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층 집무실에 '갇힌' 신격호…롯데가 분쟁 재개

반 롯데 정서 고조…면세점 특허, 재심사 통과할까?

롯데 그룹이 신격호 총괄회장 집무실을 통제하기로 했다. 총수 가족 등을 제외한 외부인 출입을 막는다는 것. 신 총괄회장과 신동주 SDJ코퍼레이션 대표(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의 만남이 보도된 데 따른 조치다. 하지만 총수 가족과 동행한 사람의 출입까지 막는 건 지나치다는 지적이 있다.

한편, 롯데 경영권을 둘러싼 이전투구는 다시 달아오르는 양상이다. 이런 상황이 지속될 경우, 롯데 면세점 특허 재허가 심사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또 한국 롯데 그룹의 지주회사 격인 호텔롯데 상장에도 나쁜 영향이 있을 전망이다.


신격호 "신동빈, 감옥 보내겠다"롯데 그룹 "신격호 집무실 통제"

신 총괄회장은 신 대표와 지난 8일 만났는데, <조선비즈> 기자가 현장에 있었다. 신 총괄회장이 숙소 겸 집무실로 사용하는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 34층이다.

지난 11일 <조선비즈>에 따르면, 신 총괄회장은 신동빈 롯데 그룹 회장에 대해 강한 분노를 드러냈다. 아울러 차남인 신 회장 대신 장남인 신 대표에게 그룹을 물려주겠다고 밝혔다. 또 신동빈 회장을 감옥에 보내겠다며 형사소송을 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 같은 보도 이후, 롯데 그룹 측은 <조선비즈> 기자가 신 총괄회장 집무실에 들어간 경위를 조사했다. 롯데 그룹에 따르면, 신동주 대표가 롯데호텔 로비에서 기자를 만나 함께 전용 엘리베이터를 타고 34층 집무실로 올라갔다.

롯데 그룹 관계자는 12일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제3자는 누구도 신 총괄회장 집무실에 출입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조선비즈> 기자처럼) 신 총괄회장 가족이 데리고 온 사람 역시 제3자"라고 말했다. 롯데 그룹은 총수 전용 엘리베이터의 보안 카드도 교체하기로 했다. 신 총괄회장의 언론 접촉은 더 어려워졌다.

신격호 판단력, 큰 문제 없는 듯소송, 오래 걸린다


신동주 대표는 지난 8일 기자회견을 통해 "동생인 신동빈은 지나친 욕심으로 아버지인 총괄회장의 롯데홀딩스 대표권과 회장 직을 불법적으로 탈취했다"며 "그룹의 창업주이자 70년간 그룹의 성장을 이끌어온 최고경영자(신격호 총괄회장)를 일방적으로 내쫓은, 인륜에도 크게 어긋난 행동"이라고 밝혔다. 그는 신 총괄회장이 법적 조치 등을 포함한 일체의 행위를 위임했다며 "아버지의 뜻을 받들어 소송을 포함한 여러 필요한 조치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신 대표는 한국 법원과 일본 법원에 자신의 이사 해임에 대한 손해 배상, 롯데홀딩스 대표권 및 회장직 해임에 대한 무효 소송 등을 제기한 상태다. 아울러 신 대표는 신격호 총괄회장의 위임장 및 신 총괄회장이 서명하는 장면을 담은 동영상을 공개했다.

이날 회견 뒤 롯데 그룹 측은 "고령으로 건강이 좋지 않은 총괄회장을 자신들 주장의 수단"으로 내세웠다며 신 대표를 격렬히 비난했다.

신 총괄회장은 롯데 그룹 측이 자신의 건강을 언급한 게 몹시 불쾌했던 모양이다. <조선비즈>에 따르면, 신 총괄회장은 지난 8일 신 대표를 만난 자리에서 "(신동빈 측이) 아버지가 정신적으로 이상하다느니 바보가 됐다느니 하며 재산을 가로채는 것은 큰 범죄 행위가 아니냐"라고 말했다. 이 매체는 "신 총괄회장은 판단력이 흐려진 상태로 보기 어려웠다"고 보도했다.

신 총괄회장의 판단력이 정상인지 여부는, 향후 상황 전개에서 중요한 변수다. 판단력이 정상이 아니라면, 신 총괄회장의 위임장은 효력을 잃는다. 따라서 신 대표 측이 제기한 소송 역시 싱겁게 끝난다. 반면 <조선비즈> 보도대로라면, 위임장은 법적 효력을 갖는다. 이 경우, 소송은 장기화된다. 한국과 일본 양국에서 소송이 진행되며, 일본은 재판 결과가 나오기까지의 시간이 한국보다 더 걸리는 편이라는 점 등을 고려하면 소송 장기화는 필연이다.

롯데 면세점 특허 재허가 심사, 어떻게 될까

롯데 그룹이 진행하는 사업 역시 영향을 받는다. 우선 관심을 끄는 게 롯데 면세점이다. 롯데 면세점 서울 소공점과 서울 롯데월드점의 운영 특허가 각각 올해 12월 22일, 31일에 만료된다. 이 두 곳의 연 매출만 2조6000억 원에 달한다. 경영권을 둘러싼 법적 쟁점이 정리되지 않은 상황은 면세점 재허가 심사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호텔롯데 상장도 암초를 만났다. 호텔롯데 기업공개(IPO)는 100%에 가까운 일본 주주 지분율을 낮추고 복잡한 순환출자 고리를 해소하는 그룹 차원의 지배구조 개선책이다. 신동빈 회장의 경영권이 불안정해지면, 상장 추진 과정에서 투자자 모집 등에 난관이 있을 수 있다. 아울러 극단적인 이전투구 양상이 언론에 실시간 중계됨에 따라, '반(反) 롯데' 정서가 견고해질 수 있다는 점 역시 롯데 그룹에는 부담이다.

한편, 신동빈 회장은 12일 오전 11시 인천광역시 롯데면세점 제2 통합물류센터에서 열린 '상생 2020 선포식'에 참석해 "(신동주 대표의 공격에도 불구하고) 흔들리지 않고 계획했던 경영 투명성 개선과 상생 등 사업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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