 "청와대를 어떻게 생각하고 오신 거예요?"라고 웃으면서 말한 것이라며 "'청와대를 뭘로 알고 그러세요. 여기가 법정인 줄 아세요?'라고 말했다는 보도는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野 "역사학자 90%가 집필 거부" vs 새누리 "그분들 안 하는 게 좋아"

한편 원 원내대표는 전날 회동에서 이 원내대표가 "90%의 학자들이 (국정 교과서) 집필을 거부하고 있고 '안 쓴다'고 한다"고 한 데 대해 자신이 "그분들 중 상당히 문제 있어서 그분들이 안 하는 게 좋겠다"고 했다며 "그랬더니 그 자리에서도 일부 웃는 분들도 계시더라"고 했다.

역사학자들의 집필 거부 선언에 대해 '어차피 그런 선언을 하는 사람은 문제가 있으니 집필을 안 하는 게 좋다'는 식의 닫힌 태도를 보였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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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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