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2일 결국 역사 교과서 국정화 계획을 밝혔다. 1974년 박정희 정권 시절 도입됐다가 2003년 사라진 국정 교과서가 다시금 부활하게 되는 셈이다. 국정제 전환이 완전히 확정된 것은 아니다. 이날 행정 예고 이후 구분고시가 확정될 때까지는 20일간의 시간이 남았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과 민족문제연구소 등 466개 역사‧시민 단체로 구성된 '한국사교과서국정화저지네트워크' 소속 300여 명은 이날 서울 종로구 광화문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국정화 강행 규탄 긴급 결의대회'를 열고, 국정 교과서 백지화를 목표로 싸울 것을 다짐했다.
친일‧독재 미화 등을 우려해 국정 교과서에 반대해왔던 교사와 학부모 모두 침통함을 감추지 않았다.
변성호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위원장은 "박근혜 정권은 자신들의 목적을 위해 대국민 사기극을 서슴지 않고 있다"며 "친일 독재의 아들딸들이 또다시 이 땅의 민주주의를 유린하고 아이들에게 거짓된 역사를 가르치려 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이날 정부가 국정 교과서 명칭을 '통합 교과서', '올바른 교과서'로 정한 데 대해 강하게 비판했다.
"'국정 교과서'라고 하면 북한이나 몇몇 전체주의. 후진국에서 쓰이기 때문에 차마 국정 교과서라고는 말을 못했나 보다. 통합교과서라고 한다. 그러나 정권에서 통합의 기치가 있나. 오히려 분열을 조장하는 정권이 박근혜 정권 아닌가."
변 위원장은 "이 파렴치한 정권에서 우리는 피할 수 없는 전쟁을 또 한 번 하게 될 것 같다"며 "군사 쿠데타에 이어 역사 쿠데타를 일으킨 이 날 투쟁을 선포한다"며 행정 예고 기간 동안 국정 전환 저지에 총력을 기울일 것을 다짐했다.
최은순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 회장은 "학부모들은 수능 생각하면 국정화에 찬성해야 하지 않느냐고들 하지만, 그렇게 대학 간들 뭐가 되나. '일베'가 되지 않겠느냐"며 "일베 같은 괴물을 만드는 교과서를 찬성할 수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영화 <암살>에서 '당신들 몇 명 싸워서 독립이 되겠느냐'는 말에 주인공이 '될지 안 될지 모른다. 내가 싸우고 행동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하는 것 아닌가'라는 대목이 나온다. 그것밖에 없다. 학생들 앞에 부끄럽지 않게 학부모로서 입법 예고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조한경 전국역사교사모임 회장은 "우리는 결코 지지 않았다. 일시적으로 국정 교과서로 갈 수는 있지만, 이미 과거 국정 교과서를 하면서도 문제제기해서 검인정으로 바꿨다"며 "다시 국정 교과서로 돌아가겠지만 과연 그들이 제대로 된 국정교과서를 만들 수 있을지 감시자가 될 것"이라고 했다.
이준식 민족문제연구소 연구위원도 "국정제를 무위로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이 정권의 역사는 2년 남짓밖에 남지 않았다"며 "박근혜 대통령이 물러나는 날, 다시 역사 교육의 꽃이 피리라 굳게 믿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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